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24년 전 중국어 한마디 모른 채 큰 가방 하나 들고 중국으로 떠났던 필자가, 도착한 날 숙소 화장실이 고장난 걸 깨닫고 급절망,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하며 짐 가방 속 팩 소주를 꺼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간이 흘러 흘러, 칸막이 없는 공중화장실에서 아주머니 대여섯 명이 줄줄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볼일을 보다가 필자에게 “니하오, 너 외국인이지?”라고 인사하던 시절은 갔고, 열 몇 시간씩 방광을 조절하며 콩나물시루 속 콩나물처럼 서서 가는 동안 중국 인민의 위대함과 희로애락의 근본을 깨닫게 했던 내몽골행 만원 열차도 이제 없다.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 발언 이후 무선 인터넷과 ATM기를 갖춘 최첨단 화장실이 등장했고, 베이징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세계로 향할 수 있는 일대일로와 중국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촘촘한 감시망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 건국 이후 중국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난 이 시기, 중국이 부국과 강국의 길을 걷는 동안 이곳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생의 반반을 한국과 중국에서 살아 온 경계인이자 여행자인 글쟁이 박현숙 작가가, 혁명과 개혁개방의 시대를 지나 ‘중국몽의 시대’와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면서, 지금도 매일의 삶을 살고 있는 진짜 중국인들의 신기하고 재미있고 슬프고 꿋꿋한 이야기를 수필처럼 단편소설처럼 르뽀처럼 생생하게 담아냈다.
땅 위의 국경은 마음의 국경이 된다. 국경을 넘기 쉽지 않은 우리에게는 마음의 국경을 넘은 사람의 특별한 시선이 필요하다.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작가 소개
박현숙
기자, 작가, 여행자.
걷고 듣고 읽고 쓰는 사람.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를 공부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톈진으로 어학연수 겸 여행을 떠났다가 당시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목격하면서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폭발했다. 체류기간을 연장해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했고, 학교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지금까지 베이징에 살고 있다. 그동안 라싸에서 연길까지, 윈난에서 내몽골까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통신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중국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중국 곳곳의 서점을 여행한 이야기로 <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 어느 경계인의 책방 답사로 중국읽기>를 썼으며, <백 사람의 십 년>과 <중국 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사건>을 번역했다.
목 차
작가의 말: 쾌락이 필요한 시절
제1부 그래도 해방
화장실 혁명이여, 영원하라!
베이징 역에서 떠나는 실크로드 기차 여행
절망의 산에서 내려갈 때 지팡이가 되어 준 디탄공원
그 시절 베이징 최초의 서양 음식점, 모스크바 식당
짜장면과 자장몐은 영혼이 다르다
식욕의 해방과 ‘진정한 공산주의’
혁명은 가도 춤바람은 살아남았다
이 생선을 보니 셰익스피어 문장이 떠오르는군요!
중매공원 이야기
나의 로망, 해방된 중국 여성들은 어디에
56세 아줌마, ‘가출 여행’을 떠나다
엄마, 내 조국은 어디야?
제2부 가난이라는 병
나의 집은 어디인가
가난한 사람들은 베이징을 나가라
눈물 냄새 나는 거리, 베이징 행복로를 아시나요
도시의 꿈이 모여 밤에만 출몰하는 귀신 시장
세상에는 한 가지 병만 있다. 바로 가난이라는 병이다.
제3부 몰래 눈물 한 방울
베이징 서민들의 유머와 해학의 추억
웃지 못하는 사람들
사라진 호수 타이핑후와 홍위병의 기억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엄벌에 처한다
애도할 권리
이 세상에 살아 있었다는 증거: 제로 코로나가 지운 이름들
애국주의 전성시대: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는 시간들
제4부 겨울이 오면 나는 원명원에 간다
아름다운 무덤에서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다
지금은 사라진 황제들의 슬픈 정원
개와 중국인은 출입 금지였던 곳, 베이징 둥자오민샹
대만인, 중국인 그리고 덩리쥔
‘중국몽’과 ‘미국몽’ 사이에서
미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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