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사

서정 시인 치고 서정의 내밀한 욕구나 거기서 오는 통증을 발산이라는 장치에 의해 해소하지 않으려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명란 시인의 경우는 다른 서정 시인에게서는 보기 어려울만큼 서정적 갈망이 무척 강렬했다. 서정시란 시인에게 이렇듯 생리적인 것이다. 이 감각은 자아와 서정시가 분리하기 어렵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인데, 그 연결의 정점에서 시의 황홀감이 형성된 것이 시인의 작시법이다. 이 감각이야말로 시인을 서정시의 견고한 주체로 만드는 요인이라 하겠다.

학명란의 시들은 장쾌한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그 서사란 사건들의 인과 관계가 만들어낸 산문적 세계가 아니라 정서의 아름다운 고리가 만들어낸 연쇄적 서정의 세계이다. 그 고리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 송기한(교수, 문학평론가)

학명란
ㆍ1960년 충북 청주 출생. 한남대 독어독문과 졸업
2007 「문학사랑」등단. 시집「내 사랑이 내게 복수하다」

시인의 말 5

1
십일월 일일 15
월남사지 16
밥 18
슬다 20
겨를 22
순희 24
왕년에 26
들꽃 28
빈 집 30
어미 31
헤어진 날 32
봄 날 33
새해 34
길 없는 지도 36
아린芽鱗 38
민들레 40
얼음의 전설 42
소심한 허세 44
나마스테 46
하필 48
늙은 시인 50
양파 51
정류장에서 52

2
옥수수 55
뉴스를 보다가 당신의 안부를 묻다 56
후숙 58
납월매 60
비오는 날 61
나의 ‘첫’ 들에게 62
욕 64
우화루雨花樓 66
질경이, 그리움에 닿기 68
시를 쓰는 일 70
길 861 72
벚꽃 무렵 74
묵호에서 길을 묻다 76
황조롱이 78
살다보면 80
빗방울 화석 81
이소離巢 82
구두 예찬 84
유월 85
효곡행 두 시 이십 분 86
사려니 88
어떤 비루한 날 89
경칩 90
 1981 91
나는 하루살이가 되었어도 좋았다 92

3
구례구역求禮口驛 97
따뜻한 동사 98
각시붓꽃 100
봄똥 102
토렴하듯 104
석류 105
꽃이 핀다, 똥이 튄다 106
꽃손 108
재산세 110
장마 112
사진 114
기본증명서 116
냄새의 서사 118
어머니의 고무신 120
상추꽃이 피었다 121
아버지의 서울 122
천년 시종 124
불면도시의 음모 126
해바라기 128
무료 사주풀이 130
늙고 낡음에 대해 132
느닷없는 안부전화 134

해설┃송기한┃간극을 좁히는 ‘동사’의 부드러운 힘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