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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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함종렬
출판사항실천, 발행일:2021/09/30
형태사항p.121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749257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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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자연과 일상, 그리고 히포크라테스
- 함종렬의 첫시집 ‘봄, 제4악장’ 읽기

강희근


1 들머리
함종렬 교수는 의과대학 교수요 대학병원 의사이다. 어느날 찻집에서 만난 교수는 보직을 내려놓은 뒤 시간이 나서 시를 쓰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그때 시는 누구에게나 어떤 때나 가리지 않고 오는 것이라 말해 주었다. 시가 오는 사람은 자격이 있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가 온다는 것은 행운에 속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은 필자의 평소에 갖는 생각이고 시에 대한 입장이다.
사람에게 시가 웃음을 머금고 나타날 때 그것들은 자연에서 오고 그 다음에는 그 자연에 묻어나는 사람의 일에서 온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특유의 사상 같은 데 머물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차례를 정리하면 자연, 자전적 일상, 전문적 교양 순이 될 것이다. 둘째 시집에서부터는 그 순위가 따로 없이 일상적 사유가 그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2 자연과 사물 그 주변
함시인이 먼저 발견한 것은 햇살이다. 그 햇살이 봄을 만들고 있음을 본 것이다


바람이 펼친 페이지
꽃비 기득
점점이
봄을 써내려간 것도


꽃을 지운 자리
또박 또박
연록 사연
돋우어 올린 것도


씨알같이
시간처럼
총총이 봄비로 새기는 것도


봄 공책
칸칸이
빛살 그어 넣은 것도


햇살!
햇볕!


바람, 꽃비, 연록, 봄비, 봄공첵, 빛살 이런 단어들이 봄을 채우고 있다. 낱말들을 움직여 주면 무엇인가 만들어진다. ‘봄을 써내려가다’ ‘꽃을 지우다’ ‘연록 돋우다’ ‘봄비로 새기다’ ‘빛살 그어 넣다’ 등으로 봄을 맏들어낸다. 사물을 그대로 두지 말고 움직거리면 형상이 잡힌다.
성서도 그렇다. <요한복음>에서 명사형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고 동사형이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말하자면 이야기는 ‘믿음’에서가 아니라 ‘믿다’에서 신앙이 잡혀져 나감을 참고할 수 있다.
다음 시는 주변에서 사물을 찾아오는 시작법을 볼 수 있다.


나, 그대를 사랑함은
강아지풀 같아서


나뭇잎 사이
자잘한 햇살에도
온 마음 눈부시고


논밭을 지나
스치는 낮은 바람에도
온 마음 노래합니다


나, 그대를 사랑함은
길가의 강아지풀 같아서


해마다
빈 곳 찾아
온 마음 그대로
키 작은 나의 언어를
또 써내려 갑니다
-<강아지풀> 전문


시인은 자연 속에서 사물을 찾고 의미를 얻어낸다. 사물 중에서 강아지풀은 강아지 꼬리같이 귀여운 것 흔들리는 연초록 풀이다. 그대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강아지풀같이 흔들리는 꺾이고 고개 숙이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시 <강아지풀>이다. 무슨 의미를 겹으로 놓거나 철학적 깊이를 보태는 것이 아니다. 햇살 눈부신 자리, 스치는 낮은 바람, 그 작은 언어를 써내려가는 것이 이 풀이다. 언어의 뜻을 무게로 잡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벼이 움직이는 것이 이 풀이요 이미지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사물이 있을까? <노을>일 것이다.


아침은 붉음을 삼키지만
저녁은 노을을 들어올린다
산이 얼마나 타오르고 싶어하는지
해는 등성 뒤로 사라질 때 안다
-<노을> 전문


시인이 되고 나면 하루가 알파이고 오메가이다. 아침이 알파이고 저녁이 오메가이다. 찬찬이 바라보면 노을은 삼키고 들어올리고 타오른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정서가 훈련이라면 기초훈련에 속한다. 그러면서 시인의 오감은 지적 인지의 뜀틀로 작용하는 것이리라.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본다.


내일로 가는 등 뒤에
하얀 메모지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나비가 시를 쓴다


산다는 건
살아온 만큼
죽어가는 것이기도
또 살만한 것이기도 하다
-<나비>에서


‘나비’라는 사물인데 메모지로 보고 접었다가 펴는 날갯짓이 시를 쓴다고 한다. 시를 쓰는 행위는 그것이 곧 사는 일이고 죽음의 일이다. 사물은 작고 단순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적하기에 따라 존재가 되기도 하고 생명이 되기도 한다. 시가 언어요 사유가 된다는 것을 아는 일은 자잘한 사물과 사물, 그리고 그 주변과 배치에 따라 완급의 속도가 있을 뿐이지 인지의 언덕이 다가온다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3. 자전적 일상과 등 뒤의 바람


시인은 자전적 일상이 갖는 애환의 강을 건너왔을 것이다. 그것은 시대적인 고난일 수도 있고 가족간의 관계이거나 가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의 할머니가 겪었던 가족사를 먼저 읽기로 하자.


큰 애비는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


피 먼지 군화발
막막한 가슴 쾅쾅대던 대포 연기
30년 지나도
옹졸한 어미 가슴 피멍
아직 자리 못 잡았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달빛 적막한 뜰
검붉은 맨드라미
해마다 너의 시간으로 오는데
올해도
저 석류나무는 꽃만 피울 뿐
초라하게 멍으로 떨어진다


아,
마침내
지독한 관성의 시간을 벗고
널 만나러 가게 되면
제일 좋아하는 홍시 곱게 싸서
30년 닫지 않은 대문 한 번 둘러보고


나라 먼저 생각한
검붉은 마음 안아주며
너와 함께
석류 일갱이처럼
한껏 웃어보리라
-<빈 뜨락에 서서> 전문


화자는 할머니다. 6.25공간에 큰아들(시인의 큰아버지)은 전쟁 포화 속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달빛 적막한 뜰, 석류나무꽃만 피는 시간이 30번이나 돌아오는데도 아직 큰애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큰집에 큰 아들이 빈 집은 전체가 빈 집이다. 에미는 오랜 시간 관성의 시간을 살았고 대문은 아직 열어놓았다. 에미는 순간 아들 만나러 포화 속으로 가고자 한다. 검붉은 마음 안아주러 30년 거슬러 빈 뜨락 건너갈 결심을 한다. 시인의 할머니는 시인만의 할머니가 아니다. 전쟁과 눈물과 가족 결손의 울타리를 지키는 겨레의 할머니다. 그 정서적 공간에서 함시인은 자랐다.
함시인의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


난 힘든 게 없다


30년 무게 쥬단학 가방
무릎 연골 할퀴어도


사내 집 나간 후
들러붙은 늑막염
저기 언덕빼기 오를 때마다
터억 턱


내 숨을 조가조각 잘라내어도
난 오늘을 살아낼 뿐이었다


난 마음이 없다


중앙시장 전어 멍게
비닐 봉다리 찰랑찰랑
밝은 달 둥실둥실
집으로 가는 길
풀빵처럼 식어 있던
세 아이 환해질 때
행복이라 기뻐하며
오늘을 살아낼 뿐이었다


난 내일이 없다


해가 뜨면 지고
비가 오면 그치고
바람 불면 잦아들고
안 아프면 뛰어가고
아프면 걸어가고
오르면 내려가는


내 八字는 항상 오늘이었다


-<울 엄마> 전문
어머니는 사내 집 나간후 늑막염이 들이닥치고 언덕배기 오를 때마다 생명의 숨은 조각조각 잘라져 나가는 듯하고 그러나 어머니는 오늘을 살고 ‘힘 든 게 없고 딴 마음이 없고 항상 오늘만 있을 뿐’이었다. 생은 고단했다. 중앙시장 전어 멍게/ 비닐 봉다리 찰랑찰랑 집으로 가는 길/ 세 아이 얼굴만이 눈앞에 있었다. 해가 뜨면 지고, 비가 오면 그치고/ 바람 불면 잦아들기를 반복하는 삶, 내일은 보이지 않지만 늘 오늘은 그 이름으로 팔자다. 어머니의 자식 키우기 생애는 “풀빵처럼 식어 있던/ 세 아이 얼굴 환해질 때 그때의 보람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힘든 일이 있으면 딴 마음을 따로 가질 것이며 내일까지를 비추며 살아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시인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자식을 바라보는 것으로 동일하다. 늘 오늘만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일상에서 바람은 늘 등 뒤에 있다. 뒤에서 설레고 흐느끼고 갈갈이 찢어져 야단밥석인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바람이 등 뒤에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바람이 얼마나 쉼 없이 설레고 있었는지
바람을 등지고 있을 때는 모른다


바람이 등 뒤에 있을 때는 듣지 못한다
바람이 얼마나 흐느끼고 있었는지
바람을 등 지고 있을 때는 들리지 않는다


누가 바람이 업힌다 하는가
누가 바람을 업어준다 하는가
바람은 안는 것이다


바람이 얼마나 갈갈이 찢어져
등 밀어주고 비우듯 지나고 있었는지는
돌아서서 안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등 뒤의 바람> 전문


인간의 일상은 자전적 일상이지만 등을 지는 바람으로 또는 짐으로 부조리한 것이다. 부조리한 짐은 등 뒤에서 설레고 소리내고 흐느낀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네 등은 그 등 뒤는 무슨 소리로 무거운 짐 지어짐으로 슬픈가, 차라리 가슴이거나 오지랖이거나 바로 눈 아래로 안기는 것일 때 우리는 가시적 세계를 토닥거리게 된다. 사연은 깊더라도 정면 대면일 때 사연은 난해하지 않고 이해의 폭을 쉽게 넓혀나갈 수 있다. 일상은 불이해의 늪으로 빠지는 것일 때 건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리를 알아내지 못한다.
일상은 이제 돌아서서 안아야 한다. 닫지 못한 아들의 기다림을 위해 엄마를 기다리는 세 아이의 얼굴을 위해..........일상은 그 등, 등 뒤를 돌려 세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4.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그리고 봄, 제4악장
의대생 시절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신성이고 거룩함이다. 그 선서의 문맥은 모든 것을 문맥 밖에다 세운다.


헤부실습이 시작되고 매화가 졌다
핀 줄도 몰랐는데 졌다고 한다


막전압과 TCA 회로
중얼중얼 외우고 걸어갈 때
비에 젖은 연분홍 점들,
그게 벚꽃 잎들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또 목련이 지더니 담쟁이 뻗어가고
내 마음 한 구석에도 모처럼
장미 한 송이 피어오르던 날,
친구가 휴학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멀리 개구리 소리 들리고
장맛비 머금은 느티나무에
까맣게 여름이 깔리고
어둠 내린 캠퍼스
학습실 가는 이슥한 곳


누군가 튀어 나와
너도 유급이더라 할까봐


내가 얼마나 숨죽아고 걸어가고 있었는지
별만 알고 있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전문


의학전문대생들은 그들이 공부하는 의학을 두고 전공강의시간과 실습시간을 통해 인체의 신비와 구조의 학습이라는 전생명적 집중을 가하는 사람들이다. 한 치도 그 원리 밖에 마음을 둔다든가 깜빡한다든가 하는 시간적 누수를 범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생명의 신성을 지키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와 과정생들의 관계는 그만큼 엄중하고 혹독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선서 이후 매화가 지거나 찔레꽃이 지거나 하는 현상은 언제나 의과 학습원 밖의 일이고 벚꽃들이 연분홍 빛깔을 점점이 자랑하는 것이 도무지 자랑일 수가 없고, 그들에게 친구가 휴학했다는 것은 친구의 책상이나 걸상에서만 확인되는 무생물적 현상일 뿐인 것이다. 개구리 소리 멀리 들리고 학습실 가는 이슥한 곳이 어쩌면 한없이 조심스런 과정인 듯 친구가 귀에다 대고 ”너도 유급!“ 어쩌고 귀띔이나 해 줄지 모르는 가위눌림, 그 자리!” 그래서 시의 끝줄은 ”내가 얼마나 숨죽이고 걸어가고 있었는지 별만 알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 이후가 더 ’선서‘이다. 함 시인은 그것을 확인해 준다.
함종렬 시인의 다음 시 역시 의사로서의 일과를 보여준다.


5100호실 73세 남자
새벽 03시 `10분, 심전도 flat wave
남해군 삼동면 00리 마을
새로 오는 여명을 향해 떠났다


식어가는 체온
귿어가는 폐포
Ambu bag은
먹먹하게
마지막 강을
함께 건넜다


녹슨 파란 양철 대문,
무화과 나뭇가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장미 담장 너머
붉어진 하늘로 날아갔다


00씨, 임종 시각은 05시 10분입니다
기나긴 한숨처럼 기관이 제거되었다
방파제 너머 멀리
목화 솜이불 같은 하늘이 내려오고 있었다


파도에
자갈이 다시 바스락거렸다


-<Ambu Bag> 전문


인용시는 병원에서 환자의 목숨을 붙여 죽어가는 환자를 장거리 자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린 시다. 2000년 이전에는 환자가 병원을 포함하여 집밖에서 운명하는 것을 꺼렸으므로 치료 중 운명의 시간이 가까워지면 가족들은 환자를 집에 모시길 원했다. 이때 숨을 유지하기 위한 기구로 ’Ambu bag’이 필요한데 차중에서 의사가 직접 사용하여 무사히 자택까지 도착해야 했다.
환자가 자택에 닿았을 때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장미 담장 너머로 날아갔고“ ”방파제 너머 멀리 솜이불 같은 하늘이 내려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죽음 이미지의 적절한 활용은 의사의 임종 지키기 노력이 얼마나 긴박한 것이었는지 이해하게 한다.
시인 함종렬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앰부 백’ 같은 인공호흡기에 관한 땀나는 기구의 형상화를 통해 인술이 갖는 지엄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슬픈 감정이 든다.


5. 마무리
함종렬 시인은 <봄, 제4악장>이라는 소품을 썼다.


내가 봄이라면


주약골 논두렁
등선 걸린 달,
키 큰 나뭇가지 사이


밤 가득
별빛 쏟아지게 해놓고


개구리 저렇게 을도록
놔두지 않았을 게다


함시인은 자연내지 사물쪽 소품으로 <봄, 제4악장>을 썼는데 내가 봄이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걸고 논두렁, 달, 나뭇가지 사이, 밤 가득, 별빛, 개구리 울음 등을 끌어당기고 있다. 봄풍경을 자기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시에서 노리는 뜻은 계절이라는 야성을 그대로 두지 않고 품성이 살아나 박히도록 개구리 울음을 배치 속에서 구성 속에서 조화롭게 울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의 제4악장 절정의 경지가 되게 하면서 소리와 빛깔이 조화로운 리듬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인은 인체의 리듬, 피의 흐름 등 순환의 원리를 문자를 통해 이룩하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당연히 의사로서의 시인이 추구하는 지향이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일 듯싶다.
시인은 <민들레 홑씨>에서 ”바람이 어디로 갈거냐 묻거든 /어디든 가자 해라/ 음지라도 받아준다면 / 흔들리는 봄을 키울 수 있거늘/ 어딜 가든 불평할 게 없다“ 시인은 봄을 줄이거나 늘이거나 마음껏 조정할 수 있으니, 시인은 제4악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언제나 마땅히 서성이고 있는 주인이니........또는 존재이니!.

작가 소개

함종렬

진주 출신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석·박사) 졸업(내과학 전공)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학장 역임

목 차

1부


가을
강아지풀
경호강
꽃잎
노을
뇌우
줄탁동시
봄, 제4악장
봄햇살

6월
은행
자연
첫 봄
모기


2부
고향
나비
돌맞이
무국
물수제비
봄톡
뻐꾸기
시계 I
시계 II
여름새
울 엄마
좋은 생각
중산리 계곡
입동
칠암의 가을


3부
등 뒤의 바람
말씀의 봄
문수사 풀꽃
민들레 홑씨
보라싸리꽃
봄바람
봄일기
빈 뜨락에 서서
숲, 나비가 되다
안개
오솔길
우리가 된다는 것
인생
잔받침
커피
홍시의 꿈


4부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사념
사는 이야기
사랑으로 산다는 것
사넬 할매들
설날
새벽달에 핀 꽃
아름다운 건
53 병동
오월, 그리움
Ambu bag
영안실 담장
인연, Amanti‘07
주먹 초밥
이제야 알겠네요
친구
탄생 199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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