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불길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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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루쉰
출판사항문학과지성사, 발행일:2022/12/30
형태사항p.277p. 46판:19CM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04111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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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희망, 희망, 이 희망의 방패로, 저 공허 속 어두운 밤의 내습에 항거했소,

방패 뒤도 똑같이 공허 속의 어두운 밤이었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의 핵심을 관통하는 시와 산문


「아Q정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이자, 중국 최초의 현대 소설 「광인일기」 등을 통해 중국문학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 작가로 평가받는 루쉰의 시·산문선 『부엉이의 불길한 말』(성민엽 옮김)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기존의 모든 권력과 질서를 문제 삼았던 그는 소설가이면서 산문가, 시인이기도 했다. 이 책은 루쉰이 남긴 방대한 양의 산문 가운데 10편을 선별, 그의 유일한 시집 『야초』에 수록된 시 전편을 함께 묶었다. 무엇보다 루쉰 문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루쉰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에 두고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문학평론가 성민엽(서울대학교 중문과 명예교수)이 도맡아 엮고 옮긴 이 책은, 루쉰 언어의 원형에 가장 근접한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의 제목인 ‘부엉이의 불길한 말’은 산문시 「희망」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루쉰은 부엉이를 좋아해서, 직접 그린 부엉이 그림을 자신의 책 표지에 쓰기도 했다. 그에게 부엉이는 이미 벌어진 일을 뒤늦게 알리는 존재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는 존재다. 부엉이를 흉조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안겨주는 존재인 것이다. 루쉰은 이 울음소리를 자신이 추구하는 악성惡聲, 즉 부정적인 세계에 저항하는 비판적이고 전투적인 위악적 언술과 동일시했다. 루쉰의 글쓰기와 문학 창작은 이 부엉이의 울음소리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과 똑같다.” 19세기 헝가리 시인 페퇴피 샨도르가 남긴 이 말을 루쉰은 「희망」에서 두 차례 인용한다. 루쉰을 논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 말을 중시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희망은 루쉰의 시와 산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주제로서, 이 시에서는 루쉰이 ‘절망도 허망하다’라는 인식을 통해 절망에 반항하고, 한발 더 나아가 변증법적으로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는 비관적이고 엄혹한 중국의 현실과 대결하면서 비판과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루쉰 자신을 증언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령 말이오, 쇠로 만든 방이 있다 칩시다, 창문은 하나도 없고 부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오.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데, 머지않아 모두 숨이 막혀 죽을 거요. 하지만 혼수상태 속에서 죽어가는 거니까 죽음의 비애는 조금도 느끼지 않지. 지금 당신이 큰 소리를 질러서 비교적 정신이 있는 사람 몇 명을 깨운다면 말이오, 그 불행한 소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게 될 텐데, 당신은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소?”

“하지만 몇 사람이 일어난 이상, 쇠로 만든 방을 부술 희망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죠.” (57쪽)


1904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에 건너간 루쉰은 센다이 의학전문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중국인의 목을 베는 일본군 사진을 보게 되면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쇠로 만든 방’에 갇힌 중국인의 병든 정신을 치유하겠다는 희망을 안은 채 문학에 뛰어든다. 평생에 걸친 그의 산문 쓰기는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936년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이어졌다. 전체 작품에서 산문이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루쉰 자신에게 큰 의미를 갖는 장르는 산문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루쉰의 사상이 변모하는 양상에 따라 이 산문들은 크게 낭만주의 시기(1907~1908)-비판적 리얼리즘 시기(1918~1927)-전환기(1927~1930)-좌익작가연맹 시기(1930~1936)까지 네 단계로 나뉘며, 『부엉이의 불길한 말』은 이처럼 30년에 걸친 루쉰 사상의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게끔 산문을 선별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주목하는 시기는 비판적 리얼리즘 시기로, 수록 산문 10편 가운데 6편이 이 시기에 쓰였다. 당시 루쉰은 과거 자신이 되고자 했던 “영웅이 결코 아니었”(「『외침』 서문」)다며 적막과 허무를 토로하면서도, 여성의 균등한 경제권을 논하는 등(「노라는 집을 나온 뒤 어떻게 되었는가」) 중국의 현실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사람들이 부르짖는 공정한 도리 역시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착한 사람을 구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리어 나쁜 사람을 보호해주기까지 한다”(「‘페어플레이’의 시행을 늦춰야 함을 논함」)라는 루쉰의 일갈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때로는 밝은 앞길로 나아가고 때로는 빛나는 과거를 되새기며,

새로운 것은 날로 더 새로워지고 옛것 또한 죽지 않는 것이다”


한편 『부엉이의 불길한 말』에 수록된 루쉰의 시집 『야초』(1927)는 1924년부터 1926년까지 잡지 『어사』에 발표된 산문시 23편에 「제사題辭」를 더해 펴낸 것이다. 루쉰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비판적 태도’를 무엇보다 더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루쉰 문학의 예외가 아니라 핵심이라 할 만하다. 이 시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이항 대립으로, “친구와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자와 사랑하지 않는 자”(「제사」)와 같이 죽음과 삶, 어둠과 밝음, 절망과 희망이 나란히 등장한다. 이 이항 대립은 권선징악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에 승리하거나, 대립이 한없이 이어지거나, 또는 서로 다른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순어법을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시어들의 긴장과 ‘놀이’ 속에 루쉰 사상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야초』를 시로 읽어내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루쉰의 산문시를 산문의 일종으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는 데 있다. 『야초』에 대해서는 왕후이와 쑨거를 비롯해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시적 측면보다는 철학적 측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 책 『부엉이의 불길한 말』은 『야초』를 시로서 읽을 수 있게끔, 원문의 압운과 리듬, 구두점이나 단어가 배치되는 위치까지 가능한 한 원문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또한 각 시편마다 옮긴이의 해설을 간략하게 덧붙여 시 감상을 돕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루쉰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 1881년 저쟝 성 사오싱紹興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난징의 강남수사학당과 광로학당에서 서양의 신문물을 공부했으며,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유학을 갔다. 1902년 고분학원을 거쳐 1904년 센다이의학전문 학교에서 의학을 배웠다. 그러다 환등기에서 한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그저 구경하는 중국인들을 보며 국민성의 개조를 위해서는 문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로 갔다. 도쿄에서 잡지 《신생》의 창간을 계획하고 《하남》 에 「인간의 역사」 「마라시력설」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1909년 약 7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항저우 저쟝양급사범 학당의 교사를 시작으로 사오싱, 난징, 베이징, 샤먼, 광저우, 상하이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신해혁명 직후에는 교육부 관리로 일하기도 했다.


루쉰이 문학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18년 5월 《신청년》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 일컬어지는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이다. 이때 처음으로 ‘루쉰’이라는 필명을 썼다. 이후 그의 대표작인 「아큐정전」이 수록된 『외침』을 비롯하여 『방황』 『새로 엮은 옛이야기』 등 세 권의 소설집을 펴냈고, 그의 문학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잡문(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화개집』 『무덤』 등을 펴냈으며, 그 밖에 산문시집 『들풀』과 시평 등 방대한 양의 글을 썼다. 루쉰은 평생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분노하고 저항했는데, 그 싸움의 무기는 글, 그중에서 잡문이었다.


마오쩌둥은 루쉰을 일컬어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으로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 혁명가”라고 했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루쉰은 1936년 10월 19일 지병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발한 문학 활동뿐만 아니라 중국좌익작가연맹 참여, 문학단체 조직, 반대파와의 논쟁, 강연 활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중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옮긴이 : 성민엽

1956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한 뒤, 무크 『우리 시대의 문학』과 계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지성과 실천』 『고통의 언어 삶의 언어』 『문학의 빈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의 문학비평집과 『현대 중국문학의 이해』 『현대 중국의 리얼리즘 이론』 『무협소설의 문화적 의미』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보는 중국문학』 『한국무협소설의 작가와 작품』 『언어 너머의 문학』 등의 학술서가 있다. 그 밖에 『아Q정전』 『변신 인형』 등의 역서와 『민중문학론』 『오늘의 문제시인 시선』 『루쉰』 등의 편저가 있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장,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소천비평문학상과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 차

산문

악마파 시의 힘

작은 사건 하나

『외침』 서문

노라는 집을 나온 뒤 어떻게 되었는가─1923년 12월 26일 베이징 여자사범고등학교 문예회 강연

눈을 뜨고 보는 것을 논함

‘페어플레이’의 시행을 늦춰야 함을 논함

「아Q정전」을 쓰게 된 원인

혁명문학

좌익작가연맹에 대한 의견─3월 2일, 좌익작가연맹 성립 대회에서의 강연

죽음


야초─산문시집

제사題辭

가을밤

그림자의 고별

구걸하는 자

나의 실연─의고체의 새로운 해학시

복수

복수 2

희망

좋은 이야기

길손

죽은 불

개의 반박

잃어버린 좋은 지옥

묘갈명

퇴패한 선의 떨림

입론

죽은 뒤

이런 전사戰士

똑똑한 사람과 바보와 노예

석엽

희미한 핏자국 속에서─몇몇 죽은 자와 산 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를 기념하며

한잠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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