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며 산 내 인생에게 상을 줍니다.
그래 잘 미쳤다, 잘 흐느꼈다, 잘 견뎠다.”
신달자 문학과 인생 80년의 총결산
80세 바구니에 담은 시리고 저린 인생 고백록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인생의 사계절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견뎌내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절절한 체험을 바탕으로 들려줍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한국 여성시를 개척한 대표적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달자가 팔순을 맞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총결산한 묵상집. 에세이집으로는 『신달자 감성 포토 에세이』에 이어 8년 만에 펴낸 신작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천 편이 넘는 시 중에서 182편을 정선한 시선집 『저 거리의 암자』와 동시 출간한 이 묵상집에서 저자가 지난 팔십 년의 세월을 요약한 단 한 마디의 말은 바로 이것이다.
팔십 년을 한 마디로 축소하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잘못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연 1위의 말은 참담한 후회의 고백이며 반성의 축대라고 할 수 있는 이 한 마디일 것입니다. 이 한 마디는 아마도 이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는 축약된 지도일 것입니다. 팔십 년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이 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잘못하였습니다”에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섞여 있으니까요. (본문에서)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성공적인 이력 뒤에 여성으로서, 아내이자 엄마로서 겪어야 했던 저자의 순탄치 않은 삶을 생각할 때 다소 의외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그는 21세의 젊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학업 및 결혼으로 인해 펜을 놓고 있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첫 시집을 낼 수 있었고, 아이 셋을 낳아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룬 듯했지만 남편에 이어 시어머니까지 쓰러져 오랜 세월 병 수발을 하며 보따리 장사 등으로 가정 생계를 꾸려야 했으며, 남편이 병석에 누운 지 24년 만에 세상을 뜨자 이번에는 자신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한동안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그토록 바랐던 대학교수의 꿈도 우여곡절 끝에 50세가 되어서야 이룰 수 있었다. 책제목처럼 말 그대로 미치고 흐느끼며 견뎌온 삶이었다. 그럼에도 잘못했다니?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는 것일까?
저자는 자신에게 온 생의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흔히 운명이라 부르는 생의 질곡들 앞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강해져야 했고 강해지고 싶었다. 복싱을 배워 강펀치로, 유도를 배워 메치기로 그 운명이라는 것을 녹다운 시키고 싶었다. 그리하여 늘 지나친 욕심과 과분한 욕망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지만, 그렇게 뭐든 잘해보겠다고 덤비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마음과 몸을 많이 다칠 수밖에 없었다. 부족하고 모자란 주제에 운명과 싸워 이겨보겠다고 아등바등했던 자신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허리 굽히고 온몸을 낮게 낮게 엎드리며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용되어 있는지 몰라 이렇게 용서를 빕니다.
잘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느덧 팔순에 접어들어 “모든 게 아슴하고 피가 얼 듯한 고독도 없고 눈알이 터질 듯한 슬픔도 없”고 “온몸을 쥐어짜면서 통곡하는 울음도 없”는 지금, 그는 이제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해준 모든 사람, 모든 자연에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저기 저기쯤에 내 생의 마지막이 있을 수 있다는데, 거기 도착하기 전에 나는 내 가장 깊은 집에서 거짓말 없이 연기 없이 화장도 지우고 가지런히 나를 놓고 맑게 밝게 만나고 싶습니다. 이 짧은 글들은 세상을 관조하고 사람을 즐기고 느긋하게 남은 생을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본문에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시인으로서, 사회 명사로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노년 생활을 즐길 법도 하지만, 저자는 팔순에 이른 지금도 시를 써서 시집을 내고 산문을 기고하고 문예지를 만들면서 각종 사회 활동도 왕성히 벌이고 있다. 육신의 쇠약은 쾌락으로 인한 과오에서 멀어지게 하며 정신과 영혼에 더욱 힘을 쏟게 한다는 키케로의 말처럼, “느긋하게 남은 생을 살겠다는” 겸손한 다짐과 달리 그의 문학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호승 시인은 저자에 대해 “소담한 눈꽃의 언어로 삶을 그려내는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 이 묵상집에는 낮게 엎드려 자신의 인생은 물론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 외로움과 쓸쓸함을 살갑게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한층 원숙한 마음 그릇의 너비와 깊이가 오롯이 드러나 있다. 지난 시절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는 고백이자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겸허히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노년의 지혜를 통해 저마다의 이유로 지금의 삶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작가 소개
신달자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여상』 여류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72년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재등단했다. 『봉헌문자』를 시작으로 『열애』 『종이』 『북촌』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등 열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대산문학상, 서정시문학상, 만해대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이에게 주어지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시”(권영민)를 발표하여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해왔으며 “상처를 넘어서는 사랑과 헌신의 서정적 정화”(유성호)를 꽃피우며 한국 여성 시를 개척한 선구적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목 차
1장 80세 바구니에 담는 열매
내 인생 반성문의 문을 열다
내가 지금 부를 수 있는 이름
내 마음 내가 안아주기
열매는 왜 귀한가? 80세 바구니에 담는 열매
80층의 계단 앞에서
내가 나의 손에 수갑을 채웁니다
오빠, 그리고 남자를 그리워합니다
내가 먹은 밥이 키워온 외로움
오솔길에서 별을 보다
내 손에게 상을 줍니다
미소와 음악 안에서
평화로움의 얼룩
2장 내 마음에게 미안합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우리 마음속에 지어 올리는 파라다이스
내 마음에게 미안합니다
견디는 무게가 사랑의 무게입니다
삶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모산을 홀로 오르다
우리들의 우울증을 위하여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말들
나의 첫 제자들
여자의 일생에 붙는 명칭들
우리의 소중한 자산
‘차라리’와 ‘그래도’
3장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과 한 알 속에 태양이 있다
여성은 집이다
여성, 우리에게 나이는 무엇인가
1992년, 그 눈부신 날들
눈빛에 담긴 생의 그늘
행복론과 다행론
하느님의 계산법
내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가
저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겠다
자녀에게 줄 말의 유산은 무엇인가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스라엘 명상
4장 용서를 빕니다
이 고난도의 생에 감사합니다
책은 정신의 자연입니다
성경은 우리 생의 내비게이션
정진석 추기경님
뒤돌아서서 다시 발자국을 찍고 싶은 곳
집은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 고회지가
설악 무산스님, 어디에 계십니까
내 안에 울고 있는 아이
새벽이라는 시간
무명의 성인들을 위하여
용서를 빕니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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