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고객평점
저자이윤설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21/10/10
형태사항p.143 국판:23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82763 [소득공제]
판매가격 10,000원   9,000원  (인터넷할인가:10%)
포인트 450점
배송비결제주문시 결제
  • 주문수량 

총 금액 : 0원

책 소개

비린 게 무지하게 먹고팠을 뿐이어요

슬펐거든요 울면서 마른나무 잎을 따먹었죠 전어튀김처럼 파삭 부서졌죠

_「나무를 맛있게 먹는 풀코스법」 부분

시집의 시작부터 슬픔은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웃음으로 전환된다. 시인의 등단작이기도 한 「나무를 맛있게 먹는 풀코스법」에서 화자는 슬펐기에 “울면서 마른나무 잎을” 먹는다. 그 순간 화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상은 “전어튀김처럼 파삭 부서”진다는 식감이다. 바로 “슬펐지만 슬픔을 연료로 길을 내는 활기찬 상상력”(해설 부분)으로, 이윤설의 시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활발하게 생동한다. 환자와 의사의 역할이 뒤바뀌어 일종의 부조리극을 펼쳐 보이거나(「예약된 마지막 환자」), 멀리서 들려오는 “악다구니 여자 목소리”에서 “고려청자도 이조백자도 들까부수는/ 저 암팡진 본데없는”(「성난 여자」) 에너지를 발견하고, “세 작은 사람들의”(「작은 사람들」) 질주를 따라가듯이 내내 역동하는 동안, “불가리아!” 하고 “벽력처럼 외쳐지는”(「불가리아 여인」) 생명력이 감출 수 없이 비져나온다. 이처럼 시인이 재바르게 내딛는 언어의 힘찬 발걸음은 희곡과 드라마, 방송 작가 등으로 야심차게 활동을 벌여나갔던 시인의 자신감에서 기인할 것이다.

이윤설의 언어는 특히 리듬의 측면에서 고유하다. 온점이 없이, 쉼표와 느낌표, 물음표만이 ‘캉캉춤’을 추듯이 휘몰아쳐 시집을 짜놓는다. 차를 타고 “달려요 달려 우주의 끝을 보고야 말” 것처럼 나아가는 동안 “어지러운 시간의 회전이 우리를 돌게 할 거”(「호두 아닌 어떤 곳」)라고 장담하고, ‘천사의 집’에서 하느님을 대신해 소악마 같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천사의 설움을 단번에 풀어내는 호흡(「천사 걸작선」)은 마치 씻김굿을 벌이는 것만 같다. 전 애인을 “오리처럼 뙤뚱뙤뚱 따라다니”다 “꺼지라” 떠밀어져 차에 치여 죽은 ‘나’가 박쥐로 환생해 전 애인을 “퐁당 퐁퐁당” 놀래키고 “쿡, 쿡, 쿡,” 짓는 웃음은 어떠한가. “칼날” 같은 “눈빛”의 “사랑을 원하는 삐진 표정”(「이 밤이 새도록 박쥐」)이 내뱉는 사랑스럽고 치명적인 의성어는 읽는 이를 사로잡고 놓지 않는다.


하마가 웃고 있다 물먹은 가슴이 왈칵 터질 것 같아

우리 둘이 산책 가자 햇볕이 따가운 그늘 없는 거리로

너랑 나랑 출렁대는 엉덩이를 좌우로

호른 협주곡 같은 방귀소리 뿡뿡 울리며 나란히 걸으면

먼 밀림에선 외로운 마음의 사냥꾼들이 밧줄을 버리고

악어들은 우울했다가 배를 움켜잡고 껄껄 웃겠지

언덕을 타오르는 초록 잎들과

꽁무니 터질 듯 용쓰는 마을버스 사이로

바람의 혀가 습습하게 얼굴을 핥는 우기도

열대 치어 같은 종아리 하얀 여자애들이 어머어머 길을 멈춰 서도

우리 둘이 정류장 앞에서 탈 듯 말 듯

운전수 아저씨 헷갈리게끔 멀찍이 서 있는 거 참 웃길 거야 슬퍼서

_「작게 작게, 하마」 부분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등장하는 다양한 존재들과 그들을 어루만지는 고운 언어는 곧 이윤설이라는 이름과 동격을 이룬다. “작게 작게” 죽기를 바라는 ‘나’와 하마가 산책을 떠날 땐 총천연색 작고 귀여운 존재들이 자신을 뽐내고 ‘우리’를 웃기지 못해 안달이다. 이윤설은 슬픔을 슬픔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가슴에 가득한 “푸른 슬픔”을 “이따만한 푸른 수영장”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버들치나 송사리들을 닮은 조그만 물고기”(「남몰래 수영장」)로 바꾸어 바다로 놓아주는 시인. ‘나’의 가난이 벽을 가볍게 넘어 옆방의 사람에게 닿는 동안 그가 “너무 착하게 뒤척이는” 것을 헤아리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가. 바로 가난과 슬픔의 “노래가 흘러들어”오는 것만으로 “죽을 듯이”(「노래이듯이」) 되는 이들이다. 타인의 슬픔을 너무나도 예민하게 감각하여 마음에 깊게 아로새기는 시인은 “문득 사랑하는 습관은// 서로 나눈 피의 맑은 원액, 앙금이 가라앉고 뜨는 맑은 눈물을 나누어 마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서로 멀리 있는 우리들이 “어딘가에서 하나의 심장으로 꿰어져 이어지는 날이 올 것이”(「개미와 나」)라는 다정한 예언은 이윤설에게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이다.


왜 그렇게 쥐었다 폈다 꼬깃꼬깃해지도록 사랑했을까 오버

사랑해서 주름이 돼버린 얼굴을 버리지 못했을까 오버

엔꼬다 오버


(……)


태어나 참 피곤했다

벌어진 입을 다물려다오 오버

내 손에 쥔 이 편지를 부치지 마라 오버

희망이 없어서 개운한 얼굴일 거다 오버

코도 안 골 거다 오버

눅눅해지는 늑골도 안녕이다 오버

미안해 말아라 오버

오버다 오버

_「오버」 부분


이윤설의 따스한 시선은 분명 사라지고 스러지는 것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지만, 스스로의 스러짐을 앞두고 시인은 삶에 대한 애증을 시로 승화시킨다. 그에게 삶의 모든 것은 원망스럽고 저버리고 싶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떨쳐낼 수 없다. 시집의 후반부에선 긴 호흡마저 버거운 듯 짧은 호흡의 시들이 비탄처럼 짧게 이어지는 ‘이층침대’ 위의 순간들이 이어진다. “조용히 멸망”하자며, “사람처럼은/ 더는 살지 말자구요”(「어린 이 집」) 말하는 목소리와, 행의 끝마다 “오버”가 반복되는 가운데 “오버다 오버”(「오버」)로 끝나는 시의 리듬은 서럽고 처연한 슬픔을 띤다. 이 시집에서 유일하게 온점이 찍혀 있는 시인의 말은 시집을 여는 동시에 삶을 향한 마지막 소감을 남긴다.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 허나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윤설은 삶과, 삶에서 만났던 이들을 지독히 사랑했던 만큼 남은 이들에게 정답고 눈물어린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나는 너를 숨죽이며 죽은 체한다 네가 어서 나를 통과해버리길”(「나는 너를 잊었다」) 바라는 ‘나’에게 ‘너를’ 하고 부르는 단어가 자꾸만 문장의 정서법을 위반하며 튀어나올 때, 시인은 도리어 ‘너’를 잊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만다. “밤하늘 북극성 아래 내가 누워/ 이렇게 너를 기다려도 좋겠다”(「어느 별의 편지」)고 말하는 시인은 언어의 몸을 빌려 최선의 인사들을 건넨다. 삶을 너무나 사랑해 삶의 위에서 ‘캉캉춤’을 추던 시인은 이렇게나 웃으면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내내 “까맣게 탄 얼굴로 좋아서 입을 가리고 하하하”(「꽃밭 속에서 하하하」) 웃는다. 그토록 눈물 젖은 미소를 남기고 시인은 떠났지만 시인이 남긴 말은 그가 그렸던 세상을 이곳에 떠올리고, 그리하여 세계를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저는 싱그럽고 유쾌한 이윤설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사람들이여. 여기 ‘이윤설 시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하느님이 보낸 어린 돌고래 등에 올라타고서 태어나 처음 웃을 때처럼 하하하, 웃으며 꽃밭을 헤엄치는 사람. 콧잔등과 발가락이 간지러워요. 한결 씩씩해진 버들치와 송사리가 날고, 어리둥절 당나귀와 칼날눈빛 박쥐가 날고 하마는 아직 무거워서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이층침대도 양탄자처럼 날아가네요. 그리고 이렇게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우리 곁에 있어요.

_박상수 해설, 「꽃밭 속에서 하하하」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윤설

1969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고, 2006년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희곡집으로 『불가사의 숍』이 있다. 2020년 10월 10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슬프면 비린 게 먹고 싶어져요

나무를 맛있게 먹는 풀코스법/ 굴뚝청소부 소녀/ 성난 여자/ 예약된 마지막 환자/ 상속/ 프랑스풍 남과 여/ 우리는 죽어요 곧/ 작은 사람들/ 음향효과만으로 된 비/ 그 집 앞/ 노래이듯이/ 구름의 벗/ 구름의 천렵/ 물의 서가(書架)/ 가설무대


2부 작게 죽자 작게

작게 작게, 하마/ 개미와 나/ 꽃밭 속에서 하하하/ 나체자들/ 천사 걸작선/ 엄마/ 인어 경매/ 외톨이들은 다 그래/ 남몰래 수영장/ 내 생일 쫑파티/ 판촉소년/ 호두 아닌 어떤 곳/ 당나귀 까닭/ 마부 탄생/ 배우의 역설


3부 어찌하여 서운하지는 않고

불가리아 여인/ 롤웨하스 세트/ 흔들릴 흔들림/ 놀리는 논리들/ 혼자서 배워보는 재밌는 마술놀이/ 이 밤이 새도록 박쥐/ 이 리듬은/ 빗방울 소식/ 반의 반의/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 햇빛/ 우리는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혹시 너와 나 사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다 하더라도/ 어느 별의 편지


4부 나는 나로부터 떠나온 것이다

오버/ 베이비 숍/ 빵과 사과/ 이층침대의 날들/ 자줏빛 방/ 비의 오로라/ 눈, 이라는 세상/ 기차 생각/ 라벤더 베개/ 초대/ 어린 이 집/ 일생/ 나는 너를 잊었다/ 재에서 재로/ 가장 멀리 가는 귀향


해설| 꽃밭 속에서 하하하

박상수(시인ㆍ문학평론가)

역자 소개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반품 배송비 부담자
단순변심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불량 또는 오배송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환불안내
진행 상태 결제완료 상품준비중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어떤 상태 주문 내역 확인 전 상품 발송 준비 중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환불 즉시환불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환불시점
결제수단 환불시점 환불방법
신용카드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신용카드 승인취소
계좌이체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계좌입금
휴대폰 결제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포인트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환불 포인트 적립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환불불가
상품군 취소/반품 불가사유
의류/잡화/수입명품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계절상품/식품/화장품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가전/설치상품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용품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CD/DVD/GAME/BOOK등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내비게이션, OS시리얼이 적힌 PMP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