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행복한 삶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단 한권의 에세이
내 안에 사랑을 일깨워준 모든 존재에 대한 기록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아온 소설가 백수린이 신작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독자를 만난다.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를 선보여온 창비 ‘에세이&’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다. 올봄부터 4개월간 창비 온라인 플랫폼 ‘스위치’에서 일부를 연재할 당시 매달 1천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 글은 백수린 작가가 몇년 전 자리 잡은 서울의 한 오래된 동네를 배경으로 한 애틋하고도 눈부신 기록이다. 아파트를 벗어나 난생처음 살게 된 동네에서 만난 이웃들과 그곳에서 떠나보낸 반려견과 사랑하는 사람들, 이별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슬픔과 인생에 대한 통찰,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백수린 작가의 사려 깊은 성찰과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이번 신작 에세이는 각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사람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서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스스로의 삶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 인생의 찬란한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언 땅이 발밑에서 녹는 산책 같은 글”(김하나 추천사), “근래 만난 가장 아름다운 책”(안희연 추천사)이라는 찬사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생의 의지와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모두를 선사할 것이다.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빛나는 에세이스트 백수린이 빚어나가는 삶이라는 산책의 즐거움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에는 백수린 작가가 언덕 위의 동네를 만나게 된 사연과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 공동주택에서 살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월동준비와 제설작업, 재개발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의 현실에 대한 소회가 촘촘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릴 적 책상 밑에 들어가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던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듯 폐쇄적인 나만의 세계를 좋아했던 작가가 오래된 동네를 만나 우리의 세계를 꿈꾸게 된 이 이야기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운다. 특히 프랑스에서 수도생활을 하다 10년 만에 귀국하여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50대 여성 E언니의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듯하다. 작가는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초대해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접하고 찾아갈 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들려 보내는 E언니를 보며 부와 가난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꼿꼿이 세우게 된다.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이되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하는 E언니의 말은,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언제나 더 많이 갖고자 애쓰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백수린 작가는 이곳에서 경험한 삶을 통해, 언제나 무용(無用)한 것을 사랑해온 자신의 면모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이렇듯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일 것이므로.
2부 ‘산책하는 기분’에는 작가가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온 강아지 ‘봉봉’과의 첫 만남과 이별을 통해 배운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작가 자신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한 존재이다. 자신만을 온전히 신뢰하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며 성장하기도 한 작가는 봉봉이 노령견이 되어 투병할 때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별은 필연적인 것. 작가는 반려동물의 죽음과 애도를 통해 ‘슬픔이 가르쳐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십여년간 함께한 가족을 잃었음에도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슬픔을 전혀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 오히려 상처가 됐던 주변인들의 서투른 위로 등에 대한 이야기는 펫로스 증후군과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으로 고통받았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작가는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지만 슬픔은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달으며 이 애도를 통해 다시 한번 타자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나간다. 한편, 특별한 방법으로 생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알았던 한 친척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글 「5월」에는 “어둠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기쁨을 기어코 발견해내고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히 누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등장하는데, 죽음을 앞두고도 ‘살아 있음’ 자체를 사랑할 줄 알았던 이의 이야기는 크나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에는 백수린 작가가 ‘여성’으로 또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아이’로 성장하는 내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작가는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도 새로운 서사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느끼기도 하고,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과 교류할 때 자신이 그에게 우월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서늘하게 환기하며 본질적으로 타인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소설 쓰기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기도 한다.
행복의 감각이 차오르는 아름다운 책
1인가구 여성이 혼자서 살아가되 이웃과 교류하며 사랑을 배워나가는 이 성장 이야기는 ‘나의 작고 환한 방’에서 시작하여 ‘멀리, 조금 더 멀리’ 나아가는 미래를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이 에세이의 말미에 작가는 마흔살 생일을 맞이한 날에 경험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의 풍경을 보여주며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라는 진실을 말한다. 스무살 언저리에 상상했던 화려한 마흔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40대가 즐겁고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하리란 걸 예감하기도 한다. 어떤 이의 눈에는 소박해 보일지언정 작가가 담담하게 밝힌 인생에 대한 포부는 언제나 행복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기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며 더 많은 존재들을 사랑하겠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의 감각은 아주 오랜만에 우리 곁에 내려앉으리라.
작가 소개
백수린
소설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나의 이웃들
여름 식탁 단상
마당 없는 집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그 겨울의 풍경
애쓰는 마음
밤이 오기 전
2부 산책하는 기분
사랑의 날들
초여름 산책 1
일기 1
일기 2
일기 3
일기 4
슬픔이 가르쳐준 것
다시 운동화를 신고
초여름 산책 2
5월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새처럼, 바람처럼
타인을 쓴다는 것
나의 창, 나의 살구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봄의 일기
마흔 즈음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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