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잊고 있던 나의 이름은?”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한 그림 에세이 《또 다른 이름》
지금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나요? 엄마, 딸, 아내, 며느리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만 불리고 있진 않나요? 책고래숲 여섯 번째 이야기 《또 다른 이름》은 김태란 작가의 자전적 그림 에세이입니다. ‘김태란’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게 되는 과정을 짧은 글과 담백한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바람과 푸른색을 좋아하던 김태란 작가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김태란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입니다.
엄마도 성장통을 겪는 존재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작가는 마흔이 넘어서 늦깎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낯선 이름이었지만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지요. 아이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고, 아플 때도 있었지만 아이는 세상의 전부인 듯 기쁨과 행복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겨나고 점점 쌓여갔어요. 어떤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지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늘어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 아이는 좀체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작가 역시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한테 ‘거부’당한 것 같았지요.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고 지나가는 과정이란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엄마도 큰 성장통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도 아이도 때가 되어 서로에게서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그렇게 더 성장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많은 부모가 육아를 하면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할 미숙한 존재라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무언가를 잊은 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다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으며 살고 있는데 나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지요. 결혼과 육아 이전에 나는 어떻게 살았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시계의 태엽을 거꾸로 돌려보게 됩니다.
자신의 밭이 어떻게 변해 가는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육아에 전념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자갈밭이 되어 있더라
《또 다른 이름》은 작가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백과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고용중단 여성’이라고도 하지요. 근무 역량은 있으나 출산이나 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결혼과 출산 문제는 단순히 문제가 아니라 결혼기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등 또 다른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요. 정책이나 지원이 늘어나고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자리는 무거울 뿐만 아니라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또 다른 이름》의 담백한 그림과 이야기가 가볍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신의 밭이 어떻게 변해 가는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육아에 전념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자갈밭이 되어 있더란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잊고 있던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되찾다
《또 다른 이름》에서 엄마는 잊고 있던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되찾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던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말이죠. 그 덕분에 거부당했다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이와 다
시 연결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또 다른 이름들을 떨쳐버릴 순 없지요. 잊고 있던 이름을 다시 찾긴 했지만 예전의 나로 곧장 돌아갈 수는 없기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럼에도 작가는 지금의 자리를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요. 늦으면 늦은 대로 또 다시 시작하겠다는 작가의 마음에 푸른 바람이 붑니다. 이 푸른 바람을 더 많은 엄마들과 함께 맞고 싶은 바람을 《또 다른 이름》에 실어 보냅니다.
작가 소개
김태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ʻ나ʼ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들여다본 나의 땅은 잡
초가 무성하고 돌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붓을 잡았지만 굳은 땅을
뒤집고 부드럽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겠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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