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혼란과 희생을 딛고 미래를 향해
코로나19가 우리를 덮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최근 들어 4차 대유행이라며 연일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사태 초기에 국민들은 보건당국의 정례 브리핑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가슴을 졸였으나, 매일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수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서 점점 코로나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백신 거지가 되고,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수백 명 수준임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해외유입 감염병에 대한 초기 방역의 절대 원칙은 해외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관련 전공자를 내세워 명백한 과학적 원리를 무시해버렸다. 그 결과 전 국민이 일 년 넘게 고통받고 있으며, 서민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전 세계에 자랑했던 K방역도 그 민낯이 드러났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경험할 수 있었고, 다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배웠기 때문이다.
정교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에는 약 7백 명의 전·현직 의대 교수들이 있고, 보건의료위원회에는 21명이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일 년을 넘기면서 보건의료위원회가 코로나 관련 기록물을 만들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출신 학교와 소속 대학이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연배도 다르고, 생각도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의기투합했고, 마침내 출간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코로나19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지난 일 년 동안 겪은 많은 일들이 객관적 ‘사실’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과도한 음모론이나 비과학적·반(反)의학적 선동에서 벗어나, 자료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견해를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첫째, 단순한 확진자 수에서 탈피하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의 발생과 이에 대한 대응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분석했다. 확진자 수는 검사자 수와 관련이 있어 검사를 적게 하면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검사를 많이 하면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확진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망자 수와 치명률임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은 그동안 확진자 수만 강조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부풀린 채 전 국민에게 과도하게 단체 기합을 시키고 길들이기를 한 측면이 있다. 방역조치와 유증상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격리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내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 점은 많이 아쉽다. 둘째, 정부가 엄청나게 자랑하고 홍보했던 ‘K방역’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검증했다. 우리의 방역정책 중에서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셋째,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전반적인 임상양상과 경과 등을 알림으로써 국민들이 가지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공포를 덜어주고자 했다.
코로나는 메르스와 달리 공식적인 종식선언이 불가능하다. 결국 코로나19는 약간 특이한 형태의 호흡기 감염병으로 우리 곁에 계속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코로나와 같이(with Corona)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결론은,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을 철저하게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개인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한다. 코로나 특효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냈고 그 결과 치사율이 현저히 감소한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위축과 교육공백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원하면 코로나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되, 확진자를 비난하거나 집단감염을 마녀사냥하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코로나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집단면역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폐렴백신이나 독감백신처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접종하되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 이번에는 부족했지만 다음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닥친다면 그때는 정치 논리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충실한 방역정책과 좀 더 보완된 의료제도와 좀 더 합리적인 국민행동을 통해서 고통의 시간이 짧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병동에서 숨막히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간호사의 역할뿐만 아니라 간병인과 가족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몸과 영혼을 바치고 있는 수 많은 간호사들에게 깊은 감사와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이 책의 대표저자 이은혜(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작가 소개
이은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교수, 영상의학과 전문의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았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유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전문 분야는 유방영상이다. 대한영상의학회 수련간사와 품질관리간사로 활동했고, 원내에서는 QI(Quality Improvement, 의료질 향상)실장과 사무처장 직무대리를 수행했다. 국가암검진 질관리사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저서 『공공의료라는 파랑새』(기파랑, 2021), 『코로나는 살아있다』(공저) 등이 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 우리가 길을 나서는 이유는 | 이은혜
추천사 | ‘코로나는 살아있다’ | 박영아
추천사 | 코로나19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서민
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염병
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 및 변이 | 신정임
2. 확진자 수 추이를 통해서 본 국내 유행의 분석 및 평가 | 이은혜
3. 통계로 본 코로나19의 위험성-사망자 추이와 초과사망률 | 이은혜
4. 집단감염 대처로 본 일그러진 K방역 | 배재현
5. 감염재생산지수 | 장병국·김용대
6. 코로나19 국제 비교가 말해주는 것 | 이은혜
7. 질병청 공개 정보는 정확·투명하고 일관성 있는가 | 이은혜
Ⅱ. 무엇하는 정부인가
1. 감염병 유행에서 정부의 역할 | 김준명
2. 코로나19 방역 총평 | 정기석
3. 우리와 대만의 방역정책 비교 | 이은혜
4. 기본권 짓밟는 정치방역 | 이은혜
5. 감염병예방법은 그 역할을 다했는가 | 석희태
6. 코로나 5호담당제 | 이은혜
7. 백신 거지 대한민국 | 이은혜
8.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1년 평가 | 박은철
9. 질병관리청의 향후 역할에 대한 제언 | 정기석
Ⅲ. 진단과 치료
1. 코로나19 진단검사 | 박민정
2. 임상양상과 치료방향 | 이은혜
3. 백신과 치료제 개발 개괄 | 정기석
4. 코로나19 백신의 종류와 작용기전 | 신정임
5. 국내 최초 생활치료센터의 경험 | 이재태
6. 1차 유행 극복에서 대구시의사회의 역할 | 김대현
Ⅳ. 달라진 일상생활
1.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과 손위생 | 박재영
2. 고위험군에 대한 권고사항 | 이은소
3. 포스트 코로나 | 이은혜
Ⅴ. 의사도 코로나는 처음인데요
1. 전공의가 코로나에 걸렸어요 | 권오대
2 코로나 시대의 의사 생활 | 배정민
3. 글로벌케어, 대구에 가다 | 박명철
4. 존엄하게 죽을 권리 | 안기성
5.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 | 정영기
부록: 코로나19 주요 일지
정교모 소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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