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시집은 세상의 얼어붙은 마음들에게 띄우는 절절한 연애편지!
■ 편집자의 책소개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얼마나 모래사막일까
겨울나무에 낙엽이 다 떠나버린 것 같겠지
그대 눈동자 속으로
출근 못 하는 날은
세상살이 힘들고 고달픈 날
제발 아프지 마
그대 아프면
이 세상 사람들
슬픈 인형으로 보이니까
아프지 마
당신만 생각하며
젖 먹던 힘까지 내봐
나는 착하디 착한 당신 위해
내 영혼의 피로 시를 쓸게요
_「당신, 아프지마」 전문
계간 <애지; 반경환 주간>에서 발행하는 ‘지혜 시선’(J.H CLASSIC 078)에서 송유미 시인의 개정 시집 『당신, 아프지마』가 2022년 발간되었다. 송유미 시인은 {부산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시) 당선하였으며, 시집으로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당나귀와 베토벤』,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등을 상재한 바 있다.
“신산스런 우리들 일상마저 서정으로 승화해 보이고 있다”라는 평을 들으며 등단한 송유미 시인은 코로나19 시국, 저마다 고립된 채 홀로 아픈 존재들의 캄캄한 삶 속에 『당신, 아프지마』라며 사랑의 촛불을 밝힌다.
송유미 시인은 ‘당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매일 ‘그대 눈동자 속으로’ 출근한다. 그러나 시인조차도 ‘세상 살이 힘들고 고달픈 날’은 당신들의 눈동자 속으로 출근할 수 없다. 홀로 아픈 삶 속에서 송유미 시인이 보여주는 타자에 대한 사랑은 만날 수 없는 그대들의 별빛 같은 영롱한 눈동자 속으로 출근하며 ‘그대 아프면 이 세상 사람들 슬픈 인형’으로 보이기에 ‘제발 아프지마/ 당신만 생각하며 억지로 힘을 내봐’라고 청원한다.
“송유미의 사랑시는 세상의 얼어붙은 마음들에게 띄우는 절절한 연애편지다” (최영철 시인)
‘버튼을 누른다/저 어두운 세상에 갇혀 있는 너에게로 /따르릉/따르릉/살아있다는 기별을 울리고 있다// 발신음이 떨어지지 않는 고장 난/전화기 앞에서/까맣게 어두워진 마음을/따르릉 /따르릉 /살아있음의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시절 인연」 일부
송유미 시인에게 사랑은 부재 하는 것이나, 그 부재를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끝끝내 사랑을 존재케 한다. 그것은 ‘고장난 전화’앞에서 ‘까맣게 어두어진 마음으로’, ‘저 어두운 세상에 갇혀 너에게로’ 끊임없이 ‘따르릉’ ‘살아있음의 경보’를 울리는 일과 같다.
시와 사상 발행인이었던 고 정영태 시인은 “사랑은 상대에게 “살아있음”을 일깨워 주며, 상처의 치유는 우리의 존재를 다시 소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존재의 생명을 이어가게”한다 “살아 있다는 기별”과 “살아 있음의 경보”를 사랑하는 이에게서 들을 때, 존재자로서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음을 깨닫고 생명의 환희와 희열에 잠기게”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송유미 시인은 삶의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생존해 나아가는 존재들이 보여주는 생의 경이로운 순간들을 시의 언어로 포착해왔다. 그것은 절망과 비극의 잿더미 속에서 발견해 낼 수 있는 빛나는 생의 순간들이었다. 고통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시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터득한 이들의 삶 속에서 생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낸다. 그렇기에 시인의 시로 부터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을 얻게 된다. 「황금빛 아침에 도아에게 주는 詩」는 ‘우리의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손바닥을 땅에 짚고 일어’서게 하는 사랑이며, 그 사랑은 ‘가장 힘없는 풀들이 손과 손을 잡고 스크럼 짜며 일어’서게 하는 힘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 있었던 두 다리가 내일 사라’진 절망 속에서도 시인은 늘 “천길 벼랑에 매달린 한 떨기 꽃”처럼 피어 있기에, 그의 시는 죽은 내 영혼을 살려낸다. 『당신, 아프지마』는 ‘온통 숯검정뿐’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고독한 당신에게 ‘먼동’처럼 다가와 “황금빛 아침”을 선사할 것이다. (김다연 시인).
백제 미륵사지에서 보았습니다. 캄캄한 벼랑을 만난 신라 마지막 사랑이 어질어질 손바닥을 땅에 짚고 일어서는 것을요. 우리의 쓰러진 마음은 누가 일으켜 세웁니까. 가장 힘없는 풀들이 손과 손을 잡고 스크럼 짜며 일어섭니다. 오늘 있었던 두 다리가 내일 사라졌다면 그 절망의 단애 끝에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양팔을 벌려보세요. 햇빛 가루 날리는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나고 바람이 그대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천길 벼랑에 매달린 한 떨기 꽃이 행려병자의 죽은 영혼을 살려내기도 합니다. 도회 가로수 그늘 아래 빌어먹고 살아온 낯짝으로는 감히 알지 못할 것입니다. 철통같은 국경을 오체투지로 넘어온 서동방의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은 부서져 내릴수록 사직社稷으로 일어섭니다. 가고 없는 쓸쓸한 잿더미 위에서 소금佛 하나 둘… 일어섭니다. 그대, 두 눈이 있다가 사라진다 해도 두려워하지 말아요. 둘이 있어도 마음이 어두우면 온통 숯검정뿐입니다. 먼동은 가장 먼저 눈을 뜬 자에게만 황금빛 아침을 노래하니까요
-「황금빛 아침에 도아에게 주는 詩」 전문
작가 소개
목 차
차 례
시인의 말 5
1부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
당신의 집 12
횡단보도 강 ―최정례 시인께 13
황금빛 아침에 도아에게 주는 詩 15
찔레꽃 당신 16
당신, 아프지 마 ―연두에게 17
동백꽃 우체국 18
色界 ―선표에게 2 19
꽈리꽃 피리 불면 20
날마다 기적 21
화양연화 ―굴참나무 편지 22
첫사랑 乭伊 23
관촉사 우체통에는 동박새가 운다 24
장안사 홍매화 25
탱자의 편지 26
그대는 선물처럼 내게로 왔어 27
전등사 가는 길 28
그대에게 바치는 詩 30
처용 아바타 31
사랑海 가면 32
2부 슬픈 것들을 그리워 하자
모란실로암 공원 ―k선생께 34
분수 35
푸르르게 슬픈 것들을 그리워하자 36
눈썹달 38
지하 2층
노래방에서 걸어 올라온 오리나무 39
五六島 40
종이 여자 41
아마島 42
미조迷鳥 43
종이달 44
모텔 선인장 45
길상사 나무 우물 46
상원사 봄 47
황금나팔꽃 호른 48
당신은 나의 운명 ―P兄께 49
3부 흐르는 거울이 되어
당신, 사막을 좋아하세요 52
동화사 벚꽃
위에서 볼까 아래서 볼까 53
꽃팔자 물팔자 54
꽃무릇 불꽃축제 55
밤이면 쓰다만 시를 쓰고 56
강철氏 사랑살이 57
그대에게 가시 없는 장미를 58
빨간 공중전화 59
오늘도 소월의 비는
초량동 외국인 거리에 와서 내린다 60
관계 63
위험 수위水位 64
오후 세시의 모정 65
울룰루 가는 길 ―선표에게 66
보리문둥이 서울여자 67
연탄의 노래 ―토토에게 68
4부 마음은 천이나 진정은 하나
갈대 70
눈먼 거북이와의 대작 71
너희 동네 공중전화기는 당나귀의 귀 72
通房 74
쓸쓸한 당신 무덤은 누가 위로하는가
― 아버지의 동전 기타 76
고등어 시절 78
몽당연필로 쓴 詩 ―청송 가는 길 79
폭포 80
해마다 진해에 간다 81
키프로스 섬의 하룻밤 82
空의 연가 ―당신과 함께 점심은 안나푸르나에서 83
잉크빛 슬픔 84
Amor Fati 85
가보지 못한 길 위에서 87
앳된 나부상 88
물방울 권유 90
밥의 사랑으로 ―여산 송씨 종부 이순이 여사께 91
개복숭아꽃 92
둥근 그 봄 참 곱다 93
사랑못 94
문주蘭 95
에세이 인터뷰시인으로 산다는 것정 훈 98
발문 1백석과 김소월이
연애편지 쓰는 법을 묻거든박창희 104
발문 2얼어붙은 마음에게
띄우는 연애편지최영철 110
편지사랑, 그 존재의 길정영태 118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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