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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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계은
출판사항빨간소금, 발행일:2024/03/13
형태사항p.244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138343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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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과연 치유받았을까?

당사자가 솔직하게 쓴 난임 이야기. 결혼 1년 차이던 2017년 1월, 순조롭게 첫 시도 만에 임신에 성공했지만 머지않아 계류유산으로 끝났다. 그 뒤로 유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아이를 낳는 것밖에 없다고 집요하게 생각했다. 임신 실패를 알리며 와르르 쏟아지는 붉은 피를 여지없이 아홉 번째 보던 날, 난임의 세계에 진입했다. 체외수정 시술에서 과배란을 네 번 거치고 동결배아를 4회 이식했으며, 그중 세 번은 착상했지만 끝내 계류유산으로 종결됐다. 마지막 과배란 시도 회차에서 이식한 신선배아로 ‘마침내’ 2019년 11월 안정적인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듬해 7월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의 고생이 하나도 생각 안 날 정도로 행복하다’ 식의 난임 극복 서사가 아니다. 지금은 “운 좋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지만, 더할 나위 없는 현재의 행복이 외롭고 무참하던 과거의 자신까지 구원할 수는 없었다고 고백하며 “나는 과연 치유받았을까?”라고 묻는다.

자연임신이 어려워 보조생식기술의 도움을 받는 여성들이 세상의 기준에 따라 ‘임신이 되지 않는 자기 몸’을 미워했다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지은이는 자신을 이중으로 미워했다. 임신이 어려운 자기 몸과 그 몸을 혐오하는 자기 자신. 그의 세계는 난임으로 무너졌고, 내던져진 상황에 극한으로 휘둘렸으며, 대립하고 불화했다. 지금은 아이를 낳았지만, 외롭고 힘든 시기에 자신을 돌보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을 느끼며, 과거의 그 성마르고 불안정한 여성은 이미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이제는 챙겨 주고 싶고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됐다.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당사자의 해방 서사

페미니즘 리부트가 한창이던 2017년부터 그의 몸은 임신과 유산, 난임을 차례대로 겪으며 곤경에 처했다. 난임 시술에 매달리는 삶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밑지는 인생이었다. 남들이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진로와 인생의 거창한 목표를 두고 고민할 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자궁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 전전긍긍하면서 할 수 있는 노력이란 음주를 자제하고 회사 다니듯 주기적으로 난임 클리닉을 방문하며 난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돌잔치에 초대받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신경과민의 상태에 시달리는 삶이었다.

난임의 경험으로 소외와 고독을 느꼈지만, 위로받을 만한 텍스트가 없었다. 사회는 난임을 겪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재현하고 규정했다. 난임의 고통은 이상적으로 여기는 관계의 단절이자 끊임없이 타자화되는 형벌로부터 비롯됐다. 어느덧 난임이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오는 고통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더 커졌다. 그사이 그는 “비밀스럽고 희미한 개인”이 되어 갔다. ‘이렇다’가 아닌 ‘이래야 한다’에 갇혀 나를 잃기도, 쥐어짜기도 하며.

이 책은 당시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임신이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홀로 감수해야 하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나는 이것들을 모조리 가시화하고 싶었다. 유난으로 보일지 몰라도, 여성의 삶은 여전히 더 언어화돼야 한다고 믿으며.”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난임 바라보기

지은이에게 난임으로부터의 자유란 아이를 낳은 ‘극복 서사’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타자화하고 도구화하는 세상의 잣대에 물음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바로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난임을 바라보기. 그는 페미니스트로서, 체외수정 시술을 받으며 자기 몸을 소외시켰던 시간을 다시 소환했으며 살풀이하듯 과거의 자신을 대면했다. 고통스럽기도,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4부로 구성된 이야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때부터 아이를 낳고 키운 지 3년이 된 때까지 대체로 시간 순서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난임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특히, 거듭되는 체외수정 실패로 “신경쇠약 직전”에 내몰린 그가 여러 계기로 “이제, 배짱 두둑하고 영리해질 때다”라며 ‘스스로 구원하라’는 성찰에 이르는 장면은 그 정점이다. “어느 순간 난임 병원에 가는 것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면서, 생기지 않는 아이에게 인생 포인트가 있는 나머지 그 밖의 삶의 영역을 부차적으로 여겼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중요한 건 임신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삶을 사는 거였는데. ‘내가 지나치게 비관한 건 아닐까?’라며 마음속 숨어 있던 좋은 삶에 대한 욕구들이 떠오르는 듯했다.”

“아이를 낳았지만, 나는 여전히 맘카페보다 불다방(난임 커뮤니티)이 익숙하고 편하다”라는 고백 또한 공감 능력의 성장을 보여 주는 한 장면이다. 지은이가 이를 편하게 느끼는 까닭은 어느덧 난임 경험이 정체성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며, 비록 같은 처지는 아닐지언정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되는 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비로소 나만 벗어났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작가 소개

이계은

하려면 아이를 낳는 방법밖에 없다고 집요하게 생각했다. 난임의 세계에 진입해 3년간 총 8회 차의 체외수정 시도 끝에 ‘마침내’ 2019년 겨울, 안정적인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듬해 7월 아기를 낳았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한창이던 2017년부터 내 몸은 임신과 유산, 난임을 차례대로 겪으며 곤경에 처했다. 난임의 경험으로 소외와 고독을 느꼈지만, 위로받을 만한 텍스트는 없었다. 사회는 난임을 겪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재현하고 규정했다. 난임의 고통은 이상적으로 여기는 관계의 단절이자 끊임없이 타자화되는 형벌로부터 비롯됐다. 어느덧 난임이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오는 고통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더 커졌다. 그사이 나는 《불안의 서》의 한 대목처럼 “비밀스럽고 희미한 개인”이 되어 갔다. ‘이렇다’가 아닌 ‘이래야 한다’에 갇혀 나를 잃기도, 쥐어짜기도 하며.

이 책은 당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목 차

지은이의 말


1. 이야기의 시작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베이비 피버

부자연스러운 삶의 시작

임신을 계획하다

심장 소리를 기대했는데…

오! 수정(授精)

시험관 시술이라는 낯선 세계에 진입하다


2. 난임이라는 세계

난임 병원 가는 날

난임 시술 용어 사전

최초의 상처

“시험관 3차이상, 이식전, 30대 이상”

오르막길

불다방 이야기

‘대리모’ 단상

굿 빼고 다 해 봤지

시험관 시술은 건강에 해로울까

타자화된 난임

난자 냉동 권하는 사회

난임 클리닉 의사들

벌칙 같은 설거지

최악의 돌잔치

자연배출의 기록

언니의 임신과 출산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속 좁고 쩨쩨한 괴로움

그의 고충

네 번째 결혼기념일


3. 이미 온전한 삶

시험관 7차 시술을 종료하며

자기연민

난임의 우울

시험관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

쉬운 일 아니에요

“이젠, 배짱 두둑하고 영리해질 때다”

실패를 합리화하는 법

콰트로치즈버거의 맛

난자 질이 뭐길래

임신의 비용

어떤 의사

“젠장, 아이 낳는 걸 깜박했네!”

난임 동지에서 육아 동지로


4. 나는 여전히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

헬조선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완벽한 아이 팔아요

입양이라는 선택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제왕절개와 분유 수유의 괴로움

해피 이벤트

엄마 연습

어떤 성장담

미역국 단상

나는 여전히 난임 커뮤니티를 기웃거린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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