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골고루 갖춘 밥상을
함께 받는 세상을 위해
차갑고 서러운 타인의 밥상을
살펴보는 일
'밥은 먹었느냐'는 말과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는 이들과 함께 이 글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농민과 자영업자들이 내 글의 독자가 되길 바라며 써 온 글들이다. 하지만 독자로 염두에 두었던 이들은 하루가 길고 버거워 정작 이런 글에 눈길을 줄 여력이 없다는 것도 취재를 통해 알았다. 짬이 난다면 관공서 일을 보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른 근면하고 성실한 이들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자 이 글을 묶는다. 혹여 지나가다 누군가라도 이 책을 들춰 보다 세상의 모든 먹거리는 농촌과 사람이 촘촘이 엮여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기르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있다. 포도가 보통의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이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1977년 충주에서 김장의 계절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83년 12월 서울로 올라와 서울의 끄트머리에서 자랐고, 20대 이후에는 여기저기 떠돌며 살아왔다. 지금은 부모님이 토마토 농사를 짓던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살고 있다. 농촌·농업·농민의 일이 집안일이기도 하여, 사회학 중에서도 농촌사회학 공부에 뜻을 두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 치킨집 배달 노동자가 주인공인 어린이 책 『그렇게 치킨이 된다』를 썼으며, 공저로 『질적 연구자 좌충우돌기』,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등이 있다. 『한국생업기술사전』에 양돈과 양계 편을 집필했다. 농촌과 먹거리에 대해 신문에 쓰고, 라디오 방송들과 시사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말하고 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1부 당신의 밥상
포도의 계절에 부쳐
소년의 차가운 밥상
청춘들의 삼시 세끼 보고서
황혼의 밥상
함께 먹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국통에 빠진 딸기라도 먹이려면
오늘도 ‘사골 곰탕’입니다만
소년원의 급식도 학교급식이다
박하사탕 싸던 여인들
파리를 여는 사람들
어느 생협 조합원의 소회
2부 사람이 온다
김밥으로 오신 하느님
한여름 떡볶이 배달을 하다가
인간을 ‘사재기’하는 택배 산업
새벽 배송, 전쟁 같은 쇼핑의 세계
토니버거의 추억
카페, 하시겠습니까?
‘공공 카페’의 고민
기프티콘의 세계
고구마를 굽는 사람들
홈쇼핑 셰프 전성 시대
생을 깔다, 깔세 매장
구슬아이스크림 녹던 날
이마트의 지하 세계 앞에서
김 군의 숟가락
꼭대기와 바닥, 두 죽음 앞에서
3부 심고 거두는 일
꽃상여 진 자리
존엄을 지키는 목욕탕
농촌 우체국의 빨간 경고
원천상회와 쌍봉댁을 위하여
배춧값이 정말 무서운가
우비라도 입으셨습니까?
딸기 꺾기 체험
눈물의 총각김치
이름도 남김 없이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누구를 위하여 컨설팅을 하나
토마토 밟기
밥 한 공기의 쌀값
아로니아의 검은 눈물
아버지가 잡지 못한 행운
경자유전의 원칙
4부 생명의 무게
‘홍천 고딩 달걀’
쌀과 소시지의 무게
타들어 가는 나무, 타들어 가는 농심
댁내 소는 안녕하신지요?
우리는 죽여 보지 않았다
고창의 외로운 ‘닭 싸움’
군세권을 아십니까?
산천어를 위하여
플리즈, 농민을 기다려 주오
계란 미션 임파서블
들판의 공룡알
대추의 운명
‘고히 잠드소서’
후기
‘남양주지옥분식 통신’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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