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탕에 흰말은 무슨 색으로 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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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재리
출판사항파란, 발행일:2022/10/30
형태사항p.134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189738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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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정재리 시인의 시는 다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 말하지 않음, 그것을 보여 준다. 단순하게 절제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이런 매력은, 구름을 그려 달을 드러낸다는 동양화의 화법 중 하나라고 하는 홍운탁월(烘雲托月)을 생각나게 한다. 절제의 여백을 통해 그 여백을 중심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이 그려 내는 마음은 오래도록 묵직하게 다가온다. 말없이 “칼로 긋듯//그런 눈물”을 보여 주고(「유성」), “한 번 간 사람을 열 번 보내고 돌아서”는 마음을 보여 준다(「흰색을 향하여」). 그런 마음은 내게로 돌아오는 사람의 말 같고 동시에 나를 떠나는 사람의 말 같아서 시를 읽는 마음은 오도 가도 못하고 사로잡히고 만다. 그의 시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고유한 매력이다.


또한 시인은 말을 감추고 감춘 말을 사랑해서 아프다. 그리고 넌지시 감춰진 마음의 빈 곳을 바라본다. 그렇게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숨겨 둔 마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아니, 아프다. 쓸쓸하다. 그의 시를 몇 번씩 거듭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은 “달팽이 혼자 들어간 길”이거나(「내이도」) “빈 병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는/뱀 한 마리” 같지만(「불현듯 빛나는 테두리」),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만든 어떤 장소에 닿을 수 있다. 그 장소에는 외딴집 한 채가 있고, 그 집은 빈집이다. 방금 누군가 머물렀던 온기로 따뜻한 그런 집이다. 아무도 없지만 쉽사리 떠날 수 없어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제 마음을 지우고 또 지운다. 그러나 지운 흔적을 보면 그가 지워 낸 말이 보인다. 희미하게 유리창에 쓴 글씨처럼, 그는 시를 읽는 이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귓속말을 한다. 그러나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속삭임을 듣다 보면 우리는 그의 시로부터 달아날 수 없을 만큼 깊게 목덜미를 물리게 된다. 아름답게.

- 이승희 (시인)

작가 소개

정재리

201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흰 바탕에 흰말은 무슨 색으로 그리나요]를 썼다.

목 차

시인의 말


제1부

행잉 – 11

표현 – 14

유성 – 16

구조 – 18

영 – 20

흰색을 향하여 – 22

다른 테이블 – 24

테이블 – 26

티 테이블 – 28

틸란드시아 – 30

나는 괜찮아 – 32

마리네이드 – 34


제2부

블루 라이트 – 39

기울기 – 42

어반스케처 – 44

직립의 시간 – 46

Dettagli – 48

수면 – 50

꿈의 형식으로 – 52

네 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게르 – 54

불현듯 빛나는 테두리 – 56

물병자리 운세 – 58

섬들의 바다 – 60


제3부

내이도 – 65

캔버스 – 66

소묘 – 68

십일월 호수공원 – 70

환원 – 72

에델바이스 – 74

인터뷰 – 76

흑백 – 78

선원근법 – 80

야외 테이블 – 82

렘수면 – 84

십일 층의 상상 – 86

포식자 – 88

오감 – 89


제4부

불면 – 93

연 – 94

캠프파이어 – 96

1분 크로키 – 98

20색상환 – 100

건너편 – 102

2분 크로키 – 104

팔월 헤를렌강 – 106

악어 – 108

초식 – 110

서스테인 드로잉 – 112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 114

후일담 – 116


해설 임지연 납작하고 빠르게 기울(이)기 – 118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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