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세기 가장 자유로운 예술가 홍신자가
21세기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자유로운 삶의 가치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세상은 점차 빠르게 변모한다.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 맞춰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 끼워 넣는 이들이 많다. 식사마저도 허겁지겁 쫓기듯이 끝마쳐야 하고, 바쁜 와중에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한다. 순간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릴 기회는 사라지고 혼자만의 사색이 사치가 되어버린 사회. 문득 눈을 다시 뜨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정신이 아득해지고 만다.
《뉴욕타임즈》가 극찬한 국내 최초 아방가르드 무용가이자, 인도에서 구도의 길을 걸은 명상가 홍신자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출간하는 이번 에세이에는 지금의 행복을 누리며 우리를 속박하는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현저히 적은 지금,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그녀는 삶이란 자유를 찾으려 분투했던 하나의 커다란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올해 83세를 맞은 그녀는 구속과 압박이 심한 충청도 양반집에서 자라났다. 1966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가기 위한 짐을 쌌다. 그때 그녀에게 미국은 꿈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무엇이든 해볼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곳. 구속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실컷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 찾아간 기회의 땅에서, 그녀는 우연이자 숙명처럼 무용을 만났다.
미국으로 떠나기 1년 전, 심장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의 한을 담아 탄생시킨 춤이 바로 <제례(Mourning)>다. 처연한 곡소리로 시작해 긴 머리를 천천히 빗은 후 화로에 종이를 사르고 촛불을 끄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1973년 《뉴욕타임즈》 《댄스 매거진》 등의 호평을 받으며 그녀를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뒤이어 국내에서도 전위예술 공연으로서는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화제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내면에는 슬며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공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한 뒤 찾아온 회의감이었다.
왜 사는가, 그리고 왜 죽는가.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위태롭게 서 있는 허술한 집 한 채에 불과했다. 너무도 낯익은 질문이 하나 굴러와 기둥에 툭 부딪히자, 그만 그 집은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짐을 쌌다. 1976년의 일이었다. _본문 중에서
수행을 위해 찾은 인도에서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연일 시체가 타오르는 강변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용변을 보고, 경전을 읽으며 공부하는 사람들. 생과 사가 뒤섞여 북적대는 그곳에서 홍신자는 마음껏 울고 웃으며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죽음과 친해지는 과정이었다.
홍신자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죽음과 어깨동무하며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비로소 두려움이 사라지고, 순간이 소중해지며 내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말이다.
타인의 인생과 비교하며 불안과 외로움에 사로잡힐 때
마침내 진정한 나 자신을 되찾아줄 인생의 지혜
그녀는 오늘도 춤추고 명상한다. 채소가 주는 충만함을 누리며 식사하고, 알몸을 매만지며 감사함을 느끼는가 하면, 낯선 사람에게 주저 없이 다가가 포옹한다. 이토록 스스럼없이 살아가는 그녀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홍신자의 답은 간결하고도 명확하다.
“솔직해지면 됩니다. 용기가 필요하지요.”
자유는 솔직한 것이다. 솔직하게 모든 현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 타인의 기준에 나를 끼워 넣지 말고, 스스로에게 꼭 맞는 자신만의 스웨터를 짜나가는 것. 매일매일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고독을 몸부림치며 견디는 사람,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 의연해지고 싶은 사람을 위해 홍신자가 건네는 주문은 “솔직한 자유로움”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만이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잔뿌리가 얽히고설켜 현실에 속박당한 채 자유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홍신자는 감정을 분출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법, 성(性)을 온당하게 누리며 사랑하는 법, 욕망을 비우고 홀가분하게 사는 법, 그리고 마침내 죽음과 친해지는 법을 전수한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통을 목도하며 그녀는 자연 속에서 고요한 영혼으로 숨 쉬고 있다. 우리가 가장 순수해지고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은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연 속일 테다. 자연 곁에서 충분히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질 때, 호흡하는 나의 숨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고 내 안의 본성이 서서히 깨어나는 것을 느낄 때, 우리의 생은 비로소 온전해진다. 구속, 억압, 두려움으로부터 잠시나마 멀어진 채로 고요 속에서 최선을 다해 춤추고 사랑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작가 소개
홍신자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무용가이자 대한민국 최초 전위예술가, 명상가이자 작가.
1940년 충남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만 28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무용계에 데뷔해 《뉴욕타임스》의 이례적 호평을 받으며 성공의 반열에 올랐고, 이후 인도로 떠나 오쇼 라즈니쉬의 제자로서 수행의 길을 걸었다. 3년 만에 다시 무용계로 복귀한 뒤에는 래핑스톤(웃는 돌) 무용단을 설립해 존 케이지, 마가렛 렝 탄, 백남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리고 71세에 독일인 베르너 사세 한국학 교수와 결혼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꼽히는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의 몸짓을 춤으로 형상화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는 『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나는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 『자유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어제보다 더 자유로운 오늘
낯설고 위태로운 출발선에서
우연이자 운명처럼 찾아온 무용 인생
허무가 담긴 춤
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솟아나는 춤
춤추는 자는 사라지고 춤만이 남는다
나를 비우고 자유를 받아들이기
죽음의 강에서 밤새 웃다
가슴속에 무언가가 쌓이지 않도록
굴레를 벗고 다시 굴레 속으로
결정적 존재와의 이별
온 우주를 안은 듯한 충만함
단 하나의 진정한 사랑
모든 것은 그저 자유로운 선택과 놀이
사랑은 치유라는 이름 안에서 강해진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
살아 있음의 온기
기꺼이 표현하고 남김없이 비워내기
허그 포 헬스
지금을 살고 지금에 대해서 생각하기
천천히 씹고, 숨 쉬는 연습
큼직한 옷과 헐렁한 신발이 주는 편안함
최소한으로만 입는 삶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누드
고독을 앓고 있는 사람들
기꺼이 혼자가 될 수 있다면
죽음과 정면으로 맞서기
평온하게 죽음을 기다리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보름달을 바라보며
잠드는 것처럼 편안하게
에필로그 :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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