문장을 완성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 박중기의 사물에 대한 원융한 시선과 통찰의 깊이를 발견해내는 것은 평자의 큰 즐거움이었다. 시집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이만한 내공의 축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종교를 떠나 수많은 성찰의 단계를 거쳤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쉬운 일상적인 언어를 응용하여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 그것은 깨달음의 형상화라는 진공묘유, 그 묘의를 체득했을 때 가능한 경지다. 이와 함께 시인이 추구하는 시적 대상과의 공존미학을 시속에 스며들게 하는 포용의 철학은 그야말로 시인이 시를 쓰는 당위성을 스스로 옹위하는 자긍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강조했듯이 박중기의 시는 진솔하고 그윽하다. 숨김없이 자신이 지닌 시적 역능을 공존미학으로 한가득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시를 위해, 때론 시인 박중기는 인간본성의 탐구를 위해 시를 향한 구도의 길에서 수행승을 자처하는 듯하다. 그만큼 그는 자연에 대해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화합하며 진지하고 엄정한 시를 쓴다. 향후 자신이 선택한 시적 대상을 무한 신뢰하며 공존을 지향하는 그의 몸짓이 시의 본령을 향해 분명 크게 확산될 것이다.

- 이덕주(시인, 문학평론가)  

1부

 슬하 - 19
오래된 책 - 20
연어 - 21
멀티탭 - 22
전각 - 23
군자란은 개화 중 - 24
껍데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26
후경 - 28
수상한 지명수배 - 30
가족 - 32
고욤나무 - 33
장모님의 가을 - 34
개나리꽃 - 36
부부 - 38
백내장 - 40

2부

 포스트잇 - 43
망초 - 44
깨진 유리창 - 45
또는 - 46
못질 - 48
담장을 넘는 법 - 50
삶은 수학이다 - 51
방정식을 풀다 - 52
우두커니 - 53
광어와 도다리 - 54
담쟁이 - 55
허물어지는 자궁 - 56
경계 - 58

3부

 파장 - 61
만추 - 62
주말농장 - 63
전원에 들다 - 64
거미 - 66
시식 - 67
신춘문예 - 68
졸시 - 70
시항아리 - 72
문장을 완성하다 - 73
문자를 잊다 - 74
두 시인 - 76
농부와 시인 - 77
자연휴식년제 - 78
또 다른 교실 - 80

4부

 띄어쓰기 - 83
노량진 고시촌 - 84
내시경 - 85
절창 - 86
궁합 - 87
말복 - 88
상련 - 89
탑골공원 - 90
제비꽃 - 91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법 - 92
생의 처방전 - 93
대원사 - 94
중용 - 95
사월초파일 - 96
윤회 - 97
수타사 - 98
그냥 - 99
들꽃 - 100

해설 / 이덕주(시인, 문학평론가)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