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육식이 “왜” 안 좋은지를 넘어 “어떻게” 안 먹을지 질문을 던지다
『고기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원제: 바람직한 식탁)는 독일에서 출간 직후부터 2개월 동안 종합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부제 그대로, 모태 육식 애호가의 1년에 걸친 채식 도전기. 저자가 세계적인 유명 작가라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대던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이 책을 교본 삼아 자신도 도전하고 있다는 리뷰가 잇달았고 ‘바람직한 식탁’이라는 페이스북 동호회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책의 인기 비결은, 충격 보고서 형식으로 육식의 종말을 선언하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는 데 있다. 작가 카렌 두베는 식습관에 대해 사사건건 훈수는 두는 유기농주의자(?) 동거인과 지내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러다 문득 아는 것과 사는 것의 간극이 너무나 큰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닭은 닭장에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맘껏 달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송아지는 어미 없이 혼자 어두운 우리에 갇혀서는 안 되고, 돼지는 바닥이 갈라진 좁은 우리 속에 한꺼번에 가둬 두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워 알고 있었건만, 수십 년째 그들 “고기 없이 정말 못 살 것 같은 나”로 살고 있는 현실. 그녀는 과감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잔인한 살육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기만과 무관심 속에서 예전처럼 고기를 사고, 그 결과 대량 가축 사육장이 지속되는 것을 돕는” 평범한 사람들 무리에서 비켜서 한 발자국 내딛어보겠다는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고기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리얼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출발은 소박했다. “유기농 식품점 손님에서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으로, 그리고 비건(동물성 식품은 물론 동물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까지 거부하는 완전채식주의자)을 거쳐 프루테리언(식물을 죽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열매만 먹는 과식주의자)으로 차례차례 식습관을 바꿔가며 살아보리라. 그렇게 실험 막바지에 이르면 이들의 삶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각각의 식습관을 깊이 체득함과 동시에 나의 식습관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지키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먹는다.
우선 유기농부터. 하지만 결국 “보통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지금까지 완전히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에 대해서일 뿐 기후나 토양의 침식에 대해서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유기농 산업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통찰에 직면하고 만다. 유기농축법이라고 해도 관행농축법보다 약간 나은 환경일 뿐, 대량생산 시스템인 점은 마찬가지다. 무조건 더 싼 가격을 찾는 대형 마트와 계약을 맺으려면 동물의 행복 따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소규모 유기농 식품점들을 찾아다니기에 이르는데,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유기농축산물이라는 표현에는 모순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다가 공포와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해준다 치자. 어째서 동물을 괴롭히는 행위는 옳지 않고 죽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어차피 죽일 돼지라면 실험 대상으로 삼은들 뭐가 그리 문제인가? 죽음을 묵인한다면 다른 모든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베지테리언. 고기와 생선을 끊기로 결심을 하고, 대량 사육장과 대형 도살장의 실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순전히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실태가 참혹할 따름이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것은 바람직할진 몰라도 더할 나위 없이 빈약한 식탁이다. 유제품을 먹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치즈와 버터 그리고 차에 넣는 크림은 물론 초콜릿이나 과자조차 일절 금지 대상이 된다. 더구나 유기농 과일과 채소들은 하나같이 어쩌면 그렇게도 기가 막히게 맛이 없는지. 저자는 고백한다.
“살면서 우리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부모님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사랑도 일시적이라는 것 등등. 그중 가장 끔찍한 깨달음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밝고 친절한 슈퍼마켓과 약국의 뒤편에는 어둡고 무자비한 지옥이 숨어 있다. 그곳에서 동물은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학대당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진실의 빨간 알약을 삼킨 기분이다. 왜 사람들 대부분이 파란 알약을 삼키는지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는 비건 생활 혁명 실행이다. 침실의 거위털 이불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비누와 샴푸에도 동물 성분이 들어 있고, 옷장의 가죽? 펠트와 비단도 처분 대상이다. 애용하는 승마 장비는 또 어떻고, 서재의 고서적도 모두 뼈로 만든 아교로 제본되었다. 하다못해 서랍장의 가죽 장식까지! 그녀는 생활 속에서 동물성 제품을 배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묘사한다. “마치 잔인한 연쇄살인범과 같다. 자신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반성하면서도 슬쩍 죽은 시체에서 살 한 점을 떼어 입안에 넣는 살인범 말이다. 고기를 씹는 내 모습을 누군가 보더라도 아무도 내가 범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고기 먹는 일은 법에 저촉되지 않으니까. 내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자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 자신뿐이다. 올바르게 살기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그리고 결국 프루테리언으로 살아보기. 잠깐 동안은 ‘한계 없는 건강’의 절정 혹은 ‘맑은 힘이 솟는 몸’의 정점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바나나와 삶은 완두콩 따위로 연명하는 삶은 사람의 정신까지도 피폐하게 만든다. 스티브 잡스도 한때는 과일만 먹었지만 금방 쓰레기통으로 되돌아왔다던가. 하지만 이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공정함, 비폭력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카렌 두베는 비건과 대화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감정을 느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누구도 나를 비난하거나 내게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들의 존재는 인간이 폭력에서 자유로운 소박한 삶을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와도 같다.”
훌륭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도살당하기 전날 밤 소에게 밤새 플루트를 연주해주던 동물 해방 활동가에게 감화되어 사육장 사업을 접은 얀 게르데스, 더없이 고단하고 더이상 신나지만은 않지만 대량 사육장에 잠입해 동물을 해방시키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페터, 동물 착취를 완전히 근절해야 하는 것은 노예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는 완전채식주의자 아힘 스퇴셔 등등, 카렌 두베가 만난 이들의 존재는 결국 그녀를 변화시킨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무엇을 어디에서 살지 알게 되고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된, 그녀의 마지막 결심은 다음과 같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기를 희망하며. 1) 가능한 한 유기농 식품점에서 쇼핑을 한다. 2) 대량 축산 농장에서 나온 고기는 먹지 않는다. 3) 과거에 먹었던 생선과 고기, 유제품의 최대 10퍼센트만을 소비한다. 4) 가죽으로 된 제품과 거위털이 들어간 제품은 사지 않는다. 5) 대체로 적게 소비하며 산다. 무엇인가를 사야 한다면 가능한 한 중고품을 산다. 저자는 말한다. “자유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육식 문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우리는 자유로워질까. 국내에도 MF7(Meet Free 7-days)과 같은 페이스북 동호회가 여럿 생겨나는 추세이다.
▣ 작가 소개
저 : 카렌 두베
Karen Duve
1961년 함부르크 출생. 볼프강 헤른도르프는 “카렌 두베는 신이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의 그녀는 영국산 불독, 닭 두 마리, 노새 한 마리와 함께 시골에서 지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처음 펴낸 두 권의 소설 『폭우』와 『이것은 사랑노래가 아니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들은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녀는 베티나 폰 아르님 상, 베를린의 문학 서클 리터라투어 베르크슈타트가 수여하는 오픈 마이크 상, 헤벨 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토마스 뮐러와의 크리스마스』로 독서계를 평정한 바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언론과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그녀에게 언론은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 “분명한 은유,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컨베이어벨트처럼 생산해내는 비범한 언어의 곡예사”, “위트와 신랄함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라는 찬사를 붙여주고 있다.
역 : 이덕임
동아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Pune University 인도철학과, 호주 Towoomba University 철학과를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독일어 과정(철학교사자격증 획득)을 마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실패의 논리』, 『자발적 가난』,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동식물이야기』, 『과학백과』, 『함께 풀어가는 과학』, 『파란들』, 『꿈은 나의 미래』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1월, 모두 유기농
우리는 가족
2월, 여전히 모두 유기농
감정 없는 연민
3월, 베지테리언
4월, 여전히 베지테리언
5월, 완전히 베지테리언
6월, 더욱 완전한 베지테리언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을까?
7월, 더더욱 엄격한 베지테리언
8월, 가장 완벽한 베지테리언
9월, 프루테리언
우리는 챔피언
10월, 아직은 프루테리언
11월, 앞으로 어떻게 할까?
육식이 “왜” 안 좋은지를 넘어 “어떻게” 안 먹을지 질문을 던지다
『고기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원제: 바람직한 식탁)는 독일에서 출간 직후부터 2개월 동안 종합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부제 그대로, 모태 육식 애호가의 1년에 걸친 채식 도전기. 저자가 세계적인 유명 작가라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대던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이 책을 교본 삼아 자신도 도전하고 있다는 리뷰가 잇달았고 ‘바람직한 식탁’이라는 페이스북 동호회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책의 인기 비결은, 충격 보고서 형식으로 육식의 종말을 선언하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는 데 있다. 작가 카렌 두베는 식습관에 대해 사사건건 훈수는 두는 유기농주의자(?) 동거인과 지내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러다 문득 아는 것과 사는 것의 간극이 너무나 큰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닭은 닭장에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맘껏 달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송아지는 어미 없이 혼자 어두운 우리에 갇혀서는 안 되고, 돼지는 바닥이 갈라진 좁은 우리 속에 한꺼번에 가둬 두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워 알고 있었건만, 수십 년째 그들 “고기 없이 정말 못 살 것 같은 나”로 살고 있는 현실. 그녀는 과감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잔인한 살육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기만과 무관심 속에서 예전처럼 고기를 사고, 그 결과 대량 가축 사육장이 지속되는 것을 돕는” 평범한 사람들 무리에서 비켜서 한 발자국 내딛어보겠다는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고기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리얼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출발은 소박했다. “유기농 식품점 손님에서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으로, 그리고 비건(동물성 식품은 물론 동물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까지 거부하는 완전채식주의자)을 거쳐 프루테리언(식물을 죽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열매만 먹는 과식주의자)으로 차례차례 식습관을 바꿔가며 살아보리라. 그렇게 실험 막바지에 이르면 이들의 삶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각각의 식습관을 깊이 체득함과 동시에 나의 식습관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지키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먹는다.
우선 유기농부터. 하지만 결국 “보통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지금까지 완전히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에 대해서일 뿐 기후나 토양의 침식에 대해서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유기농 산업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통찰에 직면하고 만다. 유기농축법이라고 해도 관행농축법보다 약간 나은 환경일 뿐, 대량생산 시스템인 점은 마찬가지다. 무조건 더 싼 가격을 찾는 대형 마트와 계약을 맺으려면 동물의 행복 따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소규모 유기농 식품점들을 찾아다니기에 이르는데,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유기농축산물이라는 표현에는 모순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다가 공포와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해준다 치자. 어째서 동물을 괴롭히는 행위는 옳지 않고 죽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어차피 죽일 돼지라면 실험 대상으로 삼은들 뭐가 그리 문제인가? 죽음을 묵인한다면 다른 모든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베지테리언. 고기와 생선을 끊기로 결심을 하고, 대량 사육장과 대형 도살장의 실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순전히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실태가 참혹할 따름이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것은 바람직할진 몰라도 더할 나위 없이 빈약한 식탁이다. 유제품을 먹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치즈와 버터 그리고 차에 넣는 크림은 물론 초콜릿이나 과자조차 일절 금지 대상이 된다. 더구나 유기농 과일과 채소들은 하나같이 어쩌면 그렇게도 기가 막히게 맛이 없는지. 저자는 고백한다.
“살면서 우리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부모님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사랑도 일시적이라는 것 등등. 그중 가장 끔찍한 깨달음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밝고 친절한 슈퍼마켓과 약국의 뒤편에는 어둡고 무자비한 지옥이 숨어 있다. 그곳에서 동물은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학대당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진실의 빨간 알약을 삼킨 기분이다. 왜 사람들 대부분이 파란 알약을 삼키는지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는 비건 생활 혁명 실행이다. 침실의 거위털 이불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비누와 샴푸에도 동물 성분이 들어 있고, 옷장의 가죽? 펠트와 비단도 처분 대상이다. 애용하는 승마 장비는 또 어떻고, 서재의 고서적도 모두 뼈로 만든 아교로 제본되었다. 하다못해 서랍장의 가죽 장식까지! 그녀는 생활 속에서 동물성 제품을 배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묘사한다. “마치 잔인한 연쇄살인범과 같다. 자신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반성하면서도 슬쩍 죽은 시체에서 살 한 점을 떼어 입안에 넣는 살인범 말이다. 고기를 씹는 내 모습을 누군가 보더라도 아무도 내가 범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고기 먹는 일은 법에 저촉되지 않으니까. 내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자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 자신뿐이다. 올바르게 살기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그리고 결국 프루테리언으로 살아보기. 잠깐 동안은 ‘한계 없는 건강’의 절정 혹은 ‘맑은 힘이 솟는 몸’의 정점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바나나와 삶은 완두콩 따위로 연명하는 삶은 사람의 정신까지도 피폐하게 만든다. 스티브 잡스도 한때는 과일만 먹었지만 금방 쓰레기통으로 되돌아왔다던가. 하지만 이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공정함, 비폭력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카렌 두베는 비건과 대화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감정을 느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누구도 나를 비난하거나 내게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들의 존재는 인간이 폭력에서 자유로운 소박한 삶을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와도 같다.”
훌륭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도살당하기 전날 밤 소에게 밤새 플루트를 연주해주던 동물 해방 활동가에게 감화되어 사육장 사업을 접은 얀 게르데스, 더없이 고단하고 더이상 신나지만은 않지만 대량 사육장에 잠입해 동물을 해방시키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페터, 동물 착취를 완전히 근절해야 하는 것은 노예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는 완전채식주의자 아힘 스퇴셔 등등, 카렌 두베가 만난 이들의 존재는 결국 그녀를 변화시킨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무엇을 어디에서 살지 알게 되고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된, 그녀의 마지막 결심은 다음과 같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기를 희망하며. 1) 가능한 한 유기농 식품점에서 쇼핑을 한다. 2) 대량 축산 농장에서 나온 고기는 먹지 않는다. 3) 과거에 먹었던 생선과 고기, 유제품의 최대 10퍼센트만을 소비한다. 4) 가죽으로 된 제품과 거위털이 들어간 제품은 사지 않는다. 5) 대체로 적게 소비하며 산다. 무엇인가를 사야 한다면 가능한 한 중고품을 산다. 저자는 말한다. “자유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육식 문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우리는 자유로워질까. 국내에도 MF7(Meet Free 7-days)과 같은 페이스북 동호회가 여럿 생겨나는 추세이다.
▣ 작가 소개
저 : 카렌 두베
Karen Duve
1961년 함부르크 출생. 볼프강 헤른도르프는 “카렌 두베는 신이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의 그녀는 영국산 불독, 닭 두 마리, 노새 한 마리와 함께 시골에서 지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처음 펴낸 두 권의 소설 『폭우』와 『이것은 사랑노래가 아니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들은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녀는 베티나 폰 아르님 상, 베를린의 문학 서클 리터라투어 베르크슈타트가 수여하는 오픈 마이크 상, 헤벨 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토마스 뮐러와의 크리스마스』로 독서계를 평정한 바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언론과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그녀에게 언론은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 “분명한 은유,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컨베이어벨트처럼 생산해내는 비범한 언어의 곡예사”, “위트와 신랄함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라는 찬사를 붙여주고 있다.
역 : 이덕임
동아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Pune University 인도철학과, 호주 Towoomba University 철학과를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독일어 과정(철학교사자격증 획득)을 마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실패의 논리』, 『자발적 가난』,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동식물이야기』, 『과학백과』, 『함께 풀어가는 과학』, 『파란들』, 『꿈은 나의 미래』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1월, 모두 유기농
우리는 가족
2월, 여전히 모두 유기농
감정 없는 연민
3월, 베지테리언
4월, 여전히 베지테리언
5월, 완전히 베지테리언
6월, 더욱 완전한 베지테리언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을까?
7월, 더더욱 엄격한 베지테리언
8월, 가장 완벽한 베지테리언
9월, 프루테리언
우리는 챔피언
10월, 아직은 프루테리언
11월, 앞으로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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