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대인은 어째서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추앙하게 되었을까?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별것 없는 키워드다. 동시에 이슈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다.
별것 없는 이유는, 다이어트가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흔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언제 어디서든 다이어트와 관련된 무언가를 접할 수 있다. 이슈의 중심인 이유 역시 동일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다이어트를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갈망한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도전한다. 수많은 다이어트법, 수많은 식단관리법과 운동, 미용성형이 새로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은 다이어트 식품을 생산하고, 매스미디어는 다이어트법을 소개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나, 일상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이어트를 만난다. 실제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음식을 먹을 때 잠시라도 칼로리나 당분에 신경을 쓰고, 낮은 층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이토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현대인의 일상에 스며들었을까?
현대인은 어째서 이토록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추앙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다이어트’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다이어트는 어떻게
전 세계 인류의 외모뿐 아니라 삶과 생활방식
심지어 사고방식마저 바꾸게 되었을까?
현대인의 일상으로 스며든 ‘다이어트’를
역사의 궤적으로 밝혀내는 책!
현대인은 놀라우리만치 일상적으로 다이어트를 접하고 있다. 당장 자신이 하든 안 하든, 그것과 무관하게 다이어트는 일상이다. 다이어트를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해야지’ 또는 ‘나도 해야 하는데’라며 압박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을 위해, 날씬한 몸을 위해, 그러한 이유들과 함께 현재의 다이어트는 거의 상식과도 다름없는 위치에 서 있다.
과식을 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지구를 위해 먹는 걸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 몸을 위해 과식을 하면 안 된다’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비만은 건강에 나쁘다. 성인병을 야기하고 신체 관절에도 무리를 준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
상당수의 경우, 다이어트는 미용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21세기의 다이어트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말 그대로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다. 보다 매력적인 외모를 위해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한다.
어찌 보면 다이어트란 단순히 건강을 위한 도착점이 아닌, 더없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야생 상태의 동물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먹고, 그렇게 과다 섭취한 만큼 칼로리를 연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이어트 시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과 저칼로리 푸드, 다이어트 밀키트 배달, 그리고 수많은 운동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자기관리법. 원하든 원치 않든, 다이어트는 현대인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일상적인 사고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숟갈 더 먹으려다 손을 내린다. 달콤한 음료를 마시려다 참는다. 많은 경우, 이를 의식조차 못 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강과 매력적인 외모를 위한 다이어트가 우리의 삶과 생활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까지 그 뿌리부터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대식가를 죄인으로 여겼던 중세, 르네상스의 다이어터와 17세기판 다이어터부터 현대까지. 본디 남성의 몫이었던 다이어트가, 남성이 극복해야 할 적이었던 비만이, 여성의 운명으로 자리하기까지. 각 시대의 배경과 시대적 다이어트의 주인공 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찾아내 마침내 현대인에게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그 흔적을 놓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19세기부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이어트
저자는 다이어트의 세 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특히 근대의 산물
- 특히 여성의 전유물
- 특히 미국적
21세기를 잠식하다시피 한 다이어트는 의외로 역사가 길지 않다. 오늘날과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19세기였다. 정확히는 ‘19세기 말’, 즉 ‘근대’에, ‘미국’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뚱뚱한 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인류는 배불리 먹기 힘들었다. 그러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 이전에는 비만을 걱정해야 할 만큼 살찌기 어려웠지만, 필요 이상의 과다 섭취가 가능해졌다. 이윽고 푸짐하고 기름진 식사는 부정적인 인식을 얻게 된다.
이윽고 1900년 무렵에 이르면 더욱 노골적인 변화가 드러난다.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 다이어트, 곧 체중조절을 위한 체육교실이 생겨난다. 신문에는 다이어트 광고가 범람한다. 코르셋과 다이어트 약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인기 배우와 가수의 몸매도 하루가 다르게 날씬해졌다. 마침내 일반 소비자, 즉 평범한 사람들에게 ‘뚱뚱한 것은 나쁘다’ ‘비만은 죄’라는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남성에게 다이어트가 요구되었다면, 여성에게는 다이어트가 강요되었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여성의 다이어트는 양의적 관계다. 여성에게 엄격한 체중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여성을 ‘남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존재’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의 눈에, 마음에 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다이어트는 여성에게 코르셋의 뒤를 잇는 족쇄였다.
그와 동시에 여성의 자립을 의미하기도 했다. 코르셋을 내던지고 넉넉한 고대 그리스풍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맨발로 춤을 춰 충격을 안겼던 현대무용의 선구자 이사도라 덩컨. 그녀 어머니는 당대의 페미니즘 운동가였다. 이처럼 이 시기 여성들이 춤과 체조와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데에는 다이어트운동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활력이 넘치는 당당한 모습으로, 다이어트를 통해 사회로 나아가 활동하기 위한 신체를 여성 스스로 손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여성에게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였다. 당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한 통로인 동시에, 강박관념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
우리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의식도 없이, 의문도 없이 옷을 사 입는다. 그러나 인류는 언제부터 옷을 ‘구매’해서 입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규격화된 사이즈에 내 몸을 맞춰 넣어야 했을까?
기성복을 구매한다는 것은 곧 일률적인 사이즈 체계로 편입된다는 의미다. ‘S, M, L’ 또는 ‘44, 55, 77’ 혹은 ‘90, 100, 110’이라 쓰인 작은 글자가 인간의 몸을 판단한다. 키를 규정하고 몸매를 규정한다. 때로는 비만을 드러낸다. 우리도 몰랐던 사이에 이처럼 규격의 정량화된 기성복이 슬렌더(Slender) 몸매의 유행을 야기하고 또 유지하고 있었다.
이전 시대까지는 아무 데서나 손쉽게 옷을 사 입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직물 생산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세기 말 옷의 통신판매가 활발해졌다. 1900년대 무렵 소비자 분쟁을 줄이기 위해 의류 사이즈가 정해졌고, 사람들은 기성복 사이즈로 자신의 몸을 판단하게 되었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지자 사람들은 오히려 과식을 경계하게 되었고, 직물이 풍부해져 의류 생산이 늘어나자 사람들은 규격화된 기성복에 몸을 맞추게 되었다. 거대기업들은 다이어트산업에 박차를 가했다. 매스미디어는 슬렌더 미인을 전면에 내세운다. 패션업계는 마르고 또 마른 모델에게 맞춘 옷을 시즌마다 선보인다. 다이어트는 해가 다르게 강박적으로 퍼져 나갔으며, 급기야 1980년대에 이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 거식증)이 현대병으로 등장한다.
거식증이 신경성·심리적·정신적 질병임을 알린 캐런 카펜터와, 성공적인 다이어트로 매릴린 먼로의 재림이라 인정받은 마돈나, 스트레스성 폭식과 절식을 반복한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등을 수많은 유명인을 통해, 우리는 이미 다이어트의 빛과 어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이어트는 전 세계적으로, 19세기 말 이후 여성 중심이었던 것에서 성별을 뛰어넘고 연령을 초월하여, 더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다이어트는 20세기부터 시작된 소비사회의 산물이다. 개개인은 강력한 시장경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 책은 오늘날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다이어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도, 그 역사를 엽편적이고 납작하게 전달하지도 않는다. 근대적이고 여성적이며 미국적이었던 현상. 스포츠, 식품영양, 의학, 페미니즘 등 다양한 영역과의 조우. 패션과 미술사와 다이어트의 관련성, 세기말 코르셋의 해방과 20세기의 보이지 않는 코르셋. 현대사회와 다이어트의 역사를 한 걸음 뒤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20세기는 어떤 시대였는가’ 그리고 ‘21세기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하는 거대한 흐름이 독자의 눈에 들어온다. 다이어트를 읽으며, 다이어트의 역사를 읽으며, 그 안에서 더 흥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배우게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운노 히로시
1939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 졸업하고 역사, 미술, 음악 등 폭넓은 분야에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르누보의 세계》《모던 도시 도쿄》《도시의 신화학》《세기말의 길목》《1920년대의 화가들》《다이어트의 역사》《모던 댄스의 역사》《스캔들의 시대》《캘리포니아 오디세이》(전6권)《음모의 세계사》《호모섹슈얼의 세계사》《20세기》《모던 디자인 전사》《백화점의 박물사》 등이 있다.
옮긴이 : 서수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직장생활에서 접한 일본어에 빠져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에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이주, 이동, 식민, 이민의 세계사』『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2가지 심리실험—욕망과 경제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자기계발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인간관계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뇌과학편』『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글: 다이어트의 신화
입에서 엉덩이까지
다이어트의 어원
특히 근대
특히 미국
특히 여성
다이어트의 주변
신경성 식욕부진증
캐런 카펜터의 경우
1장 다이어트의 시작: 세기말
여성 신체의 변화
중세부터 19세기까지
19세기의 신체
세기말의 신체
20세기의 신체
제1차세계대전과 다이어트
2장 새로운 여성과 날씬한 몸매: 1920년대
여성 혐오 시대
신영양학
여성과 요리
신체 측정
재즈 시대의 빛과 그림자
3장 슬렌더와 내추럴: 1930~1950년대
세계공황 이후
영혼의 다이어트
1940년대
1950년대
4장 고도 소비사회의 다이어트: 1960~197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5장 다이어트 카니발: 1980~1990년대
다이어트의 비극, 캐런 카펜터
제인 폰다
세러피와 다이어트
다이어트의 현재와 미래
맺음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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