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계림 이강,
뱃머리에 가마우지 몇 마리
허기진 식욕 움켜쥔 채
사공의 신호로 강물에 뛰어든다
잡힌물고기
가마우지 목에 걸린다
甲이 비정규직이란 올가미로 乙의 목을 조인다
삼켜지지 않는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밤새 자맥질 대가를 지불받지 못한 가마우지
굶주린 눈빛이 날짐승의 본능으로 거칠게 빛나지만
또 다시 乙이 되어
값없는 달빛만 낚는다
― 「가마우지 달빛을 낚다」 전문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엔 뺏고 빼앗기는 무력이 존재한다. 갑의 수하(手下)에서 밥을 먹고 살아가기에 그 ‘반경’을 벗어날 수가 없다. 최근 벌어진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 공군 여중사의 죽음과 가정에 입양된 아이들의 죽음, 어느 명문대 청소부의 죽음, 골프장 캐디의 죽음이라는 일련의 사건은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죽음까지 몰아간 갑질들, 주도권을 쥔 갑은 권력을 남용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을에게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와 “불리한 지위”에 있는 자의 관계가 ‘갑과 을’이다. 가마우지를 부리는 주인은 ‘갑’이고 고기를 낚아야 하는 가마무지는 ‘을’이어서 “갑의 지배”를 받고 있다. ‘갑’은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줄로 목을 묶고 입안에 든 고기를 빼앗아간다. 물고기를 잡아도 가마우지는 늘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기에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거친 바다에 뛰어든다. 그러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잡고 빼앗기는 악순환은 되풀이되고 최소한의 먹이로 살아가는 고달픈 노동은 끝이 없다. 가마우지가 열심히 낚아챈 먹이는 배를 채우지 못한 달빛과 다름없다. 목을 묶이는 처지와, 묶여서도 여전히 물고기 사냥을 해야 하는 운명의 굴레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현상연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에서 여전히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사회체제와 그 제도권에서 살아가는 ‘을’의 고통을 가마우지의 사냥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존재감이 없던 ‘을’은 갑의 횡포로 인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마침내 그가 당면한 불행을 통해 ‘을’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전생에초원을 달리던 시절이
가죽으로 복제되었지
짐승의 본성 숨길 수 없어
비가 오면비릿한 냄새에끌려
빌딩 숲이나 거리를 방황했지
그런 날은부활이라도 한 듯
야생의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지
영역 표시가 된 곳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지린내 같은 가죽 냄새가 번져왔지
고삐도 없이 명품이란 허영에 매였지만
뼛속까지 숨겨진 혈통
어쩔 수 없는지
어떤 날은 인파 속으로 사라진
가방 혹은 구두를 보고
야생의 무리인 듯 쫓아가지만
눅눅한 동족의 풀밭 찾을 수 없어
몇 날 며칠을 다시 방황했지
방황이란 모든 기억을 실종시키는 것인지
사람들은 종종 취중에 나를 잃어버렸지
그럴 때면공원 벤치나 유원지에 앉아
두둑해진 뱃속이 꼭 외상장부 같다는 생각을 하였지
― 「우울한지갑」 전문
신에게 지구를 다스릴 권리를 부여받은 인간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다. 사자의 날카로운 발톱도 악어의 사나운 이빨도 없지만 인간에게는 동물을 사냥할 지혜와 무기가 있다. 악어를 비롯해 물소가죽 뱀가죽, 표범가죽이 가방, 구두, 소파. 코트로 변신한다. 동물 사체의 일부인 가죽은 미적 감각과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최상의 재료이다. 그로 인해 인간에 의한 동물 포획은 그치지 않는다.
「우울한 지갑」 은 초원에서 잡혀 와 인간의 손에 해체되어 명품지갑이 된 동물의 말이다. “고삐도 없이 명품이란 허영에 매였지만/뼛속까지 숨겨진 혈통/어쩔 수 없는지/어떤 날은 인파 속으로 사라진/가방 혹은 구두를 보고/야생의 무리인 듯 쫓아가지만/눅눅한 동족의 풀밭 찾을 수 없어/몇 날 며칠을 다시 방황했지”라고 고백한다.
가죽지갑에는 지갑 이전의 “동물의 숨소리”와 동물 특유의 ‘지린내’가 남아있다.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지문(指紋)과 같다. 사물의 입을 빌려 인간에게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명품이지만, 명품이어서 어쨌다는 것인가. 인간이 정한 명품의 가치는 인간에게나 소용되는 말이다.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손에서 닳고 해지도록 늙어갈 지갑일 뿐, 정작 소중한 건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네 발로 뛸 수 있는 “자유와 생명력”이다.
시대가 바뀌고 이제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지갑 속에는 몇 장의 현금카드나 교통카드가 고작이다. “사람들은 종종 취중에 나를 잃어버렸지/그럴 때면 공원 벤치나 유원지에 앉아/ 두둑해진 뱃속이 꼭 외상장부 같다는 생각을 하였지”라고 말한다.
신용카드는 두둑한 현금이지만 대부분 후불로 치르는 외상카드인 셈이다. 우리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거리마다 유흥을 부추기는 술집이 즐비하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우리를 유혹하는 상품들이 TV, 홈쇼핑에서 쏟아진다. 신용카드로 인해 편리한 점도 많지만 그 편리함으로 신용불량자는 해마다 늘어난다. 제때 갚지 못하면 어김없이 날아드는 독촉장, 신용사회에서 신용을 잃어버리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지갑은 무사할까. 이것저것 제하면 빠듯한 살림살이에 지갑은 늘 우울하다.
작가 소개
현상연
현상연 시인은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했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7년 {애지}로 등단했다.
현상연의 첫 번째 시집 『가마우지 달빛을 낚다』 에는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비감悲感이 있다. 미처 감지하지 못한 인간의 고독한 내부, 부재와 결핍, 시대와의 불화, 폐허가 되어가는 인간의 내면적 상처에 접근해 다양한 층위의 슬픔을 보여준다. 현상연 시인은 대상과 심미적 거리를 유지하며 이미지를 구성하거나 문제를 차분하게 내면화시켜 진정성을 획득한다. 시인이 채집한 현시대의 불안은 암울한 현실과 밀접하게 이어져 삶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목 차
차례
시인의 말 5
1부
도시의 인어 12
물먹는 하마 13
장항아리 15
말, 깨지다 16
백내장 17
재래식 한증막 18
타투의 허세 20
벽두 22
그 쓰디쓴, 23
헛스윙 24
채송화 26
사막을 통과하다 27
폐허의 내부 28
회색 소음 29
가지치기 30
낮달맞이꽃 수난사 32
2부
휴대폰 중독 34
폐 염전 36
위험한 동거 38
얼음의 얼굴 40
단풍 42
허공에 퍼지는 수화 43
솔릭 45
漁火 46
행방불명 47
분홍넥타이 48
대숲에 울음이 산다 50
봄 한 소쿠리 51
호객 53
벚꽃 소통 54
명자꽃 55
가마우지 달빛을 낚다 56
3부
꽃의 할례 58
싱싱한 드라이플라워 60
화상 62
고양이 코스프레 63
풍등 65
해바라기 파이 66
밀양시제時祭 68
끼니와 라면의 관계 70
비대한 슬픔 71
그녀의 궤적 73
마소두래기 75
다국적人 풍경 77
폐선 79
소리의 소멸 81
장폐색 82
몸살 83
하늘계단 84
4부
조현병 88
매미의 종족 90
길, 혹은 상처 92
안구 건조증 93
정지된 봄 95
판 벌이다 97
폐경 99
우울한 지갑 100
호박고지 101
추락한 날개 102
빈집 104
추모관에서 105
역류 107
오늘과 봄 사이 108
겨우살이 110
현무암 111
해설내면적 상처,
위기를 맞은 시대의 비애마경덕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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