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일까?
현대인의 삶은 바쁘고, 또 버겁다. ‘하루를 살아낸다’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삶을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면서 찬란했던 날들에 촉촉했던 감정은 점차 메마르고, 여유는 사라져간다. 그러다 문득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 쌓여버린 짙은 허무로 침잠한다. 그토록 힘겹게 살아낸 나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정의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침잠의 깊이가 깊을수록, 아직 가지 않은 앞의 길마저 두려워지기도 한다.
시는 굳어버린 삶의 이음새를 부드럽게 매만져줄 윤활유와 같다. 내 삶이 나의 언어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을 때, 인생의 첫 오늘을 무사히 살아낸 나에게 따뜻한 온기의 위로가 필요할 때,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성찰이 필요할 때, 때때로 길을 잃어 방황할 때, 시는 유용하다. 이 책은 시의 유용성을 발견하기 위해 서로의 삶과 시를 나눈 두 교사의 ‘특별한 평범함’을 담았다. 저자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시를 읽어냈는지 확인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면, 그저 지나가 버리고 말았을 수많은 찰나를 아름다운 언어로 설명하고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잘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럴 때 좋은 시 한 편이 우리의 삶을 따스하게 매만져주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삶을 따스하게 매만져준 이 시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삶도 따스하게 매만져주면 좋겠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갈 길을 알려준 이 시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길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 저자 인터뷰 중
삶의 순간들에 숨은 시를 찾아내려면
저자들은 평범한 오늘의 곳곳에도 보석 같은 시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 시들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교과서에 매몰되지 않은 시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품는다. 분석과 해석의 대상으로서의 문학 작품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언어로써 시를 받아들인다면 표현하기 어려웠던 나의 이야기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정서, 그러니까 감정의 문학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어느 한 덩이를 시인들이 드러내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정서가 내 마음에 다가올 때, 우리는 또 다른 사람의 정서를 내 정서로 만듭니다. 그만큼 삶은 더 풍부해지겠지요. 종종 생략과 비유 등 시적 표현이 시를 어렵게 느끼게도 합니다만, 몇 번 소리를 내어 읽다 보면 곧 마음에 와닿게 됩니다. 많은 시를 접할수록, 시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도 덩달아 커집니다.”
- 저자 인터뷰 중
또 자신에게 와닿는 특별한 시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떤 시는 오늘의 나를 이야기함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답을 전한다. 어제와 다른 하루를 살아내며 어떤 고민을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를 때, 같은 고민을 이미 넘어온 시인의 감정 기록을 찾아 참고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존경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따르고 좇는 것이 무의미하다 말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멘토’라는 말이 난무하지만, 진정한 멘토는 사라진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시는 좋은 멘토가 되어줍니다. 좋은 시 한 편은 삶의 나침판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시 한 편이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그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 저자 인터뷰 중
이 책에 담긴 편지는 저자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시를 찾아낸 일상을 나누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숨은 시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내 시를 영위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100년 전 시에서 오늘의 길을 찾았습니다. 위안을 얻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도 각자의 삶에서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 저자 인터뷰 중
한국 대표 현대 시인들의 삶과 작품을 만나다
이 책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현대시를 읽다’ 시리즈에서 다룬 시인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쓰였다. 때문에 ‘현대시를 읽다’ 시리즈에 담긴 작품과 해설을 참고하여 함께 읽으면 저자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백석을 읽다》, 《정지용을 읽다》, 《윤동주를 읽다》, 《김수영을 읽다》, 《김소월을 읽다》, 《이상을 읽다》, 《김영랑을 읽다》, 《한용운을 읽다》, 《이용악을 읽다》, 《이육사을 읽다》는 한국 대표 현대 시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주요 작품들을 현직 국어 교사의 눈높이로 풀어낸 책이다.
최근 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현대시사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시인들의 작품이나 교과서에 실리는 시들은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당대 시대상이나 시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적 표현이나 기법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시 읽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서, 삶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시 읽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매만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시 읽기를 권하고 싶어서’ 만들어졌다.
시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먼저 시인들의 삶과 시대 상황, 작품 세계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먼저 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구체적인 작품이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어서 시인의 시 가운데 대표적인 시들을 골라 싣고, 두 가지 방식으로 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선 작품을 읽어내는 데 꼭 필요한 몇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시의 맥락과 표현의 매력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국어 교사의 눈으로 읽은 시에 대한 감상글을 실어 전체적인 느낌과 의미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작품의 주요한 키워드들에 대한 설명과 교사의 눈높이로 써 내려간 감상글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시를 읽어보면 시가 지닌 깊고 넓은 의미와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진희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타인의 입으로부터 나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의외로 웃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그리고 그 말을 좋아하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며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 책 읽고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은이 : 이정관
늙는 게 아니라 곰삭고 싶은, 한자리에 오래 서 있어도 함께 자라는 나무 같은, 내 눈을 통해 본 세상이 더 부드러워지기를 소망하는, 곰삭은 시 같은 넉넉한 나무 같은 부드러운 세상을 꿈꾸는 그런 사람.
목 차
프롤로그: 시는 유용한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_ 백석
잃어버렸습니다 : 〈길〉 _ 윤동주
길을 찾는 선생님께 : 〈연보〉 _ 이육사, 〈광인의 태양〉 _ 이육사
여행에 있어 : 〈아우의 인상화〉 _ 윤동주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 : 〈나의 꿈〉 _ 한용운, 〈복종〉 _ 한용운
첫 문장 : 〈풀〉 _ 김수영
위안 : 〈별 헤는 밤〉 _ 윤동주, 〈어덕에 바로 누워〉 _ 김영랑, 〈백화〉 _ 백석
멍 때리기 : 〈인동차〉 _ 정지용
나만의 장소 : 〈향수〉 _ 정지용, 〈여우난골족〉 _ 백석, 〈낡은 집〉 _ 이용악
공간과 장소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봄날의 기억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_ 김영랑, 〈금잔디〉 _ 김소월, 〈개여울〉 _ 김소월
맛있는 봄 : 〈광야〉 _ 이육사, 〈선우사-함주시초 4〉 _ 백석
언어의 힘 : 〈국수〉 _ 백석
단어의 맛 : 〈산유화〉 _ 김소월
슬픔의 힘 : 〈유리창 1〉 _ 정지용, 〈팔원-서행시초 3〉 _ 백석
사람은 언제 슬플까요? : 〈죄와 벌〉 _ 김수영, 〈그리움〉 _ 이용악
감정 공부 : 〈황혼〉 _ 이육사
결정적 순간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_ 김수영
새롭게 보기 : 〈일식〉 _ 이육사, 〈공자의 생활난〉 _ 김수영, 〈폭포〉 _ 김수영
낯설게 보기 : 〈거울〉 _ 이상, 〈또 다른 고향〉 _ 윤동주
시선 : 〈십자가〉 _ 윤동주
소진 : 〈꽃나무〉 _ 이상, 〈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_ 김영랑
에필로그: 인생이 그렇지 뭐 _ 권진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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