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빛을 발하는
소설 속 음식 이야기!
평론과 저서, 번역을 통해 한국 식문화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연
『외식의 품격』의 작가 이용재 신작 에세이!
이 책이 음식이라면, 나는 여지껏 이렇게나 성대한 만찬을 접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문학과 음식에 관한 재미와 지식의 보고. 이렇게 맛있는 책을 나는 정말 드물게 만난다. _이석원(에세이스트, 뮤지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음식 교양서 『외식의 품격』을 펴내고,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 『실버 스푼』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 식문화 도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 온 음식 평론가 이용재의 신간 에세이 『맛있는 소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가 음식 평론가인 동시에 오랜 문학 독자로 살아오면서 읽은 수많은 고전과 현대 소설 속의 음식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심도 깊게 풀어낸 ‘음식+문학’에세이다.
■ ‘읽는 존재’와 ‘먹는 존재’가 만날 때
어릴 적 동화를 읽을 때, 이야기 속에 묘사된 음식을 상상하며 군침을 삼켜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이든, 디즈니 동화의 오리 스크루지 영감이 끓인 단추 수프든, 무슨 떡이기에 호랑이가 먹고 싶어했는지 모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의 떡이든 간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식은 어린 시절 독서 체험 속에 뿌리 깊게 각인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의 음식은 독자를 매료하고 상상력에 불을 댕긴다. 로빈슨 크루소가 섬에 난파당한 후 배가 가라앉기 전에 음식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의 애타는 심정에 동조하게 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식사 장면을 읽다가 문득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한밤중에 라면 물이라도 올리게 된다. 소설 속 음식은 인물들의 심리와 작품의 문화적 배경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영원히 잊히지 않는 기억을 남기는 강력한 도구다.
이 책은 열혈 문학 독자이자 음식 평론가인 저자가 어린 시절 읽은 『작은 아씨들』부터, 오늘날의 현대 문학과 서양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 속의 음식과 그것이 등장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두루 살핀다. 레몬은 물론 바나나조차 귀했던 1980년대의 ‘국민학생’이 읽은 『작은 아씨들』 속 ‘절인 레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초콜릿 전쟁』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훔치려고 했던 ‘초콜릿 성’의 무게는 얼마나 나갔을까. 이반 데니소비치가 엄혹한 수용소에서 먹던 눈물 젖은 빵은 과연 무슨 빵일까. 루쉰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폐병을 고친다는 만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저자 이용재가 고른 책은 다양하다. 책 속에서 빛났던 음식을 꼽을 때 으뜸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자크 디네센의『바베트의 만찬』, 미국 남부 딥 사우스의 흑인들이 고픈 심신을 달랬던 ‘소울 푸드’ 와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K 푸드 중에서도 미국 교포들이 일궈낸 새로운 미국식 한식 이야기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는 채식에 대한 고민과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여성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버텨온 우리의 식탁과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 이야기를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 역시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펼쳐진다.
저자는 많은 문학 속 식문화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깊이 파고든다. 미국 원주민의 잔혹사를 담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편에는 원주민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곧 그들을 잔인하게 몰아내고 착취하다 못해 학살까지 저지른 백인들이 그 역사적 생존을 기념하는 명절 만찬에 식탁 위에 올리는 칠면조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이민자를 바탕으로 성립된 나라에 살면서도 디아스포라의 속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속 편하고 해맑은 미국인들과, 그들 속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에 고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에선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너무도 생각 없는 압도적인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미국 식문화 이야기가 병행한다. 또한 미국 문학의 영원한 고전으로 불리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남획되어 어종의 씨가 말라가는 해양 생태계 문제와 그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까지 고찰한다.
사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일종의 주요 지표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고, 어떻게 먹는지 살피면 우리의, 혹은 다른 세상의 내면과 외피를 고루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이용재는 음식 비평과 저널을 통해 전문가의 눈으로 그간 꾸준히 살펴 온 이 같은 지식과 통찰을 문학에 적용하여, 가벼울 듯해도 실은 전혀 가볍지 않은 문학 속 음식 이야기들을 전개한다.
■ 삶에 지쳐 입맛을 잃은 당신의 영혼을 위로하는 문학 속 만찬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음식 이야기에는 기본적으로 즐거움과 기쁨, 때로는 위로가 담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임종을 앞둔 미도리의 아버지가 먹는 싱싱한 오이의 맛은 심플하면서도 정확하게 삶과 생명력의 느낌을 전한다. 김애란의 「칼자국」은 눈 오는 날 먹는 한 그릇 따끈한 칼국수에 담긴 저마다의 기억을 부른다. 프랑스 혁명 때문에 도망쳐 온 자신을 받아준 시골 사람들에게 전 재산을 털어 예술과도 같은 프랑스 코스 요리를 차려낸 여성 셰프 바베트의 만찬은 사람들에게 천국 같은 황홀함과 나눔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렇게 우리는 음식으로 힘을 얻고 다시 살아갈 기운을 얻는다.
저자는 개별 작품이 지닌 각각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오가면서, 갖가지 음식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지식적 측면이든, 정서적 측면이든 음식과 소설의 이 같은 결합은 운명적이다. 『맛있는 소설』은 그 ‘마리아주’를 가장 적절하게 제안하고 안내하는 보기 드문 독서 에세이이다.
작가 소개
이용재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건축 대학원을 졸업했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vs디자인에서 일했다. 음식 전문지 《올리브 매거진》에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 리뷰를 연재했으며, 현재 《한국일보》에 ‘이용재의 식사(食史)’를 기고 중이다. 한국 음식 문화 비평 연작으로 《한식의 품격》과 《외식의 품격》을 집필했으며, 《냉면의 품격》,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맛있는 소설》 등을 썼다. 또한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 《패밀리 밀》, 《크래프트 맥주》 등의 저명 음식 관련서를 번역했다.
목 차
1부
『작은 아씨들』과 절인 레몬의 진실 9쪽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와 피 묻은 추수감사절 16쪽
『컬러 퍼플』과 비스킷, 그리고 소울 푸드 25쪽
『채식주의자』와 생각보다 멀지 않은 채식의 시대 39쪽
2부
『영원한 이방인』과 황색의 위험 49쪽
『아메리카나』와 미국식 순진함 그리고 부끄러움 65쪽
『카스테라』와 어느 냉장고의 재탄생 81쪽
피 묻은 만두와 루쉰의 「약」 85쪽
「칼자국」과 눈 오는 날 칼국수의 기억 91쪽
3부
음식으로 읽는 하루키 원더랜드 97쪽
오이 먹는 이야기, 혹은 10개의 키워드 108쪽
4부
『82년생 김지영』과 성차별로 차린 밥상 143쪽
『노인과 바다』, 또는 노인을 위한 참치는 없다 157쪽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리예트 ‘소스’ 170쪽
어느 집사의 『남아 있는 나날』 175쪽
5부
『이세린가이드』, 가짜의 진짜 이야기 185쪽
초콜릿 성과 『초콜릿 전쟁』 193쪽
『먹는 존재』, 또는 먹는 ‘존재’에서 ‘먹는’ 존재로 202쪽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의 눈물 젖은 흑빵 209쪽
『모비 딕』과 고래 잡는 이야기 217쪽
『바늘 없는 시계』와 코카콜라 232쪽
6부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숨겨진 옥수수의 세계 249쪽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그 뜨거운 멕시코 요리 257쪽
『바베트의 만찬』 생중계 266쪽
끝맺는 말 285쪽
참고한 책들 288쪽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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