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포브스》, 《사이언스뉴스》 선정 2018 최고의 과학책
성별, 기분, 감정, 키, 수면까지 지배하는
우리 몸의 주인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호르몬에 관한 ‘제대로 된’ 최초의 과학책!
작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염색체를 통해 성별을 구분하던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남성호르몬 수치로 성별을 판단해 여성 선수의 출전 자격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호르몬 수치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호르몬은 성별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걸까?
누구나 한의원에 가면 손쉽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을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는 이 성장호르몬 주사에 관한 질문이 올라온다. 대부분 성장호르몬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다. 정말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키가 커지는 걸까? 부작용은 없는 걸까?
《크레이지 호르몬》은 호르몬이 성 분화(sex differentiation)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에 관한 답을 제시한다. 또한, 남성도 여성도 아닌 간성인(intersex)들의 삶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성별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호르몬이 키, 질병, 증오나 사랑과 같은 감정, 포만감, 성욕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기존에 출간된 호르몬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건강에 초점을 맞춰 호르몬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호르몬이라는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호르몬은 우리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다. 임신테스트기, 피임약, 성장호르몬 주사, 스테로이드 등은 흔히 접할 수 있는 호르몬 의약품이거나 의약기기다. 여러 이유로 호르몬제를 가까이 하고 있지만, 우리가 정말 호르몬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앞서 말한 의약품들이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몸부터 기분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호르몬은 우리 몸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간과 호르몬의 관계를 제대로 알 때,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호르몬 연구를 둘러싼 광기와 미스터리
호르몬 과학이 걸어온 놀랍고도 기묘한 발자취
이 책은 흥미로운 호르몬 연구를 소개한다. 겨우 100년 남짓 된 호르몬 연구의 발자취는 파란만장하다. 놀라운 발견으로 이루어진 동시에, 별난 돌팔이짓과 광기로 얼룩져 있기도 하다. 의사와 과학자들의 무모하고도 황당한 호르몬 에피소드가 이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호르몬 과학은 언뜻 비과학적으로 들리는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독일의 의사 아놀트 베르톨트는 수탉의 고환을 모두 떼어낸 후, 하나의 고환을 수탉의 배에 이식하는 엽기적인 실험을 시행한다. 이 실험을 통해 베르톨트는 고환이 제자리에 있지 않아도 혈액을 통해 모종의 물질, 즉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1920년대에는 정관수술이 크게 유행했다. 남성들은 피임이 목적이 아닌, 회춘을 위해 수술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 유행을 주도한 것은 의사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의사들은 정관수술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다른 질병을 치료하러 온 환자에게 동의도 얻지 않고 정관수술을 시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정관수술뿐만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을 증강시킬 수 있다며 동물의 고환을 환자들에게 이식한 의사들도 있었다. (세르게 보로노프는 유인원의 고환을, 존 블링클리는 염소의 고환을 이식했다.)
1950년대에 태어난 보 로랑은 간성으로 태어났으나 의사들로부터 아무런 고지를 받지 못하고 성기수술을 받아 하루아침에 여자아이가 됐다. 이후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오염된 성장호르몬 주사로 인해 수백 명의 환자들이 뇌에 구멍이 뚫리는 크레이츠펠트-야콥병에 걸린 사례도 등장한다.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은 의사와 과학자들의 오만함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저자는 광기와 희생이 뒤얽힌 이와 같은 ‘크레이지한’ 호르몬 연구를 통해 호르몬의 미스터리가 밝혀지고 과학이 발전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호르몬의 발견부터 호르몬의 미래까지
호르몬 과학으로 보는 의학의 발전사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흥미로운 연구나 인물들의 에피소드 모음집은 아니다. 호르몬의 발전을 통해 의학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서기도 하다. 이야기는 호르몬이 알려지지 않았던 1883년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230킬로그램인 블랜치 그레이의 시체는 당시 의사들에게 탐나는 의학 재료였다. 밤마다 시체 도굴범들이 그레이의 무덤을 찾아가 시체를 도굴하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레이가 왜 그렇게 뚱뚱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994년, 다시 비만에 관한 이야기로 끝마친다. 록펠러대학교의 제프리 프리드먼 교수는 지방세포에서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한다. 렙틴은 식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이에 결함이 생기면 끊임없이 허기를 느껴 비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약 100년이 만에, 비만에 관한 미스터리 하나가 풀린 것이다.
저자는 이 100년 동안 호르몬을 통해 의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뇌하수체호르몬이 발견된 덕에 쿠싱증후군, 쿠싱병 등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태반호르몬이 발견된 덕에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임신 진단 테스트법이 고안됐다. 아직 호르몬의 베일은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 호르몬 연구를 둘러싼 지난 이야기는, 많은 과학자들이 낙관하는 것처럼 호르몬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그 미래는 또 얼마나 파란만장할지 기대를 갖게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호르몬이다!
우리와 함께 살며, 호흡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호르몬의 비밀
저자는 호르몬을 ‘가장 광범위한 과학’이자, ‘가장 인간다운 과학’이라고 말한다. 과연 호르몬이 무엇이길래 인간답다는 걸까? 인체 내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아홉 개 있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호르몬의 종류만 수십 가지다. 이러한 호르몬은 사춘기, 신진대사, 행동, 수면, 기분 변화, 면역, 수유, 모성애, 성gender, 섹스 등을 통제한다. 그야말로 우리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할 수 있다.
렙틴을 발견한 제프리 프리드먼 박사는 “우리는 ‘뭔가를 마음대로 조절하며 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을 품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식사량을 줄이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행동의 밑바탕에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을 충족하고자 하는 기본적 충동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 충동의 밑바탕에는 호르몬이 깔려 있다. 즉, 인간의 행동과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호르몬이기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체뿐만 아니라 기분과 감정마저 호르몬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니, 호르몬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호흡하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을 진정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흔히 사랑이나 자비로움, 혹은 생각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뒤에 호르몬이 존재한다면, 진정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호르몬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궁금증들
-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정말 키가 커질까?
- 호르몬이 우리의 감정과 생각까지 결정할까?
- 폭식이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라고?
- 킬러 호르몬이 있을까?
- 호르몬은 성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피임약과 호르몬대체요법은 얼마나 안전한 걸까?
- 호르몬 과학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미천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의학’으로 바꿔놓은
내분비학계의 원더 우먼들
호르몬이 돌팔이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 의학이 되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끈기가 필요했다. 놀라운 발견을 이뤄낸 과학자들을 한 명씩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다. 특히, 저자는 성차별을 딛고 내분비학계에서 큰 업적을 세운 여성 과학도들을 소개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호르몬 측정법을 발명한 로절린 얠로다. 오랜 기간, 호르몬은 너무나 미량이기에 ‘측정할 수 없다’는 상식이 지배했다. 그러나 얠로는 방사면역측정법(RIA)이라는 호르몬 측정법을 고안해, 호르몬을 혈액 1밀리리터당 ‘10억 분의 1그램’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이 방법은 치료법도 아니고 단지 무언가를 측정하는 방법일 뿐이라며 평가절하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측정법 덕에 호르몬과 바이러스를 탐지했고, 수많은 치료법이 개발됐다.
임신호르몬인 사람융모성생식샘자극호르몬(hCG)를 발견하고 이름 붙인 사람도 조지아나 시거 존스라는 여성 과학자다. ‘무엇이 임신호르몬을 분비하는가’는 의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였으며, 많은 의사들이 뇌하수체가 임신호르몬을 분비한다고 잘못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의과 대학생이던 존스가 임신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은 뇌하수체가 아니라 태반임을 증명했다.
여성 의학도이자 과학도로서,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여전히 과학계가 너무나 남성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여성 의학도와 과학도들이 더욱 당당히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역설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는 과학이나 의학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여성들의 업적을 밝힐 예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랜디 허터 엡스타인
의사, 의학 작가, 예일대학교 의대 전속 작가이자 강사, 컬럼비아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겸임교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대를 다니며 역사와 사회학도 공부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과 컬럼비아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학교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AP통신 런던 지사에서 의학 작가로 일했으며, 《피지션스위클리》의 런던 지사장을 역임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데일리텔레그래프》, 《가디언》, 《페어런츠》 등의 신문과 잡지에 기사를 쓰고 있다. 뉴욕대학교 의대와 예일대학교 의대에서 병례검토회를 열었고, 뉴욕의학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나를 내보내줘요Get Me Out》(2010) 등이 있다.
페미니스트로서, 특히 임신, 출산, 양육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과학적 업적을 세운 여성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밝히는 작업도 계속할 예정이다.
옮긴이 : 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한다. 지금은 생명과학 분야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이오통신원으로, 해외 과학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번역해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센스 앤 넌센스》, 《자연의 발명》, 《물고기는 알고 있다》, 《핀치의 부리》,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의식의 강》, 《경이로운 생명》 등이 있다.
목 차
1장 뚱뚱한 신부
2장 호르몬과 내분비학의 탄생
3장 뇌하수체호르몬
4장 킬러 호르몬이 있을까?
5장 정관수술의 신화
6장 성호르몬의 소울메이트
7장 성gender은 어떻게 결정되나
8장 성장호르몬 열풍
9장 헤아릴 수 없는 것의 헤아림
10장 성장호르몬의 부메랑
11장 폐경의 미스터리
12장 테스토스테론 마케팅
13장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
14장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15장 포만감을 느끼는 이유
나오는 말
감사의 말
주
인명 한/영 대조표
기관·단체명 한/영 대조표
서명·텔레비전 프로그램 한/영 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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