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파리 건축가, 의상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브랜드 론칭까지
저지르는 순간 나도 세상도 변한다!
거대한 건축부터 밀리미터 단위 디자인의 세계까지 넘나든 한국인 유학생의 아주 특별한 성장기
‘봉주르’라는 간단한 인사말조차 하지 못했던 유학생에서 건축학교 졸업과 동시에 파리의 유명 건축회사에 입사한 건축가, 정규 의상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퇴근 후 밤낮으로 미싱을 돌리며 2019년 SS20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한 의상 디자이너, 그리고 모듈형 지갑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디자인 브랜드를 론칭한 사업가가 되기까지…… 떠오른 아이디어는 일단 실행하며 과감한 도전을 이어온 한주희의 첫 번째 에세이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책을 펼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600만 원을 들고 떠난 프랑스에서 어렵게 얻은 건축가라는 화려한 명함을 던져버리고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의상 디자인에 뛰어든 한주희의 이력에 가장 먼저 놀라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무일푼 유학생의 화려한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평범한 누군가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낸 과정을 담은 성장기에 가깝다. “도전은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 여기며 피하기에 급급했던 한주희가 마음속에 숨어 있던 강렬한 열정을 되살리는 과정을 따라 읽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잊고 살았던 꿈과 열정이 되살아난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싸우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도전해온 한주희의 진솔한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응원으로 다가갈 것이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어른이 아닌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한 어른이 되고 싶다.”
‘파리 건축가, 의상 디자이너, 디자인 브랜드 사업가.’ 한주희를 수식하는 말들은 이처럼 다채롭지만, 과거의 한주희는 ‘남들 따라’ 선택을 하는 게 가장 편하고, 특별한 생각이나 고민 없이 주어진 하루를 관성처럼 사는 게 익숙했던 사람이었다. 뚜렷한 꿈과 취미도,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도 없다 보니 어머니의 권유로 건축학과를 선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될 수 있는 한 남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며 무색무취의 삶을 살던 한주희의 단조로운 인생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면서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1부. 파리의 건축가, 디자이너가 되다」는 프랑스에서 만난 색다른 경험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깨닫고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여정을 담았다. 프랑스 길거리에서 마주하는 프랑스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어와 다른 어순에 “프랑스어 듣기책에서 들을 수 있는 정확한 발음과 편한 목소리 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단순한 일은 물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까지 프랑스어 실력은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그토록 막막했던 프랑스어는 직접 옷을 만들면서 의외의 전환기를 맞이하며“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장소와 직급,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신기한 의상에 말을 걸어오고 자연스레 옷을 주제로 대화하는 일이 늘어났다. 옷감을 사기 위해 들른 상점에서 일하는 판매원, 2019년 SS20 파리 패션위크에서 알게 된 의상 업계 사람들, 그리고 제대로 말을 섞어본 적 없던 건축회사 동료들까지 의상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고 나자 언어의 장벽은 눈 녹듯 사라졌다.
좋아하는 게 많아질수록 자신을 표현할 말 또한 많아진 한주희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정체성과 취향을 발견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그런 한주희가 건축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이력서를 재정비하며 내린 결론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력서를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보여주는 게 경쟁력이라는 생각에 곧장 실행에 옮겼다.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셀프 사진을 찍어 건축회사 이력서에 의상 포트폴리오를 함께 첨부했고, 이는 곧 ‘유명 건축회사 합격’이라는 성취가 되었다.
건축가로 일하며 수많은 주거도면을 그렸지만, “건축가로서 설계했던 공간은 현실 속 월급쟁이가 누릴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공간은 제약이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구한 집은 지붕 밑 자투리 장소, 일명 ‘하녀 방’이라 불리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 집의 유일한 지붕창을 통해 보았던 하늘은 어디에서든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는 영감으로 이어졌고, “사막 한가운데 놓인 원형 인공 오아시스”라는 아이디어로 스페인 IMOA 건축 공모전 대상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회사와 작업실을 오가며 건축도면과 의상 패턴에 선을 그려나가던 한주희는 한 가지 명쾌한 사실을 깨닫는다. 지금까지 잘해온 건축만큼 의상을 좋아한다는 것. 남들이 내린 결정을 따라 수동적으로 변해가던 직장인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한주희는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며 ‘실패 또한 온전히 감당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건축회사를 그만둔다. 하루하루 밀리미터 단위의 소소한 성장을 쌓아오던 한주희는 어느덧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 하다가 말았네’라며 자기혐오에 빠지던 내가
이제는 ‘해낼 수 있다’라고 외치며 자기 확신을 가지고 원하는 일에 뛰어든다.”
「2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장합니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한주희의 독특한 관점과 실패에서 얻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재밌는 걸 만들어나갈수록 취향 또한 선명해졌다. 의상을 제작하며 패턴과 색감에도 고스란히 취향이 반영되었고, 비닐로 옷을 만들면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나고 신체의 일부를 투명한 부분이 흥미롭게 보이게 한다는 점을 발견하며 “이게 나의 취향이고, 나의 이런 취향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난다.
체형에 따라 같은 가방도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발견하자 “새로운 놀잇감을 찾는 마음으로” ‘겁 없이’ 뛰어들었던 가방 제작. 구체적인 고민 없이 시작된 사소한 행동은 이후 동료와 동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어 삶에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길을 걷다 동료와 즉흥적으로 서로의 소매를 지퍼로 분리해 바꿔다는 경험은 어른이 되어 잊고 지냈던 순수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건축과 의상이라는 너무도 다른 두 분야를 병행하며 경험한 시너지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찾는 사고방식으로 뻗어나간다.
해외여행을 할 때 두 나라의 화폐가 섞였던 경험은 동전과 카드, 지폐 부분이 분리되어 원하는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지갑이라는 아이디어로 발전, 디자인 브랜드 ‘디렉(DERECC)’을 탄생시킨다. 지갑 프로젝트의 중추적인 요소였던 스냅단추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동대문과 신설동 가죽거리를 오갔던 경험, ‘설계나 디자인보다 훨씬 어려웠던’ 브랜드명을 짓는 과정을 거치며 “창작이자 사용자”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일이 ‘또 하고 싶은 재밌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재밌어 보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온 한주희는 마침내 ‘어떤 상황이나 분야든 완주하는 법’을 터득한다.
성공과 실패라는 단추를 성실하게 채워나가며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낸 한주희의 이야기는 도전해보는 경험 자체로 채워진 인생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를 전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려움과 망설임이 앞서는 이들이라면,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떠오르는 생각을 일단 실행해보면 어떨까. 매일매일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 어느새 인생이라는 큰 스케일을 자신만의 색과 취향으로 채우게 된 한주희처럼, 도전하는 길 위에서 누구도 정의 내리지 못한 자신만의 재미와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한주희
2006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 말라케 국립건축학교 건축석사 졸업과 동시에 데소 건축사무소에 입사, 이후 장 누벨 건축 및 디자인회사로 옮겨 건축가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디자인하기 시작하면서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도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건축가로 보장받은 미래를 포기하고 패션회사를 창업하며 취미에 불과했던 의상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의상과 관련한 정규 교육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미싱 앞에서 수많은 밤낮을 보낸 뒤 2019년 SS20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현재는 한국에서 디자인 브랜드 ‘디렉(DERECC)’을 론칭해 지갑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며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몰두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건축을 오래 하고 싶어서 옷을 만듭니다
1부 파리의 건축가, 디자이너가 되다
프랑스 여행과 프랑스 생활의 차이
언어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 아이처럼 말하는 어른
다른 방식으로 세상 보기
가장 나다운 프랑스어 / 정반대인 한국과 프랑스의 날짜 표기 방식 / 또 다른 나 / 직접 옷을 제작하며 만난 파리의 또 다른 모습
건축회사 이력서가 된 나의 첫 의상 포트폴리오
나는 누구인가 /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가치
프랑스 친구들 1: 나의 사업 파트너
사업 파트너 에르네스토 / 자신의 일에 푹 빠진 파리의 재봉사
프랑스 친구들 2: 인생에 모범 답안은 없다
개성과 도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건축 책임자 / 계속해서 자신을 실험하는 필리포 / 이상과 현실을 꿰뚫어보는 마갈리 / 디자인과 건축의 시너지를 꿈꾸는 박원민 /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에르네스토 / 소신대로 삶을 구축하는 디자이너
건축가의 집
파리 9구에 마련한 ‘하녀 방’ / 파리 17구의 집 / 파리 11구 드게리 거리의 책상 하나 / 파리 20구 소르비에 거리의 24제곱미터 작업실
건축회사를 그만둔 이유
2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장합니다
건축가에게 낯선 ‘밀리미터의 세상’
‘날것’의 나로 산다는 것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처음 외출하던 날
취향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비닐이 좋은 이유
새로운 놀잇감을 찾는 마음
서로의 공통분모를 만들었던 시간 / 어느 날 문득 가방을 만들고 싶었던 건축가들 / 엉뚱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시간 단 몇 초
건축가가 지갑을 만드는 방식
지갑을 해체하다 / 프로젝트의 필수 요소, 스냅단추 / 브랜드명을 짓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세상, ‘창작 플랫폼’
꽃피지 못한 아이디어 / 누구에게든 처음은 있다
제품이 아니라 내 생각을 팔고 싶다
‘해본 일’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만드는 시너지 / PLAYFUL, 놀이처럼 / TRANSFORMABLE, 변형 가능한 / SUSTAINABLE, 지속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에필로그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걸림돌 아니면 경험의 발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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