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상의 구석구석 한눈을 팔아
무궁무진한 세상의 가능성을 팔기
별걸 다 파고드는 광고 AE의 다중생활
“끝없이 한눈팔며 별걸 다 파고드는 나는, 계속해서 그럴 예정이다. 한쪽 눈은 광고에 팔고, 다른 눈은 세상에 팔고.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내가 파고들 숫자를 한없이 늘려가면서.” 광고 AE 김혜경의 『한눈파는 직업』이 출간되었다. 광고 일과 글쓰기 둘 다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파는’ 일의 여러 가지 해석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한다. 글쓰기는 나만의 생각을 ‘파는’ 일이며, 광고는 나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디어까지 ‘파는’ 일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나 자신을 ‘파내는’ 일이기도 하다. 금세 동나는 나를 채우기 위해 저자는 끊임없이 한눈을 ‘판다’.
한눈파는 와중 다시금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괴식이라 불리는 음식들에서 떠올리는 이색적인 것들의 조합,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생각하는 찰나의 정교함, 작업실을 구하다가 만난 부동산 중개인의 최선을 다한 사탕발림에서 그는 광고와의 연관성을 발견한다. ‘넘어져도 계속되는’ 운동인 주짓수에서 다정한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술 중 하나인 ‘안고 쓰러지기’를 통해 직장에서의 안쓰러운 일화를 기억한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술, 병차(餠茶), 명상과 달리기, 낯선 곳으로의 랜덤 여행, 타투, 강아지 똘멩이와 함께하는 삶 전부 저자에게는 세상을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채우는 일이며, 모두를 파고들어간 흔적인 이 책은 인간 ‘김혜경’의 존재를 증명해줄 또 다른 지금이 된다.
끊임없이 바뀌는 ‘동사’의 삶을 살고 싶다
“낮에는 광고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글을 씁니다.
낮밤 없이 살 때도 있습니다.”
시 읽기와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한 회사 동료와 함께 술 마시며 시를 읽는 팟캐스트 〈시시알콜〉을 진행한다. 어느덧 팟캐스터로서의 생활이 6년째에 접어들면서 ‘본캐’인 광고 AE와 그 무게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아무튼, 술집』을 출간한 이후부터는 독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글쓰기 모임을 갖는 등 본격적인 에세이 작가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작가 김혜경, 직장인 김혜경은 서로를 혼내고 자극한다. 작가 김혜경은 직장인 김혜경이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도록, 직장인 김혜경은 작가 김혜경이 원고 마감에 늦지 않도록 훈수를 둔다. 두 가지 입장에서 모두 일해본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다. 그렇지만 이 다중생활에는 고민의 흔적 또한 역력하다. 인간의 몸은 무처럼 조각내어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그렇다. 광고 AE 김혜경은 수상한 합성어와 잘못된 표현 들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고민하면서도 그러한 업계용 은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광고인들의 애환을 이해한다. 글을 쓰는 김혜경은 죄송과 유감, 송구를 놓고 그 사용법에 골몰하고, ‘감사합니다(한자어)’와 ‘고맙습니다(순우리말)’의 차이를 깊이 인지한다.
따라서 그는 자신을 하나의 명사로 정의하기를 거부하기로 한다. 단어 하나로 누군가의 전부를 대변할 수 없듯, 직업 너머에 있을 또 다른 자아의 자리를 남겨둔 채, 현재 진행 중인 동사로 자신을 설명하기로 한다. 이는 여러 직업을 가진 이른바 ‘N잡러’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애쓰는 현대의 직장인들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어느 한 직업 혹은 소속된 집단으로 스스로를 대변하는 일을 다시금 고민해보게 한다.
회사 다니는 작가인지, 글 쓰는 직장인인지. 살다 보면 내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 또 궁금해질 날이 오겠지만, 그 답을 지금 당장 내리지는 않기로 했다. 내가 앞두고 있는 밸런스 게임은 그게 아니다. 양 끝에 각각 직장인과 작가라는 자아의 추를 매단 채 끝없이 기우뚱거리는 저울처럼 살고 있을지라도, 그 중심은 어쨌거나 나라는 걸 명확히 아는 것. 그렇게 중심을 잡는 게 내가 해야 할 밸런스 게임이다. 나는 직장인이거나 작가이기 전에, 뭔가를 하는 김혜경일 테니까. 직장인이나 작가라는 명사로 규정되지 않는, 끊임없이 바뀌는 동사의 삶을 살고 싶다. 어떤 문장이 되든 주어는 나일 테니.
―169~170쪽
사소한 선택의 순간들을 엮어
유일한 나만의 인생을 만드는 일
광고회사 AE가 예고하는 더 나은 삶
면접관: 영화를 찍고 싶어 했는데, 광고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
김혜경: 아무리 망한 영화라도, 예고편만큼은 재밌더라고요.
『한눈파는 직업』의 저자 김혜경은 이 한 권의 책을 자신의 ‘예고편’이라고 소개한다. 이때 예고편이라는 말은 미완의 의미라기보다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본편의 매력적인 장면만을 쏙쏙 뽑아내어 극대화했다는 뜻에 더 가깝다. 추천사를 쓴 김하나 작가의 말을 빌리면 광고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그 실체가 더 궁금해지는 이러한 예고의 성격은 저자 자신의 글쓰기와 광고라는 일의 현장 그리고 더 많은 선택의 영역들을 아우른다.
광고회사의 AE로 9년째 일하고 있는 김혜경은 광고에 관해 ‘끝없이 예고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낯선 직업명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수식어를 동원하다 찾아낸 그만의 방식이다. 그에 따르면, “광고는 끝없이 예고한다. 아무리 구린 인생이라도, 우리는 무언가로 인해 나아질 수 있다고.” 30초, 짧게는 15초 남짓한 광고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제품 그리고 그로 인해 나아질 세상을 보여준다. 의자가 세상을 누비게 해주는 도구가 되고, 운동화가 도전의 원동력이, 탄산음료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누구보다 광고에 혹하는 대상이 바로 광고 담당자들이라고 언급하면서, 그 또한 수많은 광고 제품을 선택해왔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태도가 남을 흉내 내는 것이지는 않을까, 이른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이 아닐까 고민하던 순간도 잦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속담에서처럼, 황새는 조연일 뿐이며 인생의 주인공은 나(뱁새)라는 지점을 깨닫는다.
각각의 선택지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선택이 더해질 때마다 겹치는 사람들이 줄어들 테고, 결국 이 모든 선택들이 합쳐진 내 인생은 유일하지 않을까. 아무리 평범해도, 나의 경험과 똑같이 겹쳐지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 테니까. 80억이나 되는 사람들 중에 나뿐이라니, 정말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이지. 나뿐만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다 그렇다. 나는 가랑이가 안전한 귀여운 뱁새들로 가득 찬 세상을 꿈꾸며 모두에게 외친다. 이 제품을 사세요. 황새는 아니라도 특별한 뱁새가 될 수 있어요!
―34쪽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보는 사람, 눈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경험해보는 사람, 궁극적으로는 의외의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사람, 김혜경. 그가 지나온 길에는 어느새 그가 꾹꾹 눌러 찍은 지문들이 선명하다.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광고 영상에는 다 담기지 않은 이 예고편을 들여다볼 누군가에게 대신 전해주고 싶다. 그의 인생에서 이어질 본편이 곧 개봉박두하리란 사실을.
작가 소개
김혜경
낮에는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낮밤 없이 살 때도 있다. 애를 쓸 바에야 간을 쓰는 헤비 드링커다. 제일 좋아하는 술은 지금 마시는 술. 가리지 않고 마시고 취하길 즐긴다. 독서, 특히 시 읽기를 좋아한다. 시 읽으며 술 마시는 팟캐스트 〈시시알콜〉의 술 큐레이터 ‘풍문’으로 활동하며 교양 넘치는 주酒류 문학 페어링을 선보인다. 반려견 똘멩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덕분에 동물을 좋아하게 됐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도 열성을 다한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광고회사 일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언제나 바쁘다. 세상에는 좋아할 만한 것이 더 무궁무진하리라고 믿는다. 쉴 새 없이 한눈파느라 눈이 뻑뻑할 지경이다. 저서로는 『아무튼, 술집』 『시시콜콜 시詩알콜』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광고를 파는, 한눈파는, 별걸 다 파고드는
1. 광고회사로 출근합니다
개봉박두 내 인생
인생도 사는 것이고 물건도 사는 것이라서
찍먹파 경험주의자의 괴식 유랑기
랜덤 여행을 떠나요
인스타그래머블 라이프
부동산에서 만난 선배님
아주 개인적인 광고업계 용어 사전
대충 힘내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2. 하루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보냅니다
최초의 사회생활은 노래방에서 시작되었다
마음에 적립되는 평양냉면의 행복
송구스럽습니다만 고맙습니다
후배와 꼰대는 함께 탄생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안주 삼는 나의 앤술러지
피 대신 기름 튀기는 직장인
현생의 노력이 가상하다
CC, Company Coworker? Company Couple? Chaos Creators?
사랑도 회사도, 나의 반쪽은 나에게 있다
3. 퇴근 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낮에는 광고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글을 씁니다
생리를 앞둔 아이 없는 삼십대 기혼 여성입니다만
몸도 마음도 강한 여자가 될 거야
쓰러져도 괜찮은 주짓떼라-이프
눈물의 부대찌개가 흘렀다, 아이슬란드로
자소서는 지금도 업데이트 중
글쓰기 캠프의 카레
나는 팟캐스터다
나는 개와 함께 산다
에필로그 지금까지 2022년을 살아가는 김혜경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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