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꿈이 있다

내 이름은

고금순입니다

나는 1947년 전라남도 구례군 간전면 수평 1구에서 몇십 마지기 고명딸로 태어난 고금순입니다. 곡절 없는 인생이 없다지만, 곡절이 너무 많아 한이 맺힌 내 이야기를 여기 간략히 풀어봅니다.

나는 네 살 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어머니를 병으로 여의고 사려 깊은 두 번째 어머니마저 아버지의 일방적인 파혼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남동생마저 불의의 사고로 황망히 떠나보냈지요. 이후 세 번째 어머니, 그 악독한 계모 밑에서 박대받으며 유년과 젊은 시절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친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집안은 화목하고 유복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더라도 배곯는 일은 없었지요. 어머니는 내게 언제나 예쁜 옷을 입혔는데 내가 좋아하는 엿을 다락에 한 아름 사두고 꺼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도 몸이 약한 어머니를 보살피며 웃음꽃 질 날이 없던 시절이지요. 하지만 행복한 기억은 그때뿐입니다.

*

어머니가 병색이 짙어져 돌아가시고 장례식까지 치렀지만, 너무 어린 나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도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밖으로 싸돌았지요. 얼마 후, 두 번째 어머니, 새어머니를 데리고 오셨는데 나는 머리가 클 때까지 그분이 친어머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새어머니는 나를 친자식처럼 아끼셨습니다. 심지어 깊은 우물에 빠졌을 때 직접 내려와 나를 구해주셨지요. 하지만 몇 년 뒤 욕심 많은 아버지는 그런 좋은 사람을 두고 애를 못 낳는다, 갑자기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매정하게 내쫓았습니다. 새어머니는 쫓겨나는 마당에도 나를 걱정하던 다정한 분이셨는데 말입니다.

나쁜 일은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나를 잘 따르던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만 할머니가 준 닭고기가 목에 걸려 질식사했습니다. 새어머니를 쫓아낸 뒤부터 아버지는 정신이 나갔는지 가족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모자람 없이 예쁜 옷을 입고 다니던 나와 동생은 보살핌을 받지 못해 머리에 부스럼이 나서 흉까지 질 정도였지요. 그러던 중 외탁을 자주 다니던 동생이 할머니가 준 닭고기를 허겁지겁 삼키다가 그만 질식사한 것입니다. 나를 잘 따르던 귀여운 남동생을 그렇게 허망하게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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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세 번째 어머니, 계모를 데려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겪어봤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오자마자 집안을 휘어잡고 곳간 열쇠를 쥐더니 할머니와 나를 일꾼보다 못한 머슴처럼 부려 먹고 미운 오리 새끼처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수를 썼는지, 그 상냥하던 아버지도 갑자기 돌변하여 나를 꿔다 놓은 짐처럼 대하셨지요. 그 뒤로 무심한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계모 자식들 틈바구니에서 젊은 시절을 설움으로 지새워야 했습니다. 그 사이 계모는 우리 집 곡식과 곶감을 밭을 팔아 슬하에 3남 5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주었습니다. 계모의 자식들은 그래도 어엿한 집안 식구인 나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거나 하대했지요. 나는 울며불며 학교를 보내달라고 하소연했지만 겨우 초등학교만 마치게 해주었습니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기 전까지 나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결혼 후 친정이나 시댁에서 이렇다 할 지원은커녕 오히려 등골을 빼먹으려고 해서 안정적인 집안 꼴을 갖추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지요. 수십 년이 지나고 내 나이 65세, 아들 둘에 딸 하나를 길러내고 손주들까지 본 뒤에야 오래전 잊었던 꿈, 배움에 대한 열의에 불씨가 지펴졌습니다. 이를 딱하게 여긴 남편과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무사히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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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현실이 된 꿈 위에서 나는 또다시 화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백석대학교 회화과에 진학, 마침내 2017년 2월 당당히 학사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이후 여러 미술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했고 개인전도 열며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KBS 방송에 5번 출연하며 예술가로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 많은 세월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내 이야기와 꿈을 펼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다시 소개합니다.

나는 정식으로 등단한 화가 고금순입니다.

내 꿈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꿈을 인생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은이 : 김평배

1947년 전라남도 구례군 출생

백석예술대학교 회화전공(2017년)

홍익대학교 미술평생교육원(2018년)

개인전

2017년 제1회 개인전(성남시청)

2018년 제2회 개인전(성남시청)

2019년 제3회 개인전 약 1년간 전시(평택경찰서)

2019년 제4회 개인전(성남시청)

2020년 제5회 개인전(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전시실)

2021년 제6회 개인전(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전시실)

2022년 제7회 개인전(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전시실)

단체전

2015년 아시아프 미술대전

2015년 코파 글로벌대전

2015년 통일미술대전

2015년 KOREA KOFA GLOBAL PAINTING & DRAWING ART EXHIBITION AWARDS

2016년 전국 대학미술 공모전

2016년 제9회 서울메트로 전국미술대전

2017년 전국공모 모란현대미술대전

2017년 코파 글로벌 대전

2017년 한국미술협회 성남지부 주최 미술전

서문 - 2

그림에 관하여 - 13

작법에 관하여 - 14

그림 그리는 마음에 관하여 - 35

내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 72

그림으로 돌아보는 나의 일생 - 79

나에게도 꿈이 있다 - 135

내 삶의 동반자들에게 - 213

남편에게 - 214

큰아들에게 - 219

큰딸에게 - 223

막내아들에게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