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도토리만 보고도 굴참나무를 그릴 수 있다. 도토리 같은 일상을 보고도 당신은 틀림없이 붉가시나무라고 알아본다. 우리는 굴참나무를, 붉가시나무를 삶의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그려왔다. 척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일상이다.
‘안녕’, 이 말만큼 자신과 타인을, 자신과 사물을 무심결에, 강하게 연결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이 말은 공기를 꼬아 만든 동아줄 같다. 환호처럼도 들리고, 한숨처럼도 들린다. 다음을 기약한 작별 인사도 안녕이고, 이별을 예감하는 마지막 인사도 이것이면 충분하다. 사랑이 싹트는 예감도 ‘안녕’이라는 말에서 비롯한다.
‘별일 없음’,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 여기’의 일상이 행복한 사람이다. 한때 나는 행복한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는 줄 알았다. 절대적인 궁핍까지 스스로를 몰고 갈 수 있어야, 생활이라는 것에서는 완전히 초탈해야 하는 줄 알았다. “방 두 칸과 마루 한 칸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처를 거느리고/외양만이라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구름의 파수
병」)이 시인 김수영이 이뤄낸 빛나는 ‘일상’이다. 그것을 시인은 쑥스러운 일이라도 말한다. 최선을 다해 일상을 보살피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죄짓는 일도 아니다. 과도한 칭찬을 들었을 때(이것은 아마도 스스로에게 건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쑥스럽다’고 말한다.
김영진 시인은 시를 애틋하게, 오래도록 사랑해온 시인이다. 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는 시에 대한 하나의 포즈를 붉가시나무처럼 줄기차게 지켜왔다. 아름다운 시의 시대도 있었고, 난해한 시의 시대도 있었고, 실감나는 시의 시절도 있었다. 나무의 권력은 기다림에서 나온다. 시절을 좇지 않는 대신, 자신의 시절을 한 천 년쯤 기다릴 수 있다.
김영진 시인은 한 가정을 아름답게 꾸리고, 직장을 월급 이상의 의미로 살아내면서 나무처럼 시도 꿋꿋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그의 시의 시절이 왔다. 그 시절이 곧 가더라도 그는 한 시절의 시를 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최고의 시간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행복한 삶은 20세기의 것이 되었다. 어쩌다는 이제 행복이 아니라 ‘불행’ ‘슬픔’ ‘아픔’과 어울린다. 우리는 21세기적으로 쭈~욱 행복할 것이다. 거기에 ‘시(詩)’ 하나 편승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밤꽃자루 거꾸로 매달아 놓은 듯 상여 위로 달빛 쏟아진다
손님 맞느라고 수척해진 아들과 며느리의 그림자 위로 달빛 제 숨결 내려놓는다
차일 쳐진 마당에서 아이스크림 물고 뛰어다니던 손자도 어느새 마루 위에 잠들어 있다
아침이면 평생 일구시던 산비탈 밭으로 떠나야 할 사람, 거기 둥그렇게 앉아 계실 어머니 곁에서 소쩍새 운다
화톳불 꺼진 마당, 달빛으로 환하다 밤이 깊어도 달은 떠나지 않는다
― 「달빛」 전문
삶에 대한 인식과 함께 생겨난 것이 죽음에 대한 의식이다. 삶에의 의지는 죽음에의 비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모든 것이 신의 뜻이었던 때가 있었다. 죽음은 산 자의 몫이다.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애도와 다르지 않다. 오늘처럼 당신의 죽음도, 나의 죽음도 애도될 것이다. 오늘의 달빛은 과거와 다르게 같고, 미래의 달빛과는 같게 다르다. 산 자들이 나누는 애도 역시 이러한 달빛과 다르지 않다. 달빛의 위로는 소리보다는 다독임에 가깝다. 달빛의 위로를 가장 닮은 이 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그윽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 시인의 산문
생각이 흩어졌다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 있다. 마치 종이로 만든 동서남북, 네 모서리가 일순간 모이는 때다.
사는 동안 웃고 떠들고 뒤엉킨 하루, 그 모서리들이 모여 한순간 시로 태어날 것을 믿었다.
시는 한밤중 가장 늦게까지 켜진 불빛. 시를 쓰던 선배들은 먼 산 불빛으로 깜박였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도 옥상에 올라 그 빛을 바라보곤 했다.
사람 사이 잘 견디고 사는, 눈부시지 않지만 눈부신, 하루를 잘 견뎌준 이들, 시라는 집에 모여 별 총총 술 권하는 밤이길 빈다.
작가 소개
김영진
1973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를 오가며 자랐다. 2017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으며, 〈공무원노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목 차
제1부
할머니 듀오•13/진짜 뉴스•14/6인실•16/2020년 12월 31일•18/철근 인생•20
하얀 민들레•22/캐러멜 택배•23/낮달•24/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26
봄볕이 짧다•28/산동마을 건강검진•30/노란 나라 엘리스•32/할까•34/황태•36
드들강•38/쥬단학 하늘 날다•40/고속도로 걷는 사내•42/달빛•44
제2부
억새•47/등에 단풍 들었다•48/동백이 핀다•50/가장 특별한 택시•51/준배 형 생각•52
38년 만의 미투•54/이 사람, 배진하•56/꽃피는 길 막을 수 없어•58/어머니 밥상•60
결국 하지 못한 말•61/되새 떼는 철새가 아니다•62/바람 무덤•64/대설, 스무 살 그 겨울•66
섬•68/동거부터 시작한 사이•70/알약•72/그림자 청춘•74/제라늄이 자란다•76
제3부
첫눈•79/초여름 첫날밤•80/곱으로 갚아줄 궁리하다가•82/꽃씨 여물다•84
그리운 다나오•86/나비•87/장미의 호출•88/수국•90/세방낙조•91/징검다리 버튼•92
건들지 마라도•94/멧새•96/와운마을 천년송•98/남평 은행나무 길•99/꿈에서 싸운 날•100
고독 적응법•102/인도 다녀온 뒤•104/산으로 가는 강•106
해설 일상 파수꾼의 노래/전동진(시인, 문학평론가) •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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