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에는 촛불하나 밝히셨는가

임상갑의 시는 뛰어난 감각적 묘사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식물학 지식을 동원하여 화려한 화초본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구구한 사연들과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중년에 접어든 임상갑의 시는 지난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회감의 서정을 바탕으로 전원의 삶을 보여준다. 달콤한 낭만적 감성과 꿈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그의 전원시들은 각박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임상갑 시의 호자는 티 없이 맑은 자연 속에서 은둔하듯이 외롭게 살면서도 "온전함"을 지키고자 한다. 그의 시는 삶의 부조리와 모순에서 오는 깊은 고통과 한을 승화시켜 "작은 흐느낌"의 시를 들려준다. 임상갑의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업보와 윤회의 고통을 벗어난 평상심의 세계, 인연에 따라 조용한 삶을 수용하는 순명의 삶을 지향한다. 이러한 그의 시가 더욱 깊어지고 정교해져서 삶의 지표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온전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아름다운 전원의 향수를 일깨우는 휴식과 위안의 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임상갑

충남 공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풍등>이 있음
강화 검도 관장

■ 시인의 말

1부
 가시박덩굴
 각시취
 겨우살이
 네 잎 크로바
 까마중
 노루귀
 노루발풀
 대마
 갈대
 독새풀
 며느리밑씻개
 명아주
 바랭이
 새삼
 솔잎
 씀바귀
 와송
 왕골
 자주감자
 으악새
 부평초
 제주 취
 질경이

2부
 고마리
 난초
 달개비
 달맞이꽃 1
달맞이꽃 2
동자꽃
 메
 금강초롱
 민들레
 벌금자리
 빈집
 산국
 엉겅퀴
 섬초롱
 솔체꽃
 얼음새꽃
 참나리
 바위나리
 할미꽃

3부
?...
10날하고 18날
 경사
 감포에는 촛불 하나 밝히셨는가
 길이 멀으오 어서 떠나요
 꾸물거리는 하느님
 당신께 국화꽃을 바칩니다
 소리 나지 않는 노랫소리
 아픈 친구야
 아궁이 두 구멍
 차례
 음흉한 저녁
 천장
 침묵
 평온하여라
 포수
 푸른 엉덩이
 허리가 잘린 말들
 허풍 떨던 질긴 날들
 착각하며 사라지는 것
 황홀한 죽음

■ 해설 | 전원의 서정과 평상심의 세계 · 고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