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학대받은 소설가와 괴물이라 불린 고양이,
상처 입은 두 존재의 운명적 조우
동물과의 교감으로 인간이 과거의 상흔을 치유하는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보다 거칠고 야생적이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은둔한 노년의 소설가와 버려진 고양이가 17년 동안 서로의 트라우마를 보듬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은 사랑 이야기다. 흔한 반려동물 에세이와 달리, 저자와 반려묘 모두 세상에서 ‘괴물’로 배척당했던 존재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더한다.
저자 케일럽 카(Caleb Carr)는 군사역사학자로서 『뉴욕 타임스』 등에 기고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던 1994년에 발표한 범죄소설 『에일리어니스트』가 출간 직후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카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범죄소설 계의 거장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영광의 이면에는 잔혹한 유년이 자리했다. 그는 『에일리어니스트』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 책과 내 경력 전체를 다른 유년기를 사는 것과 바꾸겠냐 묻는다면 나는 아마 그럴 것이다.” 카의 어린 시절은 불우함의 끝이었다. 그 중심에는 아버지의 학대가 있었다.
아버지 루시엔 카(Lucien Carr)는 1950년대 미국 문학계를 뒤흔든 ‘비트 세대’의 핵심 인물이었다. 루시엔 카는 비트 세대의 왕족이라 할 수 있는 작가 잭 케루악(Jack Kerouac),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 Burroughs),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의 뮤즈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앨런 긴즈버그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접착제가 루시엔 카였다고 말했다. 루시엔 카는 알코올중독자였으며 그는 거의 매일 집에서 소란한 술판을 벌였다. 아들 케일럽 카는 매일 밤 아버지와 그의 자유분방한 예술가 친구들이 일으키는 아수라장을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참혹했던 것은 자녀를 향한 직접적인 폭력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그를 계단에서 수시로 밀어 넘어뜨렸다. 훗날 케일럽 카는 아버지가 과거 스토커를 살해해 2년간 복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사건은 훗날 영화 <킬 유어 달링>(2013)의 소재가 되었고, 배우 데인 드한(Dane DeHann)이 루시엔 카를 연기했다.
지독한 학대는 카에게 인간에 대한 불신과 반사회성을 남겼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신뢰란 인간관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연애 관계 역시 원만하게 지속되지 못했으며, 그는 학대의 대물림을 끊고자 가정을 이루지 않고 평생 홀로 살았다. 구타로 인해 장기에 생긴 흉터 조직은 평생 악화했고 이는 다양한 질병으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인간과의 유대에 더욱 염세적으로 변해갔다. 다만 그를 온전히 이해한 유일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고양이었다. 그와 함께 자란 고양이들은 카의 약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고 그를 위로했다.
인간이 아닌 종과 영혼을 교감한 지 50년이 되던 해, 그는 특별한 고양이를 만난다. 바로 유기묘 ‘마샤’였다. 마샤는 유별나게 사납고 인간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유기묘 보호소에서조차 환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마샤는 카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녔음을 첫눈에 알아봤고, 카를 먼저 선택했다. 그렇게 괴물이라 불리던 상처 입은 영혼들은 17년간 떨어지지 않고 뉴욕 동부의 외딴 산속에서 함께 웅크리고 살았다.
고양이와 산속에서 함께 보낸 17년
혹독한 자연도 막을 수 없던 사랑
카가 마샤가 함께 지낸 집은 서로를 만나기 전인 2000년, 카가 집필활동으로 벌어들인 거금을 쏟아 마련한 것이었다. 그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대해, 특히 인류에 대해 음울한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 산에서 혼자 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죠.” 미국 뉴욕주 ‘미저리산’의 외딴 숲속에 틀어박힌 건 카가 인간과 거리를 두면서도 집필과 자신만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곳은 기후와 주변 환경이 매우 척박한 곳으로, 겨울엔 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고 곰, 코요테, 거대 족제비 ‘피셔’ 등 포식동물이 우글거렸다. 이곳에서 카와 마샤는 서로를 지키며 십수 년을 견뎌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고양이 마샤가 숲을 호령하는 거친 본능을 간직한 유별난 존재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카의 회고록은 감동 실화를 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변모한다. 마샤는 야생의 맹수와 대등하게 맞서 싸울 만큼 강인한 생존 능력을 지녔고, 때로는 카에게 태클을 걸어 넘어뜨릴 정도로 넘치는 기세를 자랑했다. 카는 마샤의 위험천만한 본능을 억지로 가두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위태로운 야생성을 존중하며 그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그 치열한 삶의 기록은 마치 한 편의 스펙터클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마샤의 매력은 야생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그너의 음악에 환호하고, 형편없는 피아노 연주에 직접 건반 덮개를 닫아버리며, 인간의 언어까지 이해하는 듯한 모습은 그동안 고양이에게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경이로운 능력의 지평을 연다. 그리고 이 믿기 힘든 모습은 마샤를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고 끝없이 교감해 온 카와의 깊은 유대가 있었기에 비로소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한 동물의 일대기를 넘어, 인간과 동물의 신뢰가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지점과 고양이의 잠재력을 증명해 낸 뛰어난 기록물이다.
죽음마저 닮은 영혼의 단짝
생의 비탈길에서 남긴 회고록
어떤 참혹한 위기도 두 존재의 유대를 흔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학대가 낳은 신체적 각종 질환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카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 췌장염을 앓았는데, 이는 아버지가 가한 신체적 폭력으로 발생했다고 여러 의사가 진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카는 평생 교통사고 여파에 준하는 통증과 질병을 안고 살았으며 치료에 번번이 실패했다. 마샤 역시 카를 만나기 전 보호자들의 학대로 합병증을 겪었다. 숲속 야생동물들과의 전투로 입은 피해까지 더해져 마샤의 건강은 매우 악화했다.
결국 둘은 모두 암 진단을 받았다. 먼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카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내가 마샤보다 오래 살아남아 끝까지 돌볼 수 있을까’였다. 카가 자신이 집필한 소설의 성공과 마샤의 건강을 맞바꿀 수 있다고 기도하거나, 마샤가 죽지 않는다면 자신도 죽지 않겠다고 마샤에게 맹세하는 등 가슴 저린 장면이 이 책에 담겼다. 마샤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자신의 반려를 지키기 위해 숲속 야생동물과 전투를 멈추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끝까지 상대의 곁을 지키며 절대 먼저 상대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모습은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을 자아낸다.
영원한 이별은 찾아왔고, 마샤는 2022년 4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카는 홀로 남겨진 슬픔과 말기 암이라는 극한의 투병 속에서, 예정되어 있던 차기작 소설을 제쳐놓았다. 대신 마샤와의 삶을 기록하는 데 생의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전부 쏟아부었다. 카는 이 경이로운 서사를 세상에 남긴 뒤 2024년 5월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케일럽 카
미국의 소설가. 1955년생으로, 당시 미국 문학계를 뒤흔든 비트 세대의 핵심 인물 루시엔 카(Lucien Carr)의 아들로 태어났다. 뉴욕대학교에서 군사 및 외교역사를 전공했고 졸업 후 군사 역사학자이자 소설가로 동시에 활동했다. 1994년 발표한 범죄소설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내 경력 전체를 다른 유년기를 사는 것과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을 만큼, 성공의 이면에는 잔혹한 유년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는 루시앤 카는 삼 형제 중에서도 그에게 특히 극심한 물리적·정서적 학대를 가했다. 널리 알려져 있듯 그의 아버지는 자신을 쫓아다닌 남성 스토커를 살해했는데, 카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리 놀라진 않았다고 표현했다.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와 평생을 괴롭힌 만성 질환으로 인해 세상과 거리를 둔 채 고립을 택한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기댄 존재는 고양이들이었다. 한때 자신을 고양이와 인간의 잡종이라 믿었을 만큼, 소년 시절부터 고양이들과 깊은 영혼의 교제를 나눴다.
생의 후반기, 뉴욕 동부의 외딴 산기슭으로 이주했고 버려진 반야생 구조묘 ‘마샤’를 만나 17년간 완벽한 동반자로서 우정을 쌓았다. 이후 마샤는 관절염과 암 등 신체적 고통을 겪다, 2022년 4월 세상을 떠났다. 카는 암 말기 극한의 투병 속에서도 예정된 차기작 소설을 제쳐둔 채 마샤와의 서사를 기록했다. 이 책을 세상에 남긴 채, 그는 2024년 5월 68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옮긴이 : 김명남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명랑한 은둔자』, 『소유하기, 소유되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블러디 머더』,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전10권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운명
프렐류드
만남
“선생님이 꼭 저 고양이를 데려가셔야 해요!”
고양이소년
풀려난 마샤
미스터리가 펼쳐지다
마샤, 기세를 올리다
수수께끼에 감싸인 마샤
용감한 부상자
제2부 무대
거기서는 사자들도 죽어나갔지
유혈의 봄의 제전
약한 자 중 하나
어디로도 가지 않는 계단
전사 여왕의
상처
도시를 정복하다
그가 뭘 무찔렀다고요?
제3부 전투
레이디 의사
경비묘
계약
에코
충실한 유대
악마 고양이와 악당 개들
각자의 질병에 함께 맞서다
유령
거래를 하다
여신들의 황혼
용감한 자의 죽음
에필로그
감사의 말
더 읽을거리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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