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결국 정원사는 십년 백년을 내다보는 것이겠지요.”
나보다 오래 살 것을 심는다
누군가의 정원은 그렇게 백년의 숲이 된다
사계의 흐름을 품은 정원, 위안의 공간
무심코 지나치던 계절의 감각을 온전히 되찾는 일
“그가 하는 일은 봄여름 태양이 하는 일보다 위대하고
만날 앉아 글씨만 그리는 나 같은 사람의 일생보다 몇 배 더 값지고 훌륭하다.”
― 이병률(시인·여행작가)
『백년의 정원사』에는 “곧 꽃이 지면 사라질 풍경, 언제나 돌 위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인 정원사의 일상이 가득 담겨 있다. 정원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체감하는 곳이다. 봄에는 햇빛을 즐기고, 여름에는 땀 흘리며 장대비를 맞고, 가을에는 바람을 쐬고, 겨울에는 손끝이 시리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정원사가 누리는 가장 큰 만족감이다. 저자는 “꽃길을 일군 사람으로서의 보람과 보는 사람으로서의 행복감이 교차하는 순간”들에서 정원이란 공간이 천국임을 발견한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몸으로 계절을 읽는 일이고, 계절을 체감하는 일은 우리 몸이 체득한 습관에 가깝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의 리듬을 회복하고 위안을 얻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백년의 정원사』를 통해 저자는 정원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 감각이 우리의 시야를 어떻게 바꿔주는지를 담담하지만 구체적으로 보여주기에, 이병률 시인은 말한다. “그가 하는 일은 봄여름 태양이 하는 일보다 위대하고 만날 앉아 글씨만 그리는 나 같은 사람의 일생보다 몇 배 더 값지고 훌륭하다”고.
“오감을 밭에 난 풀 한 포기에 집중하면, 시간은 사라지듯 적막하게 흐르고 비로소 마음까지 고요해집니다.”_129쪽
백년을 넘어 기억으로 연결되는
다정한 유산
『백년의 정원사』에서 정원은 세대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기억의 정원’이자 ‘가족의 정원’이다. 충청남도 청양의 ‘덕암재’는 “집안사람들이 대대로 살던 곳”이라 어른들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 있다. 어머니가 가꾸던 접시꽃은 뽑지 못해 결국 다른 꽃들과 함께 심었고,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심어진 목단은 지금도 꽃을 피운다. 저자는 그 나무 앞에 서서 “젊었을 적에 그 많은 식구들 아침 다 차리시고, 잠시 짬을 내 밖으로 나와 이 나무를 보시고는 ‘아’ 하고 감탄어린 한숨을 내쉬셨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대고모, 내년이면 아흔인 대고모할머니와 함께한 정원 산책에서 “내게는 정원이지만 이곳이 이분에게는 친정이지. 비록 부모님은 이제 계시지 않지만 부모님이 심으신 나무들과 아끼셨던 물건들이 아직 남아 있고, 이걸 지키는 조카가 있는 이곳은 분명 대고모할머님께 친정”이라며 이곳이 지닌 의미를 깨닫는다.
정원은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남는다. 그러니 정원사는 십년, 백년을 내다보며 손을 움직여야 한다. 자신보다 “오래 그리고 크게 남을 존재”이기에, 칠자화 한 그루의 자리를 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신이 심은 나무가 훗날 아이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줄 새로운 안식처가 되기를, 누군가에게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린다. 그렇게 정원은 기억을 담은 채로, 다음 세대가 찾아올 유산이 된다.
“초화가 돋보이는 어린 정원이 훗날 수목이 우거진 성년의 정원이 되는 것이라면, 어쩌면 이 정원도 저와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정원은 가꾸는 게 아닌 거대한 생명을 키우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_136쪽
자연에서 배우는 ‘자연스러움’
삶이 자연이 되는 법
많은 이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다 잡초와의 전쟁에 지쳐 정원을 포기한다. 저자 역시 처음엔 금세 수풀이 무성해지고 마는 자연을 통제하느라 애썼으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었고 목수국은 비만 오면 쓰러졌으며 달리아는 지지대를 낮게 해줬다가 무거운 자신의 꽃 무게에 부러졌다. 하지만 9년차에 접어든 지금, 저자는 정원이 관리되어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고,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라고. 정원이 가르쳐주는 자연스러움이란 결국 완성이나 정돈 같은 사람의 기준을 내려놓는 것에 가깝다. 쉴새없이 올라오는 잡초도, 빗물에 저항하지 않고 스스로 눕는 꽃도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 정원사는 자연에게 대부분을 맡기며 자기가 해줄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지금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줄 테니 사람은 이 정도만 해주면 되겠지요.”
첫서리가 내린 날, 움직임을 멈춘 식물들을 보며 저자는 삶이 지닌 자연스러움도 깨닫는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서리가 내리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분주함을 사랑하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식물들처럼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법을 말이다.
“단순한 저는 뒤를 돌아보며 산 적이 없습니다. 덕분에 살면서 한 번도 내 삶을 ‘실패한 삶’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곳의 식물들처럼 끊임없이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_37쪽
『백년의 정원사』는 정원 가꾸기의 기술이 아니라 정원과 함께 사는 태도를 담은 책이자 계절을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보내는 따뜻한 자연의 초대장이다.
작가 소개
김용철
우여곡절 끝에 법대를 졸업했지만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대학을 한번 더 다닌 독특한 이력으로 사회에 나왔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망설이는 법 없이 해내면서 살고 있다.
9년 전 정원 사업이 큰돈이 된다는 걸 알고 영악하게 가드닝을 시작했지만 이것이 매우 난해한 창작행위라는 걸 깨달았고, 식물과 함께하면서 그 속에 거울처럼 비치는 내 삶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했다. 이제는 어디에 뭘 심을지로 부모님과 매주 서너 시간씩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일종의 떳떳함까지 더해져 가드닝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중.
중학교 땐 윤동주의 시에 몸을 떨었고 고등학교 땐 퀸의 노래를 밤새 들었다. 그렇게 자라난 감성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는지 정원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글로 옮기니 어느새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국립한밭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이자 9년 차 정원사이며 매일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올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또, ‘헤이데이’라는 기업을 창업해 정원용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나에게 정원은 4
덕암재를 소개합니다 8
1부 씨앗을 품고 가을로 걸어가는 정원사 2022년
늦여름 13 · 초가을 20 · 늦가을 28
2부 사계의 순환, 정원이 건네주는 것들 2023년
늦겨울 41 · 초봄 46 · 늦봄 52 · 초여름 62 · 늦여름 70 · 초가을 83 · 늦가을 91 · 초겨울 108
3부 뿌리는 깊어지고 꽃은 피어나고 2024년
늦겨울 120 · 초봄 126 · 늦봄 138 · 초여름 146 · 늦여름 156 · 초가을 170 · 늦가을 177 · 초겨울 186
4부 백년의 정원에서 보낸 기록 2025년
늦겨울 202 · 초봄 206 · 늦봄 213 · 초여름 221 · 늦여름 233 · 초가을 237 · 늦가을 240 · 초겨울 249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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