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연미 시인의 첫 시집 『장미 감옥』은 색깔과 연계되는 시편들이 꽤 많이 눈에 밟히는데, 이는 대부분 무채색이거나 간간이 옅은 파스텔의 색을 호명한다. 시 속에서 발화하는 ‘흰’의 내막은 삶과 죽음을 간단하게 넘어서는 그림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는 그늘인가 하면 그늘을 지우고. 그림자인가 하면 다시 그늘을 거느리는 아주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빛과 그늘의 섞임, 그 어느 부근에 언어를 부려놓는다. 작고 힘없고, 어둡지만 가난하지 않은 그 그늘의 영역에서 시인은 과감하게 그늘을 부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는 힘없고 초라하고 무상한 광선들이 하얗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그렇게 흰 그늘을 거느린 그의 시 속에는 여성과 남성의 계도 지워버린 채 중성적 목소리의 화자가 종종 등장한다. 시와 시 사이의 행간처럼 그 무수한 침묵의 공간처럼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시 속 화자의 걸음은 빠르거나 느리지 않다. 앞을 향해 걸어가는 산 자의 걸음이라기보다는, 이미 다 살아서 건너간 저쪽에서 이쪽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슬픔을 넘어선 흰白, 즉 공空의 시선을 보유한다. 차라리 시인은 그 섬세한 밝음을 즐기면서 그늘에 깊이를 더해가는 고된 쪽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이 시집을 읽는 관건은 오연미 시인이 거느리고 있는 흰 그늘의 비밀을 이해하고, 확인하면서 자세하게 짚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 손현숙 (시인, 문학박사)
작가 소개
오연미
전남 해남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졸업
2012년 계간 [문학시대]로 등단
전북문인협회, 월천문학 회원
2022년 전북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2022년 시집『장미 감옥』 발간
목 차
1부 장미 감옥에서
베란다 - 17
안녕 정거장 - 18
흑백 - 20
겨울밤 - 22
슬픔이란 - 24
달로 가는 버스 - 26
민들레 영토 - 27
공중에 달린 집 - 28
하얀 바리케이드 - 30
검은 - 32
뱀의 가격 - 34
백야 - 36
장미 감옥 - 38
시클라멘 보석가게 - 40
물뱀이 되는 기분 - 42
볼록 눈 외계인 - 44
지구에서 - 46
제비 - 48
하숙생 - 50
2부 장미라는 계단과
나대지 - 55
이렇게 좋은 밤 - 56
칠엽수 - 58
뿔 - 60
순례자 - 62
미러와 루머 - 64
멀미 - 66
장미와 계단 - 68
미스 김 라일락 - 70
고등어 - 72
브레이크 타임 - 74
빈 노트 - 76
복도 - 78
다정히도 슬픈 - 80
이별은 힘을 풀어버린 - 82
종려나무 - 84
하얀 - 86
붉은 흰 것 - 88
3부 장미의 용암을
짜장면 간판이 있는 골목 - 91
구름, 꽃, 베이스 - 92
동물원에서 - 94
장미라는 용암을 - 96
촛불처럼 - 98
고래 한 마리 - 99
헐크처럼 - 100
슬픔은 다랑이처럼 - 102
화장 - 104
몸 전부가 따뜻한 - 106
그런 날씨가 있다 - 108
가재 이야기 - 110
로맨티스트 - 112
빈집에서 - 114
바다는 나무를 - 116
나무는 구멍을 - 118
플라스틱 화분을 - 120
순천만 - 122
사진 수업 - 124
3월 - 126
2월 - 128
해설 / 손현숙(시인, 문학박사)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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