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누구든 뜨겁게 들어와 외로이 떠나가는 이곳
프런트에서 발견한 쓸쓸하고 투명한 사랑, 사람”
나는 모텔 하는 여자
어서 오세요, 오늘도 재워드립니다!
어느 모텔의 프런트, 고객이 입실한 지 10분 만에 울려퍼지는 ‘문이 열렸습니다’ 알람에 마음 졸이는 사람이 있다. 7년 차 모텔 운영자인 『아이 러브 모텔』의 저자다. “방에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흡연 객실이지만)”, “너무 춥다(한겨울에 창문을 열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객실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긴장한 채로 곧 들이닥칠 고객을 기다리지만… 마주하는 것은 나른한 미소를 얼굴 가득 꽃피운 연인들이다. 저자는 얼레벌레 안도하며 자리로 돌아간다. 머무는 시간이 10분이든 1시간이든 그것이 사랑이라면 무슨 상관이랴, 그들의 미소에 덩달아 흐뭇해진 표정으로 생각할 뿐.
7년 전 운명적으로 주어진 ‘모텔 사장’이라는 직함은 아직도 낯설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사업을 꾸려나가는 백은정 작가는 프런트에 앉아 수없이 오고가는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바라보고, 그것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여 유쾌하고도 쌉싸름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24시간 연중무휴, 입실이 곧 퇴실이고 퇴실이 곧 입실인 무한굴레의 모텔. 풋풋한 연인들과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연인들, 언제나 새로운 진상들이 끊임없이 파도처럼 오고가니 신물이 날 만도 하지만,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 당차게 선언한다.
“여러분의 광대가 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춤과 노래를 대신해 종이와 연필로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녹아들어 잠시라도 기억될 수 있다면 대성공이겠지요.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 1위가 숙박업, 2위가 텔레마케터라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글감이 생기니 제법 견딜 만해요!” - 5쪽
매일 밤 펼쳐지는 서른다섯 가지의 작은 우주
‘아이 러브 모텔’ 그리고 ‘아이 러브모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갖고 모텔로 들어선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오고, 누군가는 사랑을 만나러, 누군가는 잠시 지친 몸을 뉘이고자 이곳을 찾는다. 서른다섯 개의 객실로 이뤄진 백은정 작가의 모텔에는 매일 새로운 서른다섯 가지 사연이 모이는 것이다. 머나먼 곳에서 각자 출발한 이들이 한 장소에 모여 누군가와 만남을 갖고 밤새 반짝이다 이내 사라지니, 저자는 우리에게 모텔이란 사실 운명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이라 말한다.
“먼 우주의 양 끝단에서 출발해 우리는 결국 도착했다. 우주의 중심인 이곳, 사랑이 시작되는 곳. 모텔이 아닌 우주의 궁전으로! 그래서 우리에게 모텔의 의미는 특별하다.” - 157쪽
『아이 러브 모텔』의 제목을 그대로 읽자면 ‘모텔을 사랑한다’라는 뜻으로, 서툴지만 애정을 갖고 열심히 모텔을 가꾸는 저자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에는 객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친 고객을 잡으러가거나 미성년자 혼숙을 막기 위해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다음날에는 성희롱을 남발하는 진상을 당차게 상대하고, 공공장소에서 실수하려는 취객을 막지 못해 좌절한다. 하루건너 하루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종종 지쳐 쓰러지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유쾌한 위로로 다가온다.
한편 이 책은 제목을 ‘아이 러브모텔’이라고 띄어 읽을 수도 있다. ‘나’와 ‘러브모텔’, 이 책의 독특한 지점을 나타내는 두번째 제목인 셈이다. 저자는 스스로 “우리는 그들의 사랑 앞에서 풍경이 된다”고 말하는 만큼 프런트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 사랑들을 고요히 관찰한다. 그러고는 그들이 모텔에 남기고 간 파편들을 수습하며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들이 품고 있었을 사연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인다.
그 사랑이 때로는 떳떳하지 못해 잔혹할 뿐이더라도 작가는 그저 풍경으로서 그들의 사랑을 짐작하며 바라보는 태도를 보인다. 언뜻 듣기에 건조한 자세로 보이지만, 백은정 작가가 표현하는 사랑을 읽다보면 ‘관찰’이란 모든 인간상을 이해하려 애쓰며 사랑의 형태를 넓게 수용하는 자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작가의 시선은 곧 우리의 것이 되어, 사람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쉽게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춘다.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를 닮고 싶다. 그리고 관객이 되어 그들의 사랑을, 그들의 삶을, 진심을 다해 응원해줄 것이다.” - 366쪽
작가 소개
백은정
버스 타면 핸드폰 말고 창밖을 보는 사람입니다.
밥은 굶어도 바다 보는 것은 포기 못하고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해요.
아직도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기에 가끔 하늘을 봅니다.
숙박업 종사 7년 차로, 책 읽는 모텔인 ‘북텔’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 머문 자들의 일상을 기록중이고요. 모든 고객들의 마음속에 ‘두번째 우리집’으로 기억될 숙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목 차
체크인
1부 나는 모텔 하는 여자
평일 대실은 몇 시간인가요? ( 13 )
욕망은 소중하니까 ( 16 )
떡잎부터 달랐던 모텔 사장 ( 19 )
시작해볼까요, 모텔 ( 33 )
제주-재주-죄주: 모텔 사장이 자리를 비우면 큰일난다 ( 39 )
모텔은 분위기죠 ( 52 )
원조 맛집 할머니처럼, 모텔 비법 대공개합니다 ( 58 )
저스트 어 텐미닛 ( 68 )
우리 모텔 도우미, 시아버님 ( 71 )
성인 채널이 나오니 모텔 아니겠습니까 ( 79 )
프런트에서 마주친 학부모 ( 81 )
올케가 하룻밤 쏩니다! ( 85 )
206호에 세워진 군인 방화벽 ( 90 )
이곳의 사랑은 생각보다 잔혹하다 ( 93 )
모텔과 자라나는 새싹들 ( 99 )
신음소리가 모텔 주인에게 미치는 영향 ( 102 )
모텔 용어 첫걸음 ( 104 )
눈사람 여인 ( 110 )
모텔이라는 숲 ( 116 )
2부 프런트라는 창문으로 바라본 사람들
이거 비밀인데, 금팔찌를 두고 가셨어요 ( 129 )
단골가게를 잃는 방법 ( 131 )
손님과 거리 두기 ( 137 )
방을 바꾸지 말고 프레임을 바꾸라고요 ( 144 )
누구랑 일은 해야 할까 ( 147 )
사람들에게 모텔이란 무엇일까요? ( 150 )
고사양 남자 ( 158 )
꼬리가 긴 남자 ( 161 )
이 미친 아줌마가 아침부터 돌았나! ( 165 )
신고 들어왔습니다 ( 170 )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 172 )
우리는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요 ( 179 )
사람이니까 그냥 이해해버리자 ( 182 )
외도라는 섬 ( 185 )
내가 일부러 그랬겠어요? ( 197 )
팬데믹 시대의 숙박업 ( 204 )
3부 진상 퍼레이드
저 좀 재워주세요 ( 209 )
모텔비 깎는 여자 ( 210 )
먹튀 연기자들 ( 213 )
주차 빌런 ( 215 )
적반하장 삼형제 ( 218 )
로비에서 다급한 남자 ( 224 )
당기라면 당기시고,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 226 )
추워요 ( 228 )
당신 애인은 어떤 사람이에요? ( 231 )
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 238 )
그 애처로운 손짓 ( 242 )
벌거벗은 사나이 ( 244 )
네가 왜 거기서 나와? ( 248 )
4부 뜨겁고도 외로운 모텔 다반사
나는야 모텔 프로파일러 ( 253 )
호텔 사장의 꿈 ( 259 )
호텔 거지의 꿈 ( 263 )
너는 콘돔을 흘렸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 267 )
난 원래 꿋꿋한 체질이었다 ( 271 )
커피포트에다 뭘 끓인 거니? ( 273 )
누나, 우리 방에서 같이 술 마실래요? ( 278 )
항구에 울리는 뱃고동소리 ( 280 )
사라진 운동화 ( 283 )
바람과 함께 사라진 직원 ( 287 )
우리 모르는 사이예요 ( 289 )
모텔이라는 무대 ( 294 )
미성년자 입실, 그 결과 ( 298 )
나는 모텔에 오는 사람 아닙니다 ( 300 )
우리 미성년자인데 여기서 잤어요 ( 305 )
5부 오늘도 재워드립니다
모텔은 안 망하나요? ( 313 )
모텔이 말해주는 그들의 수준 ( 317 )
잠이 오니까 자는 겁니다 ( 319 )
아가씨는 잠깐 놀고 가면 그만이지만 ( 322 )
하늘에서 떨어진 금반지 ( 326 )
치킨까지 깨끗이 청소해드려요 ( 328 )
동전 교환기에 가득 든 지폐들 ( 331 )
염색은 미용실에서 ( 335 )
범인은 302호에 숨어 있다 ( 337 )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다 ( 342 )
볼일은 화장실에서 ( 352 )
지금 바로 나갈게요 ( 356 )
대실하듯 왔다간 8만 원 ( 359 )
체크아웃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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