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하여
“내가 타인에게 바라는 이웃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을까요. 이웃의 등급을 나누고 자격을 따질 시간에 서로 돕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살아간다는 일의 고단함을 체념이 아닌 용기와 지혜로 끌어안을 수 있을까요.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책을 펴냅니다.” _작가의 말에서
작가 허지웅은 다섯 권의 책을 펴내면서 다각적 문제 제기를 해왔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픔을 들여다보며 주변의 분노와 불신을 거두기 위해 애써왔다. 엄혹한 불의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우는 사람들의 눈물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그런 그가 언젠가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 ‘이웃’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최소한의 이웃》은 “코로나19의 살풍경이 시작될 때”부터 거리두기를 중단한 현재까지 보고 듣고 읽고 만난 세상에서 기인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몸과 마음의 평정을 잃었고 사람 간의 벽은 높아졌고 피해의식은 나날이 커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떻게 함께 잘살 수 있을까를 다시금 고뇌했고 글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담금질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조용하고 겸허하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며 힘과 용기를 주는 책. 최소한의 선한 이웃들이 모여 따스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고마운 책이다.
절망과 희망, 파괴와 회복,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시대 너와 내가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
《최소한의 이웃》을 관통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 공동체의 이웃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말하자면 너와 나의 이야기다. 작가는 한량처럼 팔짱을 끼고 우리 공동체의 불행을 관람하지 않는다. 막장으로 들어가는 광부처럼 슬픔 안쪽으로 들어가 슬픔의 근원을 파헤친다. 궁극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때론 부드러운, 때론 강골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이 책은 전염병이 퍼지면서 모두가 보통의 삶을 되찾으려 안간힘 쓰는 시기에 쓰여졌다. “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공존: 이웃의 자격” “반추: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 “성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사유: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등 총 6부 154편에서 더불어 살기 위한 가치를 되짚으며 겸허히 말을 건다.
1부는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을 그려본다. 가족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한 남자가 20년 만에 가족을 되찾기까진 “자식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아들이 혼자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리모컨 사용법을 써내려가는 마음에는 염려와 아량이 깃들어 있다는 것.
작가는 주변인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 “나눌 줄 모르는 둘보다 나눌 줄 아는 하나가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되짚으며 한 가지 통찰에 이른다. “내가 쓰는 건 글이지만 결국 상대하는 건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2부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상식을 이야기한다. 러시즘에서 갑질 사건, 학교폭력, 의전 공화국 문제, 구급대원 폭행 문제, 비혼모 문제까지 원칙과 상식이 기울어지거나 침몰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찰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소한의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느끼는 세상이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게 아닌 “이웃을 향한 배려만이 환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제시하며,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은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3부는 “이웃의 자격”을 묻는다. “남의 가족 문제에 참견하는 게 될까 봐” 아동학대에 침묵하는 것이 옳은가. 장애인이 “격리되고 분리되어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아닌가. 따돌림 문화에서 나는 “완전히 결백한 사람”인가. 타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 선을 넘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
우리가 서로의 안녕을 빌며 살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선악을 구분 짓거나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의 상처를 지나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며 이웃의 자격이라고 말한다.
“이웃을 돕는 일이 손해나 오해를 낳지 않는다는 걸 사회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 마음뿐 아니라 행동 또한 그처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남에게 무조건 베풀라는 강요가 아닌 서로가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과 약속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함께 살기 위한 최소한의 가치에 대한 사유는 4부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와 맞닿아 있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역사를 알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영속적 지배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조선 시대 광해군의 이야기에서 80년 광주까지. 고대 문명에서 중국 6·4항쟁까지. 역사의 흐름에서 현재를 바라보며 지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소신을 보여준다.
“시대의 비극으로부터 일어나 회복으로 이끄는 힘은 세련되고 거창한 말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격한 우격다짐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거창하고 과격한 것들에 휩쓸리지 않는 평정과 극단의 열기를 경계하는 온화함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위기 또한 같은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5부와 6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성찰”과 “사유”의 기록을 모았다. 작가는 “소라게”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운 경험을 풀어놓는데, 소라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확한 크기의 집을 알고” 있어, “집을 옮겼다가도 필요한 것보다 크면 원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 또한 “자신이 건사할 수 있는 욕심의 크기를 알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 서로의 욕심을 부정하지 않고 서로 돕는 방식으로 아무도 실패하고 뒤처지는 동료 없이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되묻는다.
이런 사유는 톨스토이가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책에서 전한 교훈과 이어지는데, “충분히 만족하고 평안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이 눈앞에 있음에도 기회를 망치는 건, 언제나 조금 더 크고 많은 걸 갖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가는 지독하리만큼 철저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잘못을 저질러놓고 반성하지 않았는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는 않았는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과몰입하지 않았는지 집요하게 물으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타인의 잣대에 휘둘려 나의 가치를 바닥에 두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비참하지 않게 비애를 감싸 안는 힘
우리 공동체를 오래 들여다보고 내면을 다듬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눈물을 쏟지 않는다. 어떻게든 버티고 감싸 안으며 평정을 회복하려고 안간힘 쓰는 한 사람의 분투가 스며 있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관용을 베풀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조직적인 학교폭력과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감경이 아닌 “무관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원칙의 각을 세우면서도,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라고 이야기하며 너그러움을 잊지 않는다.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논하지 말라.” 즉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작가는 책 속에서 아시타비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분노와 분열을 막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공격하고 혐오하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옳음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옳음을 경청하는 것. 그런 이후 서로의 견해를 모으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 오직 그 순간 시대의 상식이 결정되고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코 선한 것과 악한 것 혹은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명쾌하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그 사에는 반드시 회색지대가 존재하며, 입장과 관점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례함과 비겁함으로 점철된 세상엔 “정직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며, 그런 행동들이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꾸어내는 놀라운 일”을 만든다.
최소한의 이웃이란 “구제될 사람의 자격을 가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능력 중 하나인 “공감하는 능력”을 적재적소에 쓰는 사람, 최소한의 염치와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 나의 안녕을 바라는 만큼 타인의 안녕을 바라며 더불어 사는 사람이 아닐까. 그는 정중히 부탁한다. “우리 같이 삽시다”라고. 부디 이런 부탁은 널리 퍼져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허지웅
《필름2.0》과 《프리미어》《GQ》에서 기자로 일했다.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살고 싶다는 농담》,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목 차
작가의 말
1부. 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2부. 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3부. 공존: 이웃의 자격
4부. 반추: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
5부. 성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6부. 사유: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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