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상자에 가려진 내 손이 궁금하다면 상자를 치우는 즐거움이 있을 거야”
‘반전-패러독스-블랙유머'로 가득한 이상하고 자유로운 세계
문학동네시인선 172번으로 조말선 시인의 네번째 시집을 펴낸다.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등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 10년 만에 묶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나-너의 거리감’ ‘대상을 하나의 장소로 보는 시선’ ‘가족이라는 특수한 이름’ 등 조말선 시세계의 특장으로 여겨졌던 모티브가 유효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존재/말에 부여된 이데올로기를 벗겨내고 그 원근을 물리적으로 의미적으로 과감히 없앤 ‘이상한 낯섦’의 밀도를 한층 더 끌어올려 언어를 통해 언어 밖의 자유로움을 한껏 누리게 한다.
붕괴와 합성이 반복되는 화학작용을 통해 의미를 이중-삼중으로 확장하면서 이상한 낯섦을 창출하는 이 수행적 발화가 ‘반전’-‘패러독스’-‘블랙유머’를 시집에서 쏘아올린다. 시집은 낯선 감각에서 빚어진, 말할 수 없는 것을 발명한 첨예한 언어로 가득하다. 조말선의 시집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꺼내들어 새로 발견해야 할 미지의 것들을 펼쳐낸 ‘의미-형식’의 낯설고 이상한 고안의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_조재룡, 해설에서
“이십 분이나 늦은 이유가 무엇이냐면 머리카락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렇습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데 머리카락들이 말렸어요, 바람이 불었고”(「머리카락들」), “미안해, 살을 발라내서 살을 삶아대서 살을 찢어발겨서 살을 질겅질겅…… 이런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해 (…) 살아서 할 수 없는 말이 있을 거 같아 살면서 할 수 없는 말이 있을 거 같아 살이라도 매만지고 살 수 있다면 살이라도 덕지덕지 걸치고 있으려면”(「삶」)과 같은 시구를 보면 시인에게 언어란 결국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속박되지 않는, 나아가 스스로 생장해가며 상투적인 맥락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물질인 듯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을 말리는 행위와, 머리카락이 약속을 말리는 행위가 중첩되며 단순히 동음이의를 넘어선 주체-행위의 겹, 능동-수동의 겹이 증대된다. ‘살(肉)’과 ‘삶다’부터 ‘살다(生)’의 의미까지, 「삶」에 교차되는 명사-동사의 다양한 의미 층위는 ‘살이라도 덕지덕지 걸치고’ ‘살면서 할 수 없는 말’의 아득함을 물리적으로 보다 생생히 느끼게 한다. 동시에 ‘살 떨리다’ ‘입만 살다’ ‘살이 꽉 차다’와 같은 관용구를 낯설게 바라보다보면 통념에서 벗어난 대상이 그 자체로 오롯해져 무심히 쓰이던 표현들이 새삼 또렷이 느껴진다.
‘되지 못하다’라는 뜻의 ‘못 되다’와 ‘성미가 고약하다’의 뜻을 가진 ‘못되다’를 시 전체에 반복해 쓰며 “나는 착한 사람이 못 되었다”로 시작해 “너는 못된 사람” “못된 괴물” “정말 못되게 구는 인칭”을 통과해 “나는 끝내 삐거덕거리는 웃음 때문에 훌륭한 시체가 못 되었다”로 끝나는 시 「못 되었다」, ‘미끄러지는 것’과 ‘미끄러뜨리는 것’의 목록을 나열하며 ‘놀이’와 ‘기분’과 ‘관계’(“너는 나 때문에, 너와 함께 일방통행으로 나는 미끄러진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글쓰기’(“너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무의식을 타고 미끄러진다”) 등으로 동심원을 키워가며 겹쳐지는 시 「미끄럼틀」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으리라.
거의로 지연하면서 거의로 붙들어두면서 거의로 힐끔거리면서 나는 거의 나답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라고 했을 때 미끄러질까봐 나는 바로 지금이 나라고 했을 때 시들해질까봐 나는 거의 나를 알지 못했다 나는 거의 나를 그리워했다 나에게 매달리면서 나에게 칭얼대면서 나는 거의 나를 방전했다 나는 거의 바닥에 다다랐지만 나는 거의 그렇지 않았다 난초는 거의 시들었지만 난초는 거의 그랬다 그럼 불행하니? 라고 네가 물어서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푹신한 소파만 있어서 불행하고 달콤한 케이크만 있어서 불행하고 하루종일 놀기만 해서 불행하고 밤에 일하러 가서 불행하다고 말해서 나는 거의 불행하지 않았다
_「거의 난초」에서
시인은 “거의 그렇다는 말은 거의 그렇지 않다는 말”이라고 한다. 미결정의 상태, 이분법이 통용되지 않는 상태, 가능성의 상태를 부사 ‘거의’를 통해 제시한다. ‘점점’이라는 부사는 어떠한가. “가까운 곳의 양배추는 크고 먼 곳의 양배추는 점점 작아져서 실감이 났다/ 무려 점으로 추측되는 거리가 되었을 때 탄성이 새어나왔다”(「위치」)를 보면 “점점 작아져서”는 거리를 나타내는 동시에 한없이 작아진, 마치 세계의 시원(始元)과도 같은 상태로서의 ‘점(點)’이 된 상황으로도 읽힌다. 그러한 점과 점이 연결되면 다시 ‘점점’, 즉 조금씩 더해지고 거리도 부피도 커지며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나는 또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주어진 세계에 구속된 듯 보이는 언어를 그 조건에서 구해내 새로운 세계를 다시금 구축해내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의미이자 의무임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여기에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표제를 열어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로 무장한 이 시편들을 모두 통과한 뒤 마지막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표제의 문장을 다시 만날 때, 거기서 읽는 이 저마다에게 이상하고 자유로운 새 의미가 발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작가 소개
조말선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가 있다. 현대시동인상,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손톱처럼 더 가려는 성질
너와 바닥/ 열매들/ 씨 뿌리는 나와 불어나는 나/ 마음감별/ 야간조/ 한 방울/ 머리카락들/ 감수성/ 외국어 교본/ 게시물/ 환대/ 이파리들/ 심야/ 못 본 것들과 못 볼 것들/ 면적과 공간/ 대미지데님팬츠/ 숲으로
2부 무려 점으로 추측되는 거리가 되었을 때
위치/ 운동장/ 공원/ 점점 구름/ 시금치의 계절/ 놀이터/ 환대/ 소년/ 혀 스토리/ 아령들/ 크루아상, 풀, 졸음, 생이가래, 영악/ 돌아보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물질주의자/ 다른 거 없어요?/ 생활/ 다만/ 브레이크 타임
3부 하고 보니 거기서 거기입니다
수국/ 물방울/ 앞에서 오는 사람/ 두부/ 이행/ 대상들/ 공감대/ spot/ 못 되었다/ 정원/ 거짓말도 아니고/ 리셋/ 접시/ 접시의 인생/ 구름의 폭로/ 오후 두시의 야생딸기/ 일생은 아득하고/ 토르소
4부 얼굴은 들고 다니는 거라고 했다
토르소는 옷걸이입니까/ 입체적인 비/ 삶/ 심야식당/ 주인/ 불발/ 외모/ 궁지의 세계/ 비둘기/ 이름이 뭐지?/ 층층나뭇과에 닿으려면/ 거의 난초/ 패턴/ 미끄럼틀/ 일부/ 지금은 가고 있다/ 정오의 시소/ 풀숲/ 5호는 어디입니까
해설_대상-너라는 혁명, 항상 재개(再開)하는 시
조재룡(문학평론가)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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