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감기에 대한 다른 의견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는 평생 감기 환자를 가장 많이 진찰한다. 아이의 감기는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건강상의 문제이며, 소아과 의사에게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는 “감기” 진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아의 일차진료 현장에서는 진단과 진찰에 간극이 발생하는데, 이를 커뮤니케이션 갭(communication gap)이라고 한다. “감기”라는 용어의 개념은 매우 애매하고, 소아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같은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들도 그러니, 의사와 보호자, 보호자 간에 “감기”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감기의 자연경과
감기를 진료할 때 감기의 자연경과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대부분이지만, 발열은 대개 1∼3일 정도에 진정된다. 때로는 5일 정도 지속될 때도 있지만, 1주 이상이 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일단 내려간 열이 다시 오르는 이정점(bimodal) 발열이 될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발열이 있은 뒤 시간이 약간 지나서 콧물이 난다. 초기에는 사이토카인의 영향으로 혈관투과성의 항진에 의한 맑은 콧물이다. 그 후 파괴된 바이러스와 세균 파편을 탐식처리하기 위해 백혈구 성분이 많아지고 화농성으로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기침이 생기는데 발열이나 콧물의 정점과는 대개 어긋난다. 기침은 서서히 심해지고, 안 좋을 때는 밤에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기침을 하지만 며칠이면 개선된다.
그런데 감기의 자연경과를 모르는 의사가 적지 않다. 많은 의사들이 감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기 감기 치료가 당연시되어서 자연경과를 볼 일이 적기 때문이다. 투약이나 의료 개입의 효과 여부를 판단하려면 감기의 자연경과를 알아둬야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않고 발열에 항생제를 투여하여 며칠 만에 해열되면 보호자뿐 아니라 의사도 약의 효과라고 생각하게 된다.
감기약의 부작용
과거에 소아과 의사는 콧물 증상에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 생각한 것이다. 영유아에게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해도 임상증상은 개선되지 않고 부작용으로 낮에 졸게 되고 수면리듬이 망가져 오히려 QOL이 떨어진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는 감기 경과를 오래 끌게끔 만드는 것과 관련 있다. 염증 부위의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하여 분비물 양을 감소시키지만, 그 때문에 분비물의 점도가 올라가는 것이 문제다. 중이염 이후에 항히스타민제 투여군은 아무런 약도 투여하지 않은 그룹(플라세보군)에 비해 유의하게 저류액의 잔존 기간이 길어졌다. 이는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여 분비물의 배출이 지체되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어떤 보호자는 감기로 열이 날 때마다 항생제를 쓰고, 콧물과 기침을 그치게 하기 위해 감기약을 쓴다는데, 잘못된 위험관리다. 왜냐 하면 감기에는 듣는 약이 없는 반면, 상당히 드물지만 위중한 약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다양한 약을 복용시키면, 적긴 하지만 사망률이 올라간다.
감기는 치료해야 할 질환인가
결과적으로 감기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 감기라고 판단하면 위험 평가를 한 뒤에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오늘날 의료제도와 환경은 아무래도 치료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감기에 항생제” 혹은 “감기를 치료하겠다”는 자세는 위험을 감소시키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
“감기를 빨리 치료하고 싶으니 감기약을 주세요”라며 아이를 진찰받게 하는 보호자가 많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기는 약으로 고친다”는 확신을 만들면 가정 전체의 QOL이 낮아진다. 지금까지의 소아 의료에서는 이와 같은 확신을 많이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소아 일차진료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감기는 치료해야 할 질환”이 아니라 “낫는 것”이며, 의사의 역할은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다.
소아 감기를 진찰하는 의사가 나아갈 길
소아 의료를 바꿔 나가야 한다. 오늘날 일차진료인 소아 의료에서는 항생제를 비롯하여 감기에 걸린 아이에 대한 투약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보호자와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지금은 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열심히 설파해야 한다.
젊은 의사가 새로운 생각과 각오로 진찰을 해도, 같은 지역의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의사가 “감기는 약으로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일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영향력이 강한 의사가 있으면 보호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한다. 소아의 일차진료를 바꿔 나가는 것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은 가시밭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는 보호자를 납득시킬수 있는 설명을 하고 과잉진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병원은 약국이 아닙니다. 질병을 설명하는 곳입니다. 감기약만 받으러 간다는 것은 아이의 건강에 피해가 될 뿐입니다.” 다만 설명은 커뮤니케이션인지라 서로 간에 맞는 성향이 있다. 신뢰관계를 잘 구축한 후 진단하고 설명하는 의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작가 소개
저 : 니시무라 다쓰오
西村龍夫
1991년 나라(奈良)현립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나라현립의과대학 소아과학 교실에서 임상수련을 하였다. 하이바라(榛原)종합병원 소아과, 나라현립나라병원 소아과를 거쳐 1998년부터 니시무라 소아과를 개업하였다. 2004년 10월부터 환아보육실 “건강한 아이”, 2009년 4월부터 발달지원실 “미래”, 2015년 4월부터 소규모 인가보육원 “쓰쿠시”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역 : 김계영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두 딸아이의 엄마이자 한의사로서 잠실아이누리한의원에서 우리 아이들의 감기, 비염, 여아성조숙증 등의 진료에 힘쓰고 있다.
역 : 염성환
세명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였고, 41대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와 국제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잠실아이누리한의원에서 아토피·습진·물사마귀 등 어린이 피부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역서로는 『소아피부질환해설』이 있다.
역 : 주승현
세명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였고, 41대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위원회 일본한의학 자문위원을 했으며, 현재 면목동일한의원 원장이다. 역서로는 《소아피부질환해설》과 《한의학치료 368증례》가 있다.
목 차
역자 서문 6
1장 감기란 무엇인가 13
1. 왜 이견이 생길까 14
2. 감기의 정의 22
3. 감기와 위험 30
4. 감기 교육의 필요성 37
A 수련시설의 문제 41
B 진찰과 진단 42
C 투약 43
D 소아 의료의 변화와 재교육 문제
2장 감기의 병태생리 47
1. 감기의 자연경과 48
2. 바이러스와 세균 51
A 바이러스 52
B 세균 57
3. 발열 64
4. 콧물 66
5. 기침 69
A 기침반사의 기능 71
B 기침수용체 73
C 기침의 감별 74
D 일차진료에서 기침에 대한 대응 76
6. 천명 82
3장 감기 치료란 93
1. 감기와 항생제 94
A 장기적 영향 95
B 단기적 영향 98
2. 감기약의 효과 102
A 항히스타민제 102
B 진해제 103
C 기관지확장제 108
3. 의료제도의 폐해 114
4. 악순환 118
4장 감기와 위험관리 123
1. 치료보다 진단 124
A 투약에서 검사로 124
B 검사 결과의 판단 127
2. 감기의 위험관리 130
A 급성 중이염 131
B 부비동염 133
C 잠재세균혈증 133
D 폐렴 144
E 육아 위험 148
3.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질환 150
A 세균성 수막염 150
B 급성 후두개염 151
C 뇌염·뇌질환 152
D 심근염 152
4. 명의가 아이들을 괴롭힌다 154
A 위험 과잉사회 154
B 위험 강조의 폐해 155
C 명의일수록 위험인지가 빗나간다 159
D 학회와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159
5장 새로운 감기 진료 181
1. 감기는 치료해야 할 질환인가 182
2. 아이의 관점으로 보겠습니다 184
A A코스 185
B B코스 187
C A코스와 B코스의 차이 189
3. 부정적인 발상보다 긍정적인 발상을 하는 의료로 191
4. 감기 치료의 결정판 194
5. 그래도 소아과 의사는 훌륭하다 196
찾아보기 204
column
투약보다 커뮤니케이션 28
중이염과 부비동염 28
감기는 젊은 의사에게 맡긴다 28
감기공포증인 엄마 35
백신에 의한 위험관리 35
목이 빨갛다? 43
의사의 임상수련제도 45
자연경과는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49
인플루엔자의 신속검사 50
초음파진단기에 의한 부비동염의 진단 56
colonizatoin과 infection 59
용혈연쇄구균 감염: 신장염과 류마티스열은 어째서 줄어들었을까? 61
코 막힘과 모유 68
바이러스는 기침반사를 이용한다? 80
기관지염이란? 81
천명의 개념 88
기침형천식은 있나? 88
감기의 자연경과를 바꿀 수 있을까? 90
티페피딘 히벤즈산염의 효과 107
약의 적응증 126
CRP는 유용할까? 137
항생제로 세균성 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나? 141
젊은 의사 선생님께 143
잠재폐렴(occult pueumonia) 146
폐렴미코플라스마 147
일본 의사는 후향적으로 생각한다 158
가이드라인은 천식 사망을 줄였을까? 164
위험인지의 왜곡 176
변혁을 방해하는 권위주의 177
확신을 만들지 않기 위해 183
소아 의료를 바꿔 나갑시다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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