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나를 씻고 씻길수록
하얗게 더러워졌어요 재미있었어요”
한국어와 영어, 서정과 실험, 유희와 전복…
경계를 가로지르며 지어올린 눈부신 시의 집
이중 언어의 건축자, 제1회 시드니문학상 수상자
낯선 감각을 일깨우는 수진 첫 시집 출간!
2022년 『시와반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수진의 첫 시집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언어의 질서를 전복하려는 타고난 바탕”을 지닌 채 “모든 방향에서 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시가 밀려”(심사평)온다는 찬사를 받은 「마이아토니아 콘제니타」를 포함해 총 56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십대 시절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한 뒤 영국을 거쳐 현재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은 다양한 문화권 속에서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 언어로 소통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시인의 이방인으로서의 시선,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데뷔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온 시인은 “세련된 형식과 새로운 화법이 눈길을 끌”며 “관계의 어려움과 현실의 불안을 포착하는” “감각의 이행과 연상의 고리”(심사평)가 걸출하다는 평과 함께 2023년 제1회 시드니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시집의 권두에 나란히 놓인 한국 시 「Topology|토폴로지―바람」과 영시 「Topology|토폴로지―Wind Wishes」를 살펴보자.
내가 살던 그곳에서 바람과 바람은 같은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람이 나를 그곳에서 이곳으로 데려와주길 바랐다. (……) 이곳과 그곳이 늘 다르지만은 않아서 바람은 나를 그곳에서 데려오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바다에 떨어지자 드러난 바닥은 끝이 없는 바람이었다.
—「Topology|토폴로지―바람」 부분
In my town, wind and wish were one and the same. So, I wished for a wind to come and take me away from my town. (……) the wind took me down further to make my home of all I might see. Down at the sea, I wished to see the endless wind. It was born of the endless wishes of a frozen sea.
—「Topology|토폴로지―Wind Wishes」 부분
두 시의 도입부는 의미가 일대일로 통하지만 말미의 경우 문장의 의미가 다르다. 두 시를 나란히 읽으면 의미가 같은 시를 다른 음률로 읽는 느낌을 얻는 동시에, 발음도 의미도 전혀 다른 시를 읽는 듯한 경험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1부(‘이름을 불러줘 이름을 견디는 이름을’)와 3부(‘거울과 거울을 마주대면 무한히 표정을 반성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방식’), 4부(‘그걸 굴절된 미래라고 부르자 아무리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는 ‘Topology|토폴로지’ 시리즈로 시작하며 창작과 번역의 위계가 없는 이중 언어로서의 시쓰기가 돋보이는 수진 시의 세계관을 대표적으로 엿보게 한다. ‘토폴로지’란 형태가 구부러지고 변형되더라도 그것을 이루는 관계와 연결이 유지되는지를 탐구하는 위상학적 개념으로, 수진의 시에서 언어와 의미, 나와 너, 여기와 저기 사이의 경계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형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너는 지금 나를 보고 있어
I’m looking at you now
나는 네 입을 보고 있어
I’m looking at your eyes looking at my lips
너는 두려워
I’m afraid
너는 두렵지만 계속 보고 있어
I’m afraid but I keep looking at you and listening
나도 두렵지만 보고 듣고 말하고 있어
You are repeating, slowly taming your fear
나는 말하면서 길들이고 있어
You’re tamed, and becoming someone else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I want to be someone else
—「다시 듣고 말하기|Listen and Repeat Again―Untranslatable Poem」 부분
반면, 「다시 듣고 말하기|Listen and Repeat Again―Untranslatable Poem」은 하나의 시 속에서 두 언어가 동시적으로 흐르는 시이다. 한쪽의 문장을 다른 언어로 옮겨놓고 그 의미를 변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두 언어가 서로 대화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읽히기도 하면서 읽는 이에게 좀더 복잡한 감정적 결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시의 방식은 「아쿠아오리|Æquorī」와 「너는 꿈|In your dream, you dreamt」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서로 같은, 혹은 다른 의미의 두 언어가 나란히 놓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와 불일치의 간극을 통해 자신과 타자 사이의 소통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탐색하는 시편들이다. 이처럼 수진에게 이중 언어의 시쓰기란 나와 타자 사이에 놓인 거리를 드러내고 동시에 그 거리를 건너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존재론적인 행위이다.
너의 얼굴은
아직 고요한 수면
표정에 잠깐 틈이 생길 때
쏟아져나온 빛의 덩어리
그때, 왈칵 생겨난 깊이
깊이를 본 눈이 생기면
그만큼의 슬픔이 태어났다
*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있었지만
저녁에야 어두운 부엌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종일 무엇을 하고 있었니?
종이 인형 목욕시키고 있었어요
있었어요 둥근 대야에 맑은 물을 떠다놓고
더 맑은 나를 담갔어요
(……)
쉽게 구겨지는 마음은 물에 젖으면 찢어지지 않고
쓰다듬을수록 풀어져
없어져요 사람들은 그런 걸 목욕이라고 한대요
사람은 씻는 건지 끌어안는 건지 아직 몰라
여태 나는 그 저녁에 담겨 있어요
*
흘러내린 눈이 미지근하게 식었다
조용히 물을 쏟고 새 슬픔을 받는다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 부분
표제시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는 시인이 바라보는 돌봄의 풍경을 특유의 슬픔의 정서로 표현한 수작이다. “쉽게 구겨지는 마음은 물에 젖으면 찢어지지 않고/ 쓰다듬을수록 풀어져/ 없어져요”라는 문장에서 보듯 시 속에서 목욕은 깨끗이 씻어내는 행위인 동시에 존재를 지우고 흩어지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적 대상인 아이는 종이 인형을 씻기며 “더 맑은” 자신을 물속에 담그고,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 나와 타자의 경계가 물에 젖어 점차 말랑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사람이란 씻고 씻길수록 “하얗게 더러워”지는 역설 속에서 상처를 지우고 없애는 일이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여운 깊은 시이다.
한편, 건축가로도 일하고 있는 시인의 이력 또한 이번 시집 곳곳에서 감지된다. “내가 이 집을 잘 지을 수 있게”(「물의 집」) 기원하는 의지, 혹은 시의 모양 그 자체를 하나의 건축물처럼 다채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인상적인 시편들이 눈에 띈다. 글자 수와 행갈이를 정교하게 계산해 각각 떨어지는 물방울, 튀어오르는 물방울의 형상을 한 「크레바스 인 크레파스」와 「크레파스 인 크레바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두 시는 “우리가 우리이고 싶어서”(「크레바스 인 크레파스」) “끝없이 너와/ 나 우리”(「크레파스 인 크레바스」)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관계의 욕망을 지면 위에 이미지 그 자체로써 세워 보인다.
손톱 달 Nail’s
손톱 달팽 Nail’s nail
손톱 달팽이 Nail snail
시퍼런 칼날을 야금야금 씹는다 한 번쯤은 말에 뼈를 담고 싶었지 죽은 뼈가 몸을 베고 지나간다 (……)
손톱 달팽이 못 Nail snail’s nail
손톱 달팽이 못 실패 Nail snail’s nail failed
손톱 달팽이 못 실패 들키기 Nail snail’s frail unveiled
—「달팽이 사육」 부분
「달팽이 사육」에는 “방금 자른 손톱”과 달팽이가 기어다닐 때 생기는 점액질의 흔적을 각각 영어 ‘손톱(nail)’과 ‘달팽이(snail)’로 확장시키며 시인 특유의 언어유희와 말놀이를 통한 시적 감수성을 확인하게 한다. “손톱 달”에서 “손톱 달팽”, “손톱 달팽이”로 이어지는 말의 증식은 하나의 단어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그와 동시에 언어 자체가 리드미컬한 말놀이이자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서로의 곁이 아니라
결이 되기를 꿈꾸는 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시인의 탄생!
“소속에 대한 그리움이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할 때, 어느 하나의 국가, 민족, 세대, 진영, 젠더에 속하지 않고 그저 내가 가는 행보와 자세라 남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시인이 밝힌 제1회 시드니문학상 수상 소감은 시인의 시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존재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대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당신은 내가 만진 가장 부드러운 뼈/ 우리는 찢어지지 않고/ 조용히 공들여 떨어질 것이다”라고 쓰는 시인은 서로의 “곁이 아니라 결이 될 것”(「탁본」)을 꿈꾼다. 그리고 “거 기 가 / 여 기 에”라고 표현함으로써 시인은 멀어짐과 가까워짐의 경계를 가만히 흔드는 아름다운 장면을 선보인다.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는 그렇게 어느 한곳에 자신을 고정하지 않으면서 타자에게 다가가고, 서로 다른 언어와 세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시집이다. 언제나 경계에 놓임으로써 오히려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의 순간에 비로소 ‘나’와 ‘너’가 새로운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탐색하는 수진의 첫 시집은 지금 주목해야 할 또하나의 걸출한 시인의 탄생 그 자체를 의미한다.
스스로를 매번 새로운 매개로 갈아끼우기 위해 매일 ‘죽어야’ 사는 법이다. 매일 자신을 울컥울컥 비워내야 하는 길이다. 안과 밖, 이곳과 저곳을, 자신을 촉매로 삼아 한데 섞고 중탕(重湯)을 거듭하는 길이다. (……) 시를 쓰는 사람이 언어적 이민을 감당해야 한다면, 그리고 앞서의 두 방법을 마다하면, 마다할 수밖에 없으면 이미 중탕인 자신의 언어를 거듭 게우고 다시 뒤섞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수밖에……
_해설, 조강석(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수진
2022년 『시와반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뉴질랜드, 영국을 거쳐 현재는 호주에서 건축가로 일하며 살고 있다. 2023년 제1회 시드니문학상을 받았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이름을 불러줘 이름을 견디는 이름을
Topology | 토폴로지―바람/ Topology | 토폴로지―Wind Wishes/ 목격자/ 세계의 끝/ 건축/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 모리아 연대기/ Shape of Water/ 마이아토니아 콘제니타/ 경계인 1/ 화이트아웃/ 3막 1장/ 어스름
2부 눈을 감으면 어제는 이불을 덮고
아침/ 고등어/ 손톱nail/ 유전/ 트라우마/ 컷/ 체인질링/ 크레바스 인 크레파스/ 크레파스 인 크레바스/ 안개/ 물의 집/ 그윽한 밤/ 상담/ 귀인
3부 거울과 거울을 마주대면 무한히 표정을 반성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방식
Topology | 토폴로지―불변량(不變量)/ Topology | 토폴로지― Invariant/ 아쿠아오리|Æquorī/ 트랜스-lation/ 메타픽션/ 달팽이 사육/ Phantom Pain/ 듣고 말하기/ 다시 듣고 말하기|Listen and Repeat Again―Untranslatable Poem/ 악센트/ 너는 꿈| In your dream, you dreamt/ 노래의 집
4부 그걸 굴절된 미래라고 부르자 아무리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Topoloy | 토폴로지―One/ Topoloy | 토폴로지―사람/ 축척 1:1/ Benediction/ 다음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이국의 운동장은 풀밭―The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옐로 피버/ 방문/ 밀키 웨이/ Smoke Writing/ 페르소나/ 피아노 레슨/ 기원/ 너무 추운 날이면 눈물도 눈이 되지/ 습(襲)/ 상자/ 탁본
해설|곁과 결
조강석(문학평론가)
역자 소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