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한가운데 서 있던 한국 사람 김재숙
평범하기에 오히려 비범해 보이는 캐나다 여자 재숙 마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 후 재건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여성이 실제로 체험한 소박한 삶의 기록이다. 남자동생을 얻기 바라는 어른들은 그녀에게 사내아이 옷을 입혔으며, 초등학교 입학 면접시험에서 ‘우리나라 국기는 일장기가 아니라 태극기’라고 말해 초등학교를 제때 입학하지 못하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김재숙. 그런 그녀에게 공부를 가르쳐준 동네 아저씨는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위안부로 끌려간 여자 친구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위안부는 스스로 원해서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부분이다.)
한국 현대사 중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 그렇게 그녀는 철이 들었다. 그리고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하며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 캐나다 신부의 주선으로 편도 비행기 표를 들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삶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법, 캐나다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가정을 꾸리고 아내로 어머니로 지내는 한편 오랜 그녀의 꿈이었던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아버지에게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메주고리에로 성지순례를 떠나 생각지도 못한 평화를 비로소 얻는다.
이 책은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냈던 한 개인의 기록이자 꿈을 이루려 끝없이 시도했던 여성의 발자취이다. 김재숙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이를 피해 갈 뒷문이 있다고 믿었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문을 찾아 열었다. 선한 의지와 자기 확신, 관대한 사랑을 품은 김재숙의 이야기는 고난 앞에서 주춤거리는 여성들에게, 꿈꾸는 방법을 잊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 『한국 사람 캐나다 여자 김재숙』은 김재숙이 영어로 쓰고, 권이영이 한국어로 옮겼음을 밝힙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재숙
1935년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에서 아버지 김옥동, 어머니 진정숙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 면접을 보며 ‘일본 국기는 대한민국 국기가 아니다’라고 답하는 바람에 한 해 늦게 금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딸 넷, 아들 셋을 둔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1949년 한국은행에 배달원으로 취직했다.
1950년 한국전쟁 피난길에서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전쟁고아들을 위한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1952년 동구여상 야간부에 입학, 1957년 서울사범문리대학 국어학과 야간부를 졸업해 교사 자격을 취득했다.
1960년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천주교회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 몬트리올로 유학을 떠나 마리아나폴리스 대학에 입학, ‘사람의 선함을 믿고 항상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가슴에 품고 지내며 유학 생활의 고단함을 이겨냈다. 그 무렵 같은 학교 학생인 캐나다 사람 제리 마틴을 만나 사랑하게 되자 한국에 돌아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1963년 결혼,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딸 로라와 아들 패트릭을 낳고 기르는 한편,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캐나다에서 이루어 1973년~1998년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98년 교직에서 은퇴, 자연과 환경, 다인종가족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내고 있다.
옮긴이 : 권이영
고려대학교 법과대학과 연세대학교 행ㅈㅇ대학원을 졸업했다. 미육군성 행동사회과학연구원, 한국전력기술, 한국프로젝트관리기술회, 한국해비타트 등에서 일했으며, 호서대 등에서 강의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1부 한국에서의 삶
아버지는 김옥동, 어머니는 진정숙
영천집
남자 옷을 입은 여자아이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다
귀리죽
길을 잃어버린 날
우리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첫 선생님, 명이 아저씨
윤희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투기가 물러가니 아리랑이 흘러나오고
일본 계집애라니?
어떤 이는 북으로, 어떤 이는 남으로
DDT 소독과 초콜릿, 그리고 껌
위안부가 되어버린 윤희 씨
군인을 찌르고 자신을 찌르다
장 노인의 책방
딸만 낳은 이모
일본에서 돌아온 조선 사람, 일본댁
중학교에 못 간다는 건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운명의 다리가 되어준 무당집
밟힌 지렁이는 ‘지금’ 꿈틀해야 한다
동포끼리 벌인 전쟁
날아드는 폭탄 속에 살던 나날
우리를 두고 떠나버린 피난 트럭
총 맞은 아버지를 업고
그는 적이었을까, 구원자였을까?
미안하다, 재숙아!
휴식 같았던 피난살이
조개 캐기
봄이 오고 다시 집으로
할아버지의 쓸쓸한 장례식
인간 사슬이 되어 한강을 건너
끝나지 않은 전쟁
가방을 훔쳐 간 구두닦이 ‘진’
가족을 잃고 웃음도 잃어버린 송 씨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가톨릭 신앙
또 다른 꿈
‘미군’, 또 다른 전쟁의 피해자들
떠나는 딸에게 주신 아버지의 선물
한국이여, 안녕!
2부 캐나다에서의 삶
몬트리올에서 시작된 새로운 전쟁
아버지의 죽음
삶은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뜻하지 않은 사랑
마틴 집안의 가족이 되다
아이 키우며 살림하는 즐거움
사라진 국적
만국박람회 엑스포 ′67
캐나다에 오신 어머니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다
컴퓨터에 빠지다
한국인 결혼 이주 여성들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억
캠핑 여행
캐나다 역사의 한 부분
새 안식처, 셰 영천
시민권 수여식 결혼식과 세대 차이
위안부 배상 문제
캐나다에서 맞이한 환갑잔치
돌아볼수록 축복이었던 삶
그리운 ‘롤리’
영적 여행 나의 자손들
기지촌 여성의 죽음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다
아홉 식구 배를 채워주던 부대찌개
어미 소와 송아지
자연이 주는 교훈
메주고리예 성지순례
한밤중에 문을 두드린 사람
내 삶의 스승이었던 아버지
강인하고 독립적인 어머니
고난은 별것 아니었네
책을 마치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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