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집 『춘파』에서 분노의 스펙트럼은 크게는 ‘불타는 지구’에서 작게는 ‘돈밖에 모르는 이웃’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그중에 「넷이서 마시는데」라는 짧은 시가 있는데 농촌의 민낯이 가차 없이 드러난다. “넷이서 마시는데 셋이/ 두 시간 동안/ 골프와 주식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셋이 하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하나가 누구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자는 이제 시골에도 “공짜”가 다 사라지고 없다며 허탈해한다. 농촌의 붕괴, 농업인의 내면을 이렇게 짧은 시로 드러내다니. ‘하나로 열’을 말한 것이다.
이 시뿐이랴. 「나비효과」 같은 시에서 우리는 시의 상상력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살필 수 있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죽어가는 코끼리 영상을 지켜보는 “이역만리 농사꾼”은 열대 초원에서 훌쩍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을 떠올린다. 사바나에서 목숨을 잃은 코끼리와 발 디딜 빙산이 없어 우는 북극곰이 “갈라진 논바닥 한가운데 서 있는/ 농사꾼”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시인은 행성 차원에서 일깨우는 것이다.
작가 소개
선종구
전남 벌교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2016년 시집 『여자만 소식』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창작21》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여자만 소식』 『뿌리를 위하여』가 있다.
현재 고향 마을에서 3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나락들
칼 /눈 /살구나무 /나락들 /이제는 남의 땅 /억새꽃 /기차 /뒤꿈치가 닮았다 /열무김치 /뿌리 없는 곡식 /옥수수밭 /무투입 논에서 /함께 가는 아침 /쑥부쟁이 /물꼬 /설날 /질경이 마도로스
2부 이장님 이장님
새 /벚꽃 장터 /예말이요 /이장님 이장님 /초복 /당산나무의 사철가 /비겁한 결투 /젊디나 젊은 사람이 /수수께끼 /동주 형 /욕의 기원 /땅골 밭의 소 몰아내라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밥과 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가을 산 /한의원에 가서 /손발에게 /햇살도 기울어
3부 그보다 멀리
꽃보다이모님들께 /태풍 속 들논의 벼들 /나는 본다 /나비효과 /피 /춘파 /그보다 멀리 /추석의 묵시록 /사람 소리 /이럴 수가 /국화 앞에서 /징검다리 2 /넷이서 마시는데 /슬픈 돼지 /2023년 겨울 /추수 끝난 논둑에 앉아
4부 수선이 가득 피면
우리들의 봄 /방사통 /수선이 가득 피면 /가을 들판 /그대여 /새 마루 /다시 가을 /소 2 /발자국 /쓸쓸함에 대하여 /민들레꽃 /숲 /섣달 /겨울 산 /붉은 노을 /추석 달 /다큐멘터리 /알배추 / 해설 _ 이문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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