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제 20여 년이 흘러 접어두었던 묵은 보따리를 다시 풀어 첫 산문집을 내게 되었다. 나의 작품집으로 9번째이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원로예술인 창작지원금을 받은 덕이다. 움츠렸던 달팽이의 외출이다. 어쩜 나는 달팽이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무겁고 힘들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내게 지워진 짐은 그저 힘든 짐이 아니라 나의 집이다. 어디를 가도 벗어버릴 수 없는 내가 지고 살아갈 집이다. 짐 없는 삶이 어디 있고, 집 없이 어찌 살랴, 짐을 내려놓고 집을 벗어나면 죽음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답답한 모습도 세상 물정 모르고 무딘 걸음으로 길 위에 나선 늦깎이의 모습이다. 그래도 가만히 두면 목적한 곳을 향해 간다. 가는 길에 고개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고, 빛을 볼 수 있고, 머리 숙여 꽃향기도 맡을 수 있다. 그리 살면 된다. 느리게 가도 달팽이는 뒤로 가지 않는다. 나도 그럴 것이다. 현재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김귀자
시인, 아동 문학가
강원도 원주 출생
2000년 <믿음의문학> 동시, 2001년 <아동문학연구> 동화, 2002년 <문예사조> 시 신인상 등단
동시집 <반달귀로 듣고> <옆에만 있어줘> <내 눈은 USB>
시집 <백지위의 연주> <백지가 되려하오> <유년의 뜰 고향집은 온통 꽃밭이었다>
동화집 <종이피아노> <마음을 찍는 사진기> 외
천강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세종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불교청소년도서저작상 등 수상
<옆에만 있어줘> 2019 우리나라 올해의 좋은 동시집 선정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카톨릭 문인회, 한국동요작가작곡가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새싹회, 안양문인협회 이사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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