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항생제’를 통해본 현대 세계사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심각하고도 긴급한 ‘항생제 내성’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한 2016년 9월의 어느 수요일이었다. 맨해튼의 동편을 수놓은 초고층 건물들 간의 공간은 후텁지근했지만 현대적인 유엔 건물 안의 공기는 서늘하고 쾌적했다. 유럽식 디자인의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과 실용적인 단화를 신은 여성들이 193개국 정부의 대표와 대사 들이 연례총회를 위해 모여 있는 회의실들을 분주히 오갔다. 연례총회는 보통 온건한 모임이다. 논의가 차분하고 추상적이며 무기 협약이나 국경 논쟁에 관한 세목으로 채워지는 게 보통인 것이다. 하지만 그날 아침에는 그 건물에 활기찬 에너지가 감돌았다. 그 일만 아니라면 결코 거기에 발을 들여놓을 성싶지 않은 일군의 방문객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유엔은 막 세계적인 항생제 내성 문제를 다루려 하고 있었다. 그 위협을 탐구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유엔 연례총회에서는 건강 문제를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 건강 문제가 안건이 된 것은 1945년 유엔이 창립된 이래 딱 세 번뿐이었다. 첫 번째는 암 같은 만성 질환으로 세계가 떠안게 되는 부담을 따져보기 위해, 두 번째는 에볼라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세 번째는 에이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내성균이 왜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허다했고, 그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시급한지 깨닫지 못하는 이들은 그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유엔은 그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 무르익을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유엔타워 3층에 자리한 천장이 높고 세련된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Trusteeship Chamber)에서 유엔의 최고위 관료인 사무총장 반기문이 마이크를 향해 몸을 숙였다.
“존경하는 각국의 각료, 대사, 신사숙녀 여러분! 항균물질 내성이 인간의 건강,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과 개발에 근원적이고도 장기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도시와 농촌, 병원과 농장과 지역사회를 막론하고 전 세계 모든 지역이 마주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으로부터 인간과 동물을 보호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전문가 위원회가 항균물질 내성과 관련한 복잡한 사항들을 잘 정리해 제시하고 빈국이든 부국이든 간에 70개국 정부의 대표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발언을 쏟아낸 뒤였다. 유엔 총회 회원국들은 투표를 통해 즉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그들은 새로운 내성균 감염에 관한 감시·감독 체제를 개선하고 신약의 연구와 개발을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각국 정부가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고 얼마나 변화를 진척시켰는지에 관해 2018년 다시 보고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계획을 즉시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니터할 국제 조정 기구를 마련해달라고 유엔에 주문했다. 수십 년 전 에이즈와 관련해 진행한 과정과 유사했다.
각국 정부가 투표를 통해 채택한 선언서는 항생제 내성을 ‘가장 심각하고 가장 긴급한 국제적 위험’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에게 그 위협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과학자와 전략가 들에게는 개가를 올린 날이었다. 여전히 미진한 감도 없지는 않았다. 그 선언서가 기금을 조성하지도 사용한도를 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 총회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각한 국제적 위험으로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연설할 때마다 발언할 때마다 농장에서의 항생제 과용이 의약품의 오남용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경고에 대해 이제야 비로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농장에서의 항생제 사용, 그리고 그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마침내 전 세계적 의제로 떠올랐다.
이처럼 유엔은 몇 년 전부터 항생제 내성의 위험을 국제적 위험으로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각국 대표들이 연설할 때나 발언할 때마다 농장의 항생제 과용이 의약품의 오남용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경고에 이제야 비로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농장의 항생제 사용, 그리고 그것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전 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2014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내성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고, 정부 산하의 상설 전문가조직, 즉 ‘항생제 내성균을 퇴치하기 위한 대통령 자문회의(Presidential Advisory Council on Combating Antibiotic-Resistant Bacteria)’를 새로 구축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 무렵 영국에서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골드만삭스의 전직 수석경제학자 짐 오닐 경(Lord Jim O’Neill)에게 의견을 요청했고, 오닐 경은 ‘항균물질 내성에 관한 검토(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라는 단체를 꾸려 내성에 의한 전 세계적인 사망자 수 추정치를 얻었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70만 명 숨지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1000만 명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초에 나온 두 번째 수치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이른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육류와 항생제 소비에 대한 전망치를 추정해 내놓았는데, 만약 그들이 농업의 관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공장형 농장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불어나 15년 뒤 항생제를 지금보다 3분의 2 더 쓰게 될 것, 즉 전 세계적으로 10만 5596톤이나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은 2030년이 되면 중국이 세계에서 생산하는 모든 항생제의 30퍼센트를 그 나라의 육용 동물에게 투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새로운 항생제와 진단법을 개발할 것, 그리고 ‘가축에게 항생제를 좀더 분별력 있게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2016년 5월 세계보건기구 이사회 소속의 194개 회원국은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달, 일본에서 열린 G7은 내성을 국제적 우선사항으로 다뤄야 함을 확실히 했다. 유엔 총회가 개최되기 2주 전, G20 정상회담―그해는 지상 최대의 항생제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의장국이었다―은 “항생제 내성이 공중보건, 성장과 국제경제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항생제 내성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책 제목 ‘빅 치킨(Big Chicken)’은 사족 없이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대번에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해준다. 세계적인 거대 제약회사를 지칭하는 용어 ‘빅 파마(Big Pharma)’처럼 말이다. 빅 치킨은 공장형 집중사육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의 거대 가금기업을 일컫는 것이자, 그 기업들이 생산하는 빠르게 성장하고 가슴살이 두둑한 일명 뻥튀기 닭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마디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빅 치킨이 등장하게 된 경위, 빅 치킨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에 맞선 성찰적 노력의 결실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치킨너겟을 다시는 종전과 같은 눈길로 바라볼 수 없게 되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평한 이가 있는데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대다수 사람들은 매일이다시피 닭고기를 소비하면서도 과연 닭이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가공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장형 가금 사육장·자동화한 도살 가공 공장의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갓 부화한 병아리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얼떨떨하고 곤욕스럽게 생을 시작하는 모습, 비위생적인 공장형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닭들의 처연한 모습, 도살 무게에 이르러 산 채로 발목 족쇄에 거꾸로 매달린 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서서히 그 본연의 종착점인 닭고기로 변신해가는 광경 등을 볼 수 있다. 일단 이 모든 과정이 거의 완전하게 자동화되어 있다는 사실, 기계장치가 정교하고 아름답게(?) 작동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맞추기 위해서는 닭이 몸무게며 신장이 일정한 제품처럼 사육되어야 한다는 것도 일면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주된 감정은 역시 불편함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층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항생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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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는 우리가 어쩌다 항생제를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또 거기에 의문을 품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쩌다 산업형 닭고기를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또 그를 재고해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마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산업화의 전개 과정을 닭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처럼 읽힌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기계화·속도와 효율·일관성과 획일성 따위를 중시하는 산업화가 전개되었고,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오염·전통적 가치의 붕괴·소수 거대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중소 규모 혹은 독립적 기업의 몰락·공동체 지향적인 감수성의 파괴 등 숱한 부작용이 드러났으며,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뒤따르는 과정 말이다. 저자는 닭의 산업화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항생제 덕분이고,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역시 농장에서 상시 사용하는 항생제가 내성을 키움으로써 인간 건강에 뜻하지 않은 위험을 안겨주었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암이나 심장병,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형 질환보다 외상에 따른 감염에 의해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1943년 페니실린이 보급됨에 따라 항생제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던 전염병을 며칠 만에 물리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항생제를 기적의 약물이라 부르며 열렬히 환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항생제 이후 시대’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항생제 출현으로 인한 이점들을 흥청망청 소비한 데 따른 대가다. 그 대가는 바로 항생제 내성이었다.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모든 생명체는 자신을 향한 공격에 맞서 새로운 방어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데 성공한 적자(適者)들이다. 세균 역시 자신을 공격하는 항생제에 대항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그때껏 해오던 방식으로 응수했다. 우리 인간은 그간 세균과 일종의 뜀틀 게임, 즉 군비 경쟁을 벌여왔다. 즉 인간이 약물을 내놓으면 유기체는 거기에 내성을 키우고, 인간이 그에 맞서는 신약을 개발하면 세균은 또다시 거기에 내성을 갖추는 과정이 끊임없이 되풀이된 것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슈퍼버그가 등장하면서 웬만한 신약으로는 어림도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항생제 내성은 자연에 맞서려 한 인간에게 내린 자연의 엄중한 경고처럼 보인다.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멈추지 않으면 계속 세균의 맷집만 키워주는 꼴이고, 인간은 신약 개발을 통해서는 결코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재간이 없다. 언제나 진화가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내성이 생기지 않는 약은 지금껏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제약회사는 신약을 한 가지 개발하려면 10∼15년의 시간과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껏 그렇게 한 보람도 없이 내성이 나타나는 통에 약물이 순식간에 쓸모없어지는 과정을 거듭 겪으면서 신약을 개발할 의욕마저 잃은 상태다. 세균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내성을 키우는 바람에 항생제 제조가 더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라 판단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질병 치료에는 치명적인 결론이다.
이는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내성은 자연선택이 이뤄지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진화의 필연적 산물이지만, 그 과정을 앞당긴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인간은 꼭 필요하지도 않은 순간에 항생제를 사용함으로써 세균에게 우리가 만든 방어벽을 뚫을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제공해주었다. 항생제를 인간 치료용으로 남발한 것도 문제지만, 한층 더 심각한 것은 육용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그들의 비위생적 공장형 축사에 번질지도 모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퍼부은 일이었음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시판되는 항생제의 80퍼센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항생제의 절반 이상을 인간이 아닌 가축이 소비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초래될지 모를 결과를 면밀히 따져보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말이다. 페니실린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으며,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상당수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노벨상을 수상하기 몇 달 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가투약(self-medication)에서 가장 잘못되기 쉬운 결과는 바로 극소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염을 퇴치하지도 못하면서 페니실린에 저항하도록 미생물들을 학습시키게 된다. 수많은 페니실린 내성균이 이종교배를 통해 번식하여 다른 개체들에게 전파됨으로써 마침내 폐렴이나 패혈증 환자에까지 닿는다. 결국 페니실린은 그들을 구제할 수 없다.
이처럼 페니실린 치료로 장난을 친 생각 없는 자들은 페니실린 내성균에 의해 감염되어 죽음에 이른 사람들에게 도의적으로 책임이 있다. 그러한 폐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사람들은 예지력 있는 그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고, 그 결과 우리는 끝내 그가 우려하던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무분별하게 그 약물의 단물을 빨아먹다가 ‘항생제 이후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그 흐름에 제동을 걸거나 적어도 그 속도를 늦추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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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항생제를 토대로 구축된 전통적인 가금 생산방식이라는 거대한 벽에 균열을 내는 여러 층위, 여러 수준의 시도를 다룬다. 일군의 농부들은 내성균으로 세상을 병들게 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값싼 단백질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 어느 과학자의 결론이 애당초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과학자·정부관료·소비자·요리사의 지원에 힘입어 항생제 내성 없이 가금을 생산하는 것도, 환경 파괴 없이 집중 사육농법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다각도로 보여주었다. 기꺼이 항생제를 포기한 네덜란드 농부들, 퍼듀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기업은 성장 촉진제나 예방적 용도의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산업 규모의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마이자두르와 루에, 화이트오크의 성공은 소규모 또는 중간 규모의 농장도 새로 재편된 육류 경제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저속 성장 닭 품종으로 돌아선 홀푸즈는 항생제를 배제하면 가금 생산에서 다양성을 되살릴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새로운 모델들은 네덜란드에서처럼 첨단기술을 접목한 것일 수도, 라벨루즈 농장의 제3세계 버전 같은 저집중 시스템 위에 구축된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도는 항생제를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겠다, 즉 동물을 살찌우거나 막연히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플 때 치료하는 용도로만 쓰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이야말로 항생제가 인간의 질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그리고 항생제를 사용하면서도 내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맺음말 말미에 이렇게 덧붙임으로써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항생제 내성은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흡사하다. 첫째, 수백 만 명에 이르는 개인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조성되었으며 산업계의 조치들에 의해 강화된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아시아 등에서 부상하고 있는 신흥경제국이 서구 선진국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공장형 농업으로 값싼 단백질을 누려본 지구의 4분의 1은 이제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4분의 3은 그 기회를 누려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북극곰이 물에 빠지는 광경을 지켜보고 형광등을 사는 것 같은 개인적 실천만 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후변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세균의 무자비한 진화 속도가 우리에게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방대한 문헌 연구와 발로 뛴 성실한 취재의 결실임을 짐작케 하는 부분은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참고문헌과 감사의 글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탐사 보도가 자칫 빠지기 쉬운 선정성을 경계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자가 모든 쪽마다 근거를 가지거나 관찰 결과에 입각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우리는 수십 쪽에 걸친 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실명이 공개된 농부들, 그들이 가금을 비롯한 육용 동물을 키우는 농장의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면면을 떠올리면서 본문을 읽노라면 그 내용이 훨씬 더 실감 나게 다가올 것이다
마린 맥케나는 말한다. “닭은 산업화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육류고 머잖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육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닭 산업을 바꾸는 노력은 지구의 육류 경제와 그것이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토지 이용, 물 이용, 쓰레기 처리, 자원 소비, 노동의 역할, 동물권리의 개념, 그리고 지상에 살아가는 수십 억 인구의 식생활―을 바꾸는 일이다.” 현대판 업턴 싱클레어라는 그녀에 대한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메린 매케나
조지타운 대학교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최고 영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중보건·세계 보건·식량 정책 분야 전문 언론인이자 작가로 각종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다. 브랜다이스 대학교 슈스터 탐사보도 연구소(Schuster Institute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선임연구원이기도 하다. 2017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 《빅 치킨》을 아마존·〈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스미스소니언 매거진(Smithsonian Magazine)〉·〈시빌이츠(Civil Eats)〉·〈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Constitution)〉·〈토론토 글로브 앤드 메일(Toronto Globe and Mail)〉 등은 ‘2017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으며, 〈와이어드(WIRED)〉도 꼭 읽어야 할 과학책으로 꼽았다. 2015년 테드(Ted) 강연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What do we do when antibiotics don't work any more?)’는 조회수 170만 회를 넘겼으며 3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지은 책으로 《슈퍼버그(Superbug)》 《악마 퇴치하기(Beating Back the Devil)》 등이 있다. 현재 메인주와 조지아주의 애틀랜타를 오가며 살고 있다.
옮긴이 : 김홍옥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우리교육·삼인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바다의 늑대》 《잃어버린 숲》 《바다의 가장자리》 《우리를 둘러싼 바다》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곤충의 통찰력: 해충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아나키즘: 이론에서 실천까지》 《경제성장과 환경 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교사 역할 훈련》 등이 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1부 닭은 어쩌다 중요해졌나
01 질병, 그리고 운 나쁜 해
02 화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03 빵 가격에 육류를
04 내성이 시작되다
05 문제를 밝혀내다
2부 닭은 어쩌다 위험해졌나
06 증거로서 유행병
07 교배종의 개가
08 오염의 대가
09 예측 불허의 위험
3부 닭은 어떻게 달라졌나
10 작음의 가치
11 협동을 선택하다
12 가축우리의 관점
13 시장이 입을 열다
14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맺음말
감사의 글
주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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