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학과의 교수와 학생들,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학점제, 콩나물시루가 되어 가는 강의실,
농활의 땀방울도, 새터의 설렘도, 언론의 자유도 없는
당신의 대학 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한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기업 대학에 맞서 싸워야만 했던
평범한 대학생의 미련한 분투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대학 탐사 보고서
대학과 기업은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서로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통해 대학과 기업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천박하고 남세스러운 관계를 맺었다. 기업이 대학에 들어오자, 대학은 회사가 되었고, 학생은 직원이 되었다. 이 황당한 사태에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할 때,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홀로 그 높은 고공 크레인 위에 오른 젊은이가 있었고, 그 일로 그는 모교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렇게 불의에 침묵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으려 했던 어느 ‘의혈’ 젊은이의 고독한 투쟁의 기록이 여기에 있다.
___진중권(동양대학교 교수)
『기업가의 방문』은 자율적이었던 대학이 자본의 개입으로 인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로, 사기업으로, 취직 공장으로 변모해 가는지를 쓰라리게 드러낸다. 속물적 욕망을 자원 삼아 이루어지는 이 뻔뻔한 변화에 꿋꿋하게 맞섰던 한 ‘지독한’ 학생의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은 자본이 여론과 사회를 장악해 가는 방식에 관한 보고서일 뿐 아니라, 개인적 투쟁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의식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 시대를 읽는 것이다.
___문강형준(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두산그룹의 색깔이 있다면 극단성과 노골성이다. 그들은 노동자 손배 가압류를 처음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학 기업화의 선구자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두산이 일단 손대기만 하면 지독한 사회문제가 됐다. 노동자 배달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손배 가압류가 그랬고, 중앙대학교의 ''구조 조정''이 그랬다. 이 책은 재벌에 저항한 어느 대학생의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노영수는 자신의 비겁함을 고뇌하거나, 싸울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발 디딘 자리에서 곧장 뛰어들어 싸웠다. 쌍끌이 어선을 탈 때 그는 게공선의 노동자였고, 타워크레인에 오를 때는 김주익이자 김진숙이었다. 당신이 노영수라는 이름을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기억해야 한다. 뉴욕, 쿠바, 멕시코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저항의 젊은 초상이 있었다.
___박권일(칼럼니스트, ?88만 원 세대? 저자)
대학, 기업이 되다
1996년, 성균관대는 삼성에 인수된 이후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전입금을 투자받으면서 급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입금 가운데 반 이상은 의대에 투자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형 강의동, 6백주년 기념관 등 삼성이 수주한 건물 공사 착수금으로 들어갔다. 물론 투자상의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의 인수 조건대로 총장 직선제가 폐지되었고, 행정부서는 기업형으로 재편되었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가 통폐합되면서 역사교육과가 없어졌다.
이는 비단 성균관대만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 대학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생겨난 총장 직선제는 성균관대 이후 대부분의 사립대에서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해 현재는 국립대에서조차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이후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기업가였다. 1992년 연대 송자 총장을 시작으로 CEO 총장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대학에 얼마큼의 발전 기금을 끌어올 수 있느냐가 총장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다. 그리고 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되었다. 대학은 이제 기업의 ‘돈’을 구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를 ‘기업’이라 선언한 것이다.
그 사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모습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교수는 기업의 사원이 되었고, 학생은 취업을 위해 학문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었으며, 친구와 선후배는 그저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일 뿐인 정글 사회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CEO 총장으로 불리던 서남표 총장의 카이스트에서는 징벌적 수업료 제도와 상대평가, 전 수업 영어 강의 등 극단적인 경쟁 체제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5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업가의 방문 이후, 어느 평범한 대학생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 사회의 변화상
기업 대학은 어떻게 우리 시대 청춘의 삶을 파괴하는가
이 책은 이런 기업 대학들 가운데서도 가장 노골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중앙대’의 이야기를 한 평범한 대학생의 시선에서 써내려간 ‘기업 대학 탐사 보고서’이다. 2008년 5월,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사장이 된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은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선언하고, 총작직 임명제, 계열별 부총장제, 등급별 교수 평가와 차등 연봉제, D학점 5% 의무 부과제 등 극단적인 기업식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학 40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사상 초유의 구조 조정안을 발표한다.
이후 교육 여건에서부터 학생 자치 활동에 이르기까지 대학 공동체는 곳곳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재단 전입금을 두산 건설의 시멘트로 들이부은 결과 교사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넓어졌지만, 대형 강의가 늘어나면서 강의실은 콩나물시루가 되었고, 교양과목이 축소?통폐합되고 회계학이 필수과목이 되었다. 교수들에 대해서는 S, A, B, C등급으로 등급화해 연봉을 차등 지급하고, 3년 연속 C등급을 받으면 개인 연구실을 회수하고 대학원 강의를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발했다. 진중권 해임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서부터 구조 조정안 발표 이후 천막 농성에 이르기까지 얼마간 저항의 목소리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발은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가면서 서서히 그 힘을 잃어 갔다. 사문화된 학칙이 부활하면서 민주화 이후 쟁취했던 것들도 모두 과거로 회귀했다. 학생이 캠퍼스 내 게시물을 붙이기 위해서는 학교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재단이나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갖가지 방법으로 재갈을 물렸으며,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가 회수되고, 교지 예산이 전액 삭감당하는 등 언론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또 학생 자치 활동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새터가 폐지되고, 농활 등 학생 자치활동이 봉사 활동으로 대체되었으며, 심지어 학생회장 선거권도 침해당했다. 두산 재단에 맞선 죄에 대해서는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사이버상의 시민권 박탈, 퇴학, 심지어 학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엄벌이 내려졌고, 법원의 판결마저 무력화시키는 초법적 징계는 대학이 기업이 통치하는 하나의 식민지로 전락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 시대 저항하는 젊은 초상들의 기록
이 책의 지은이는 당시 중앙대 재학생으로 두산 재단의 학과 구조 조정안에 반대하는 크레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런 삶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지은이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쌍끌이 어선을 탄 2008년 1월, 겨울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의 악순환을 탈출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뱃일을 시작한 지은이는 약탈적 급여 체계로 인해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인상된 등록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들고 복학한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돌아간 대학은 기업이 접수한 상황. 고시반 기숙사에 자리를 배정받고 평범한 취업 준비생 대열에 서려던 대학생 영수는 총장과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진중권 교수가 해임되는 사건을 계기로 재단과 대학 본부에 맞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지은이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몸담은 대학이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과정과 무너져 가는 캠퍼스 민주주의,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분투기를 유머와 위트 넘치는 필치로 촘촘히 그려 냈다. 학생답게 살고 싶어 싸우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 기업과 맞서 싸워야만 했던 어느 평범한 대학생의 ‘미련한’ 분투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기업화가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의 강력하고 생생한 증언이자, 크레인 시위, 삼보일배, 징계철회를 위한 끈질긴 소송 등 투박하지만 꿋꿋하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저항의 연대기이다. 사설이나 평론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대학생 당사자 글쓰기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신의 체험에 입각한 새로운 양식의 글쓰기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저항하는 젊은 초상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음을 생생히 증언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노영수
2003년, 대학에 입학했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꿈이 무엇인가라는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받았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 후로 꿈을 찾기 위해 나름 ''모범적인'' 대학 생활을 했다. 2008년 1월,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턱없이 모자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쌍끌이 어선에 올랐다. 꿈을 찾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버틸 만했다.
이 모든 생활이 엇나가기 시작한 건, 2008년 5월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얼마 안 있어 진중권 교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학생들은 진 교수의 재임용을 요구하며 시위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그의 손엔 펜 대신 매직과 붓이 들려졌고, 대자보와 플래카드 위를 뒹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사장의 눈에 띄는 농성장을 만들기 위해 학교 교정을 성황당처럼 꾸며 보기도 하고, 본관 앞에 시멘트 블록으로 ‘불통의 벽’을 쌓기도 하고, 삭발도 하고, 타워크레인에도 올라 봤지만 학과 구조 조정을 막지 못한 채 퇴학당했다. 그 사이 그는 학교로부터 청구받은 손해 배상액만 해도 2천5백만 원에 이르는 전과 4범의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징계 철회를 위한 55킬로미터... 삼보 일배 대장정과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승소했고, 2014년, 11년간의 대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 책을 펴냈다. 그는 졸업했지만, 그가 다녔던 대학의 기업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학과의 교수와 학생들,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학점제, 콩나물시루가 되어 가는 강의실,
농활의 땀방울도, 새터의 설렘도, 언론의 자유도 없는
당신의 대학 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한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기업 대학에 맞서 싸워야만 했던
평범한 대학생의 미련한 분투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대학 탐사 보고서
대학과 기업은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서로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통해 대학과 기업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천박하고 남세스러운 관계를 맺었다. 기업이 대학에 들어오자, 대학은 회사가 되었고, 학생은 직원이 되었다. 이 황당한 사태에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할 때,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홀로 그 높은 고공 크레인 위에 오른 젊은이가 있었고, 그 일로 그는 모교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렇게 불의에 침묵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으려 했던 어느 ‘의혈’ 젊은이의 고독한 투쟁의 기록이 여기에 있다.
___진중권(동양대학교 교수)
『기업가의 방문』은 자율적이었던 대학이 자본의 개입으로 인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로, 사기업으로, 취직 공장으로 변모해 가는지를 쓰라리게 드러낸다. 속물적 욕망을 자원 삼아 이루어지는 이 뻔뻔한 변화에 꿋꿋하게 맞섰던 한 ‘지독한’ 학생의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은 자본이 여론과 사회를 장악해 가는 방식에 관한 보고서일 뿐 아니라, 개인적 투쟁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의식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 시대를 읽는 것이다.
___문강형준(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두산그룹의 색깔이 있다면 극단성과 노골성이다. 그들은 노동자 손배 가압류를 처음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학 기업화의 선구자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두산이 일단 손대기만 하면 지독한 사회문제가 됐다. 노동자 배달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손배 가압류가 그랬고, 중앙대학교의 ''구조 조정''이 그랬다. 이 책은 재벌에 저항한 어느 대학생의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노영수는 자신의 비겁함을 고뇌하거나, 싸울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발 디딘 자리에서 곧장 뛰어들어 싸웠다. 쌍끌이 어선을 탈 때 그는 게공선의 노동자였고, 타워크레인에 오를 때는 김주익이자 김진숙이었다. 당신이 노영수라는 이름을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기억해야 한다. 뉴욕, 쿠바, 멕시코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저항의 젊은 초상이 있었다.
___박권일(칼럼니스트, ?88만 원 세대? 저자)
대학, 기업이 되다
1996년, 성균관대는 삼성에 인수된 이후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전입금을 투자받으면서 급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입금 가운데 반 이상은 의대에 투자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형 강의동, 6백주년 기념관 등 삼성이 수주한 건물 공사 착수금으로 들어갔다. 물론 투자상의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의 인수 조건대로 총장 직선제가 폐지되었고, 행정부서는 기업형으로 재편되었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가 통폐합되면서 역사교육과가 없어졌다.
이는 비단 성균관대만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 대학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생겨난 총장 직선제는 성균관대 이후 대부분의 사립대에서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해 현재는 국립대에서조차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이후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기업가였다. 1992년 연대 송자 총장을 시작으로 CEO 총장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대학에 얼마큼의 발전 기금을 끌어올 수 있느냐가 총장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다. 그리고 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되었다. 대학은 이제 기업의 ‘돈’을 구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를 ‘기업’이라 선언한 것이다.
그 사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모습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교수는 기업의 사원이 되었고, 학생은 취업을 위해 학문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었으며, 친구와 선후배는 그저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일 뿐인 정글 사회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CEO 총장으로 불리던 서남표 총장의 카이스트에서는 징벌적 수업료 제도와 상대평가, 전 수업 영어 강의 등 극단적인 경쟁 체제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5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업가의 방문 이후, 어느 평범한 대학생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 사회의 변화상
기업 대학은 어떻게 우리 시대 청춘의 삶을 파괴하는가
이 책은 이런 기업 대학들 가운데서도 가장 노골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중앙대’의 이야기를 한 평범한 대학생의 시선에서 써내려간 ‘기업 대학 탐사 보고서’이다. 2008년 5월,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사장이 된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은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선언하고, 총작직 임명제, 계열별 부총장제, 등급별 교수 평가와 차등 연봉제, D학점 5% 의무 부과제 등 극단적인 기업식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학 40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사상 초유의 구조 조정안을 발표한다.
이후 교육 여건에서부터 학생 자치 활동에 이르기까지 대학 공동체는 곳곳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재단 전입금을 두산 건설의 시멘트로 들이부은 결과 교사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넓어졌지만, 대형 강의가 늘어나면서 강의실은 콩나물시루가 되었고, 교양과목이 축소?통폐합되고 회계학이 필수과목이 되었다. 교수들에 대해서는 S, A, B, C등급으로 등급화해 연봉을 차등 지급하고, 3년 연속 C등급을 받으면 개인 연구실을 회수하고 대학원 강의를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발했다. 진중권 해임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서부터 구조 조정안 발표 이후 천막 농성에 이르기까지 얼마간 저항의 목소리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발은 학내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가면서 서서히 그 힘을 잃어 갔다. 사문화된 학칙이 부활하면서 민주화 이후 쟁취했던 것들도 모두 과거로 회귀했다. 학생이 캠퍼스 내 게시물을 붙이기 위해서는 학교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재단이나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갖가지 방법으로 재갈을 물렸으며,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가 회수되고, 교지 예산이 전액 삭감당하는 등 언론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또 학생 자치 활동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새터가 폐지되고, 농활 등 학생 자치활동이 봉사 활동으로 대체되었으며, 심지어 학생회장 선거권도 침해당했다. 두산 재단에 맞선 죄에 대해서는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사이버상의 시민권 박탈, 퇴학, 심지어 학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엄벌이 내려졌고, 법원의 판결마저 무력화시키는 초법적 징계는 대학이 기업이 통치하는 하나의 식민지로 전락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 시대 저항하는 젊은 초상들의 기록
이 책의 지은이는 당시 중앙대 재학생으로 두산 재단의 학과 구조 조정안에 반대하는 크레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런 삶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지은이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쌍끌이 어선을 탄 2008년 1월, 겨울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의 악순환을 탈출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뱃일을 시작한 지은이는 약탈적 급여 체계로 인해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인상된 등록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들고 복학한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돌아간 대학은 기업이 접수한 상황. 고시반 기숙사에 자리를 배정받고 평범한 취업 준비생 대열에 서려던 대학생 영수는 총장과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진중권 교수가 해임되는 사건을 계기로 재단과 대학 본부에 맞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지은이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몸담은 대학이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과정과 무너져 가는 캠퍼스 민주주의,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분투기를 유머와 위트 넘치는 필치로 촘촘히 그려 냈다. 학생답게 살고 싶어 싸우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 기업과 맞서 싸워야만 했던 어느 평범한 대학생의 ‘미련한’ 분투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기업화가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의 강력하고 생생한 증언이자, 크레인 시위, 삼보일배, 징계철회를 위한 끈질긴 소송 등 투박하지만 꿋꿋하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저항의 연대기이다. 사설이나 평론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대학생 당사자 글쓰기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신의 체험에 입각한 새로운 양식의 글쓰기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저항하는 젊은 초상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음을 생생히 증언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노영수
2003년, 대학에 입학했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꿈이 무엇인가라는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받았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 후로 꿈을 찾기 위해 나름 ''모범적인'' 대학 생활을 했다. 2008년 1월,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턱없이 모자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쌍끌이 어선에 올랐다. 꿈을 찾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버틸 만했다.
이 모든 생활이 엇나가기 시작한 건, 2008년 5월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얼마 안 있어 진중권 교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학생들은 진 교수의 재임용을 요구하며 시위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그의 손엔 펜 대신 매직과 붓이 들려졌고, 대자보와 플래카드 위를 뒹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사장의 눈에 띄는 농성장을 만들기 위해 학교 교정을 성황당처럼 꾸며 보기도 하고, 본관 앞에 시멘트 블록으로 ‘불통의 벽’을 쌓기도 하고, 삭발도 하고, 타워크레인에도 올라 봤지만 학과 구조 조정을 막지 못한 채 퇴학당했다. 그 사이 그는 학교로부터 청구받은 손해 배상액만 해도 2천5백만 원에 이르는 전과 4범의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징계 철회를 위한 55킬로미터... 삼보 일배 대장정과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승소했고, 2014년, 11년간의 대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 책을 펴냈다. 그는 졸업했지만, 그가 다녔던 대학의 기업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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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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