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6년 만에 우리 곁에 찾아온 루시드폴 신작 에세이
음유시인 루시드폴의 한층 깊어진 사유, 한결 넓어진 음색
지금, 그가 당신의 세계에 귀 기울입니다
외로운 마음들을 따스한 목소리로 감싸온 루시드폴이 6년 만에 신작 에세이로 독자들과 만난다.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서정적인 노랫말로도 널리 사랑받아온 그는 그간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너와 나』 등의 책을 발표했지만, 서한집이나 사진집, 음반과 결합된 방식이 아닌 단독 산문집으로는 첫 책이다. 그런 만큼 이제까지보다 진솔하고도 내밀한 고백을 담고자 애썼다.
작고 여린 존재들에 귀 기울이는
한 음악가의 사려 깊은 속삭임
2019년, 루시드폴은 반려견 보현의 소리로 만든 음악들로 채운 특별한 음반 《너와 나》를 발표한다. 음반에는 ‘보현 작곡, 루시드폴 편곡’이라는 크레딧이 실렸다. 그는 보현뿐 아니라 나무와도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가 초대한 아티스트 ‘아기 진귤나무’와의 협업 과정은 책 속 「나의 작은 작곡가」에 실려 있다. 이 글에서 그는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음악’이라는 사건, 그리고 ‘작곡가’의 정의(定義)에 대해 생각한다.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모두가 듣는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리’와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사색한다. ‘듣는다’는 표현은 자칫 음향을 청각기관을 통해 감지하는 작동으로만 협소하게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소리에 대해 신실하게 탐구해온 음악인으로서 그는 이번 산문집에서 듣는다는 의미를 새로이 탈구축한다. 그에게 있어 듣는다는 행위는 비단 소리만을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리를 낮추고 타자의 울림에 감응하는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에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다. 그런 소리로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그 음악을 함께 듣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나를 기울이면」, 55면
그는 타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세계의 아름다움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통역’하기 위해 몰두한다. 책의 표지에 제목을 점자로 싣고, 자신의 목소리로 책의 전문(全文)을 낭송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며(12월 중순 출간 예정), 신작 출간 기념 행사를 수어 통역사와 함께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북 토크로 진행하는 것 역시 공감의 가능성을 넓히고, 보다 많은 존재와 손잡기 위한 바람의 표현이다.
음악 공연과 함께하는 북 토크에 이어 12월 21일부터는 서울 정동에 위치한 갤러리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책 『모두가 듣는다』를 더욱 폭넓게 느낄 수 있는 전시 〈모두가 듣는다〉가 열린다. 루시드폴의 글, 사진과 더불어 음악 여정의 오랜 벗인 기타, 소리 채집에 쓰인 녹음기, 필름 카메라 등의 애장품도 전시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긴 시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온 그의 목소리는 이제 그 ‘너머’를 향한 연대로 확장한다. 책의 커버와 속표지로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이자, 목재 대신 사탕수수의 찌꺼기, 농업 부산물을 원료로 만든 비목재지(Tree-free paper)를 택한 것 또한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동굴에도 수많은 동식물이 산다. 누군가는 그들의 소리를 듣지만, 누군가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찻길을 넓힌다고 수십 년 넘게 살아온 나무를 잘라낸 숲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곳에 사는 맹꽁이와 쇠똥구리와 긴꼬리딱새의 소리를 듣지만, 또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무를 잘라냈다.
들리지 않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리 “세상은 듣지 않는다” 해도 함께 사는 타자의 몸짓을 애써 듣고, 보려는 사람도 우리 곁에는 정말 많다고.
―「들리지 않는 몸짓」, 47면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처음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루시드폴의 고백
1부에 실린 글들이 근래 그의 지향성이 맞닿은 지점들을 이야기한다면, 2부에 실린 「크리스마스카드」 「익숙하고 낯선 바람 사이로」 등의 글에서는 애틋한 유년 시절을 추억해, 20여 년간 사랑받아온 ‘루시드폴’이라는 한 음악인의 시원(始原)을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과정을 담은 「너머」, 지난봄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를 추모하는 「숨소리」와 같은 글에서는 소중한 존재를 음악으로 되새겨 기억 속에 간직함으로써, 읽는 이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의 첫 장을 여는 「함께 추는 춤」에서는 관객과 청중에게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때, 우리는 모두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라는 고백을 전한다. 공연장 객석에 앉은 이들 역시 “무대에 선 나를 울리며, 나 역시 그들의 몸짓을 듣”는다는 대목은 그의 음악을 오랫동안 아껴온 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은 무대 아래에 있는 연주자다. 무대에서 건너온 소리를 되돌려주는 그들의 몸짓이 다시 나에게 전해지고, 서로 마주한 우리는 마치 앨빈의 방에 놓인 마이크와 스피커처럼 춤을 주고받는다. 공연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함께 추는 춤」, 19면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을 요리에 빗댄 마지막 글 「음악의 맛」 또한 예술가의 작업 방식과 창작의 영감이 궁금했던 이들에게 반가운 읽을거리다. 이어지는 ‘《Being-with》를 위한 라이너 노트’는 새 음반 발매를 앞두고 책을 통해 먼저 선보이는 글로, 루시드폴의 신작을 기다려온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다.
음악은 세상 어디로든 흘러간다. 그러므로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또 어디에서 내 음악을 맛보게 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각기 다른 풍경 속에서 음악의 맛을 보겠지. 내 음악은 어쩌면 요리가 아니라 작은 풍경 하나를 얹는 소담한 접시는 아닐까. 아니면 세상의 무수한 맛을 아주 조금 돋보이게 해줄 한 꼬집 소금은 아닐지. 무엇이면 어떨까 싶다. 지금 내가 가진 모두를 쏟아 만든 이 맛을 누군가 맛보아 준다면. 그리고 그 사소한 맛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의미라도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음악의 맛」, 231면
그는 새 책 『모두가 듣는다』에서도 한결같이 음악으로, 문장으로 “작은 풍경 하나를 얹는 소담한 접시”를 마련해 독자에게 건넨다. 이제 그 무구한 접시 위로 독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얹을 차례다.
작가 소개
루시드 폴
음악인이자 감귤과 레몬 나무를 돌보는 농부. 2001년 《Lucid Fall》을 시작으로 2023년 《Being―with》까지 여러 장의 음반을 냈고, 책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너와 나』 등을 쓰고 옮겼다.
목 차
―하나
함께 추는 춤
모두가 듣는다
나의 작은 작곡가
들리지 않는 몸짓
나를 기울이면
―녹음 수첩
―둘
크리스마스카드
익숙하고 낯선 바람 사이로
숨소리
세상에서 가장 짧은 악보
너머
신서시스트
모난 소리
필름과 테이프
무대의 시간
비단에 수를 놓듯
음악의 맛
―《Being-with》를 위한 라이너 노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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