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간의 경험과 뇌의 경험은 서로 다르다
속이려는 ‘뇌’와 속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격 공존 탐구서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100% 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잠들기 전 자기 손으로 직접 벽에 외투를 걸어놓고서도 한밤중 눈을 떴을 때 벽에 있는 형상을 낯선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화들짝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치에서 기어가는 저 거미가 독거미가 아니란 걸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글자 되지 않는 이름은 기억 못하면서도 그의 얼굴 생김새, 그와 주고받은 시답지 않은 농담, 그가 입고 다니던 외투의 색깔까지 생생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툭하면 실수를 연발하고, 제멋대로이며, 왕고집인 뇌와 그에 항상 속아 넘어가면서도 어느새 다시 귀 기울이는 인간의 기묘한 공존에 관한 탐구서다. 낮에는 신경과학자이자 밤에는 스탠딩 코미디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한다는 뇌가 얼마나 엉뚱하고 기이한지, 그리고 그런 존재에게 인간이 얼마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지 일상생활 속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간은 벗을 수 없는 색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우리의 머리꼭대기에 설치된 말썽쟁이 컴퓨터, 뇌!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팔이나 다리가 없어도 살 수 있다. 편도선이나 맹장 등은 일부러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다. 간이나 신장 등의 장기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심지어 심장도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 우리는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해서 기증자의 생각과 영혼이 몸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의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현재까지는 성공한 사례가 없지만 ‘뇌 이식’은 그것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윤리적 논쟁에 휘말린다. A의 뇌를 B에게 이식했을 때, 수술 후 B는 A가 되는가 B가 되는가.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뇌 속에는 한 인간의 역사와 현재를 담은 기억이 저장되어 있으며, 뇌는 바로 이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이끌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움직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뇌’가 그렇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과 우리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는 우리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우리를 위한 위한답시고 기억을 조작하거나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일들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곤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머릿속에는 온갖 방식으로 우리를 골탕 먹이고 괴롭히는 순진무구한 수호천사가 함께 산단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뇌 과학이 아니다
앞에서는 띄워주고, 뒤에서는 골탕 먹이는 말썽쟁이 뇌의 사기술
저자 딘 버넷은 낮에는 신경과학자로 일하지만 밤에는 스탠딩 코미디를 부업으로 삼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기존에 나와 있는 뇌 과학 도서들의 진지함과 심도 깊은 탐구에서 얼마간 힘을 빼고, 스탠딩 코미디의 소재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뇌가 얼마나 엉뚱하고 실수투성인지 보여준다. 더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런 존재에게 인간이 너무도 쉽게, 너무도 자주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뇌는 컴퓨터처럼 입력된 정보를 저장장치에 조용히 넣어두고 사용자가 어느 때든 쉽게 꺼내볼 수 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뇌는 컴퓨터보다 우리를 더 신경 써준다면서 자기 마음대로 정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어떤 정보는 쓸데없다며 이곳저곳에 숨겨놓고나, 심지어 섞어버린다. 우리는 이를 ‘기억편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되도록 짐짓 객관적인 척하는데, 그래도 뇌의 의도치 않은 이 친절 앞에 우리는 자주 혹한다. 이 친절의 목적은 자신이 모시는 인간이 스스로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피라미를 잡아놓고 숭어를 잡았다거나, 매력적인 이성이 자신의 눈을 쳐다본 것을 상대의 호감으로 바꿔버리는 일처리도 바로 뇌가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뇌는 위험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감시견 역할도 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거나 세균으로 덕지덕지한 바퀴벌레가 바닥을 기어갈 때 ‘음 위험한 사람/세균이 덕지덕지한 바퀴벌레구나, 피해야지’ 하며 인식하고 행동하기에 앞서, 온몸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거나 동작을 얼음처럼 멈춰버린다. 이는 뇌가 우리보다 앞서 경고등을 작동시켜 다른 신체부위에 명령을 하달했기 때문이다. 설혹 그것이 실제로는 신발 한 짝이었다거나 그저 허울거리는 그림자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 뻘쭘함은 뇌가 아닌 우리가 감당할 몫이니 말이다. 이처럼 뇌는 자신의 주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실제로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지는 그다음 문제이지만 말이다.
내가 집에 돌아와 이불 킥을 날리는 건 다 ‘뇌’ 때문이야!
신뢰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인간의 동반자, 뇌에 관한 모든 것
총 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뇌가 우리를 어떻게 돌봐주면서 또한 괴롭히는지 위트가 넘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어느 때는 슈펴맨보다 더 빨리 우리를 위기 상황에서 구출해주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보다 수만 배 뛰어난 적용 능력과 융통성을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당신이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다짜고짜 화를 터트려 대화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나 지하철 역 사람들이 반대반향으로 우르르 몰려간다며 앞뒤 안 가리고 같은 방향으로 바보처럼 뛰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모든 장기 중에서 최상의 구조물이라거나 뇌를 100퍼센트 활용하게 된다면 판도라 상자가 열리듯 인간에게 신비로운 능력이 부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오히려 수백 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뇌는 그 과정에서 언젠가는 쓰일 때가 있겠지 하고 온갖 잡다한 구닥다리 프로그램과 영화들을 다운받아 곳곳에 숨겨놓았다가 막상 이를 써먹으려 할 때는 서로 충돌하는 하드웨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말들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이불을 걷어찼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이는 우리가 뇌의 거부할 수 없는 속삭임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툭하면 실수를 연발하고, 제멋대로이며, 왕고집인 뇌와 그에 항상 속아 넘어가면서도 어느새 다시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기묘한 공존에 관한 탐구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인 뇌의 사생활과 그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머릿속 1.4킬로그램의 컴퓨터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딘 버넷
영국 카디프대학 심리학 학교의 명예 연구 보조원이자 버밍엄시티대학교의 방문 산업 연구원. 신경과학자라는 본업 외에도 과학 커뮤니케이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25개국 이상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와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엄마랑은 왜 말이 안 통할까?』 등을 집필했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버즈피드》, 《GQ》, 《뉴욕매거진》 등 수많은 플랫폼과 출판물에 글을 기고했으며, 현재 코스믹 섐블스 네트워크에서 ‘브레인 야핑Brain Yapping’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뇌에 관한 연구와 글쓰기에 매진하며 아내와 아이, 고양이 피클과 함께 영국 카디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은 그의 다섯 번째 책으로, 버넷이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게 되면서 겪은 감정의 발산과 시행착오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뇌와 감정의 긴밀한 관계를 파헤친다. ‘공감하는’ 인간의 탄생부터 IT 기술 속 감정까지,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 경험담을 넘나들며 감정의 진화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펼쳐 낸다.
옮긴이 : 임수미
이화여자대학교 영한통번역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다년간 통역가로 활동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008
1. 우리 몸의 최고 관리자이신 뇌느님을 경배하라
뇌는 어떻게 우리를 살리고 또 우리를 살리고 또 우리를 괴롭히는가
나를 혼란스럽게 하면 벌을 줄 테다, 우웩!
인류 생존의 일등공신, 중추유형발생기 017
디저트 먹을 배가 또 있어?
엄청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리 뇌의 식욕 조절 과정 02
매일 밤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 꿈의 연출자는 누구?
수면, 그 완전한 무의식에 대하여 033
한밤중 방 안에 나타난 도끼 살인마(a.k.a. 벽에 걸린 외투)
뇌의 투쟁-도피 반응 048
2. 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가(단,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할 것)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 시스템
가만, 내가 지금 부엌에 뭘 가지러 왔더라?
장기기억과 단기기억,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기억 062
그 사람 있잖아, 그… 저번에 길에서 만났던… 아, 이름이 뭐였지…
뇌의 기억 저장 용량 극대화 전략 076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술은 때로는 우리의 기억을 돕는다
알코올과 기억체계의 상관관계 085
당연히 기억하지, 그건 바로 내 아이디어였잖아
조금도 객관적이지 않은 우리 뇌의 자아편향 094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망각의 삼총사: 거짓기억, 건망증, 그리고 기억상실 107
3. 너무 고요하고 너무 평온한 게 왠지 수상해
이유 없는 공포와 불안… 범인은 당신이야!
파란 스웨터를 입은 날마다 출근 버스를 놓쳤어, 이게 과연 아무 상관 없는 일일까?
우리 뇌가 세상의 무계획성에 대처하는 자세 125
저 거미가 독거미가 아니란 건 알아, 그치만 무서운 걸 어떡해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두려움, ○○공포증 138
뭐? 100층짜리 건물에서 뛰어내려 보고 싶다고?
진짜 공포와 진짜 같은 공포 152
칭찬은 힘이 세다, 그런데 비난은 그보다 더 힘세다
짧은 옥시토신, 긴 코르티솔 165
4.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너보단’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우리보다 한 뼘 더 똑똑한 뇌
전 세계 사람들의 평균 IQ는 몇일까?
지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176
초파리 유전체를 설명하며 넥타이에 버터를 바르는 저 박사는 똑똑한 걸까 멍청한 걸까?
단 하나의 핵심 지능 ‘스피어먼의 g’와 다중지능이론 185
지금이 21세기면 1990년은 20세기였게? 쯧쯧, 이런 바보들이 있나…
자신만만한 바보들과 가면 뒤로 숨는 똑똑한 사람들 198
똑똑한 사람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뇌 구조와 지능의 관련성 연구 207
키 큰 사람이 더 똑똑할 확률이 높다, 진짜다
지능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요인들 218
5. 1.4킬로그램의 슈퍼슈퍼슈퍼컴퓨터
완벽에 가까운 (아주 가끔 제멋대로인) 우리 뇌의 정보처리 기술
먹느냐 맡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섬세하고도 불완전한 후각과 미각 230
저 따뜻하고 보드라운 소리의 촉감을 느껴봐
청각과 촉각의 인지 메커니즘 240
예수가 부활하셨다… 토스트 조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눈과 뇌의 협동 전략 249
보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듣는 게 듣는 게 아니다
인간의 집중력 집중 탐구 260
6. 성격이 이상하다고 욕하지 마세요, 뇌 때문입니다
한없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성격이라는 녀석
뇌가 먼저냐 성격이 먼저냐
성격 유형 분류와 성격 테스트 280
분노는 어떻게 브루스 배너를 헐크로 만들까?
성난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 291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모두가 원하는 그것, 동기부여 302
이거 설마… 재밌으라고 한 소리야?
너무나도 이상하고 예측 불가능한 유머의 작동 원리 314
7. 뇌에게도 감정이 있다
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
얼굴아 제발 빨개지지 말아줘, 너무 부끄럽단 말야
신체의 미세 조정자, 감정 328
뇌는 ‘좋아요’를 좋아해
당근과 채찍에 너무 쉽게 휘둘리는 뇌 340
그것은 뇌에게도 첫사랑이었다
뇌 속에 아로새겨진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 354
100명의 사람이 소리 지르며 달려가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집단사고라는 전염병 364
진짜 나쁜 놈은 내가 아니다, 내 뇌다
이기적이고 못된 뇌에 대한 변명 376
8. 뇌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건강의 문제는 어떻게 발생할까?
의지가 약해서 아픈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과 우울증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들 394
마음의 골절상, 신경쇠약
스트레스와 신경쇠약, 혹은 정신쇠약증 408
등에 올라탄 원숭이와 타협하는 방법
마약에 빠진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421
현실은 어쨌든 과대평가된다
환각과 망상의 프로세스 433
감사의 말 448
주 450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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