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앞으로도 또 뭔 수가 있겠지”
상품과 마케팅 사회에서 계산되고 수치화되는 것은 중요하다. 객관적인 숫자에 의해, 개인과 조직의 과거가 단편적으로 요약되는 한편 미래는 예측되고 통제 가능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주체의 논리가 만들어진다. 박순원의 시집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의 첫 번째 시 ?흐르는 강물처럼?은 갑을병정에게는 각각의 논리가 있다는 선언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에서 갑을병정의 논리는 동일한 권리와 몫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정”과 “갑 오브 갑”의 논리가 그러한데, “사실 정의 논리는 논리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갑 오브 갑은 논리가 필요 없다”. 앞의 선언은 이 문장에 이르러 의미가 역전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점철되고 통제는 불가능해진다. 현대의 일상과 시스템은 계산과 숫자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수치와 논리가 무의미해지는 역설을 포함하고 있다. 시집을 몇 장 넘기면, 우리는 바로 자신의 업무가 계산되고 숫자로 환원되는 냉혹한 현실을 만나게 되고, 갑의 취향과 지시에 의해 합리적 사유와 대응이 무가치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계리(計利), 즉 ‘이익의 많고 적음을 재는’ 세계를 전제하거나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는 이 세계를 살아 내는 “65년생 박순원”의 ‘인생극장’을 펼쳐 보인다. 인생극장은 처음 읽으면 희극으로 보이지만 다시 읽으면 비극으로 상영된다. 시집을 넘기고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우리는 ‘저항의 웃음’과 함께, 버티기, 우기기, 비틀기의 ‘삶과 시’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이상 김영희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파란시선 88권. 세계를 살아 내는 65년생 박순원의 인생극장을 펼쳐 보인다. 인생극장은 처음 읽으면 희극으로 보이지만 다시 읽으면 비극으로 상영된다. 시집을 넘기고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우리는 저항의 웃음과 함께, 버티기, 우기기, 비틀기의 삶과 시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작가 소개
박순원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2005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런데> <에르고스테롤>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를 썼다.
목 차
시인의 말
제1부
흐르는 강물처럼 – 11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 12
멧새 소리 – 17
바르게 정확하게 간결하게 – 20
나는 이제 – 22
현장법사 – 23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 – 24
아프면 어쩌나 다치면 어쩌나 – 26
잔을 들어라 – 27
고양이 세수 – 28
밥 – 30
봄・일요일 – 32
제2부
꽃 – 35
개굴개굴 개구리 – 36
광마우스로 인터넷에서 빵을 굽다가 – 38
카트를 밀다가 – 40
삼각형의 언어, 무회전의 언어 – 42
나의 오른쪽 두뇌 – 43
느닷없이 고래꼬리 – 44
아, 글쎄 그 썩을 놈이 – 45
비누 – 46
서슬 푸른 – 47
물푸레 – 48
여시아문 – 49
제3부
오늘 아침 – 53
1987 – 54
나 하나 살기도 바쁜데 – 56
도도 도레미 미레미파솔 – 58
<토지>를 읽다가 – 60
나는 종속영양생물이다 – 62
양파 – 64
양파의 날 – 66
헬리코박터 – 67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 활동이 활발해진다 – 68
플루토, 어둠의 별 – 70
쓰레기 – 72
뱀 – 73
맞춤법에 맞춰 – 74
제4부
보름달 – 77
예술가들 – 78
처서 며칠 지나 한밤중에 – 81
북어를 먹으면 속이 풀린다 – 82
65년생 박순원 – 84
박강 박민규 – 86
주문 즉시 관 배달 – 88
샤릉 – 90
어리둥절 – 91
뉘엿뉘엿 – 92
말 그대로 산문,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 93
해설
김영희 인생극장—앞으로도 또 뭔 수가 있겠지 – 96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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