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소동

그 봤다는 책을 번역해서 출간하면 어때?

햇살이 쏟아지는 큰 창가에 앉아 벌써 곡차 한 병씩 비운 시점에 KEB하나은행의 이 팀장님이 던진 말이었다. 창밖으로는 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이 나름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핀테크는 유령과 같아서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는 둥, 은행이 왜 자기 밥그릇을 내 줘 비은행송금사업자를 먹여 살리느냐는 둥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은행이 비트코인을 이용한 송금사업을 시작하였다는 말을 듣고 그만 흥분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며 은행이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침 튀기며 설명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럴듯하였는지 아직 우리나라에 비트코인의 내막이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읽었다는 책을 번역해서 책으로 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그러나 번역을 결심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 책은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전 분야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술적 특성은 물론 가상화폐의 이론적 배경이 된 화폐경제학이론, 신비에 싸인 창조주와 그 전후에 활약했던 인물들, 원리주의 자유지상주의자와 규제에 타협하려는 자, 온라인 불법거래와 벤처사업가와 투기꾼과 해커, 신조물을 접한 각 국의 반응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현행 규제체계 내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에 대하여 허둥대는 각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 로스쿨 3학년생이 썼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책이다.

저자 니콜라스 웬커(Nicolas Wenker)는 이 책이 출간된 2014년 7월까지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는 모든 비트코인 관련 자료를 검색하여 책의 주요 소스로 활용하였고 관련부분에 주석으로 출처를 밝혀놓았다. 따라서 이 책의 재료는 거의 웹상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독자 분들께서도 원본 자료를 찾아 읽어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 번역서에서도 최대한 저자의 주석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는데 난해한 컴퓨터 용어에 질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께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비트코인의 기술적 특성에 대하여는 핵심 골자를 평이한 언어로 간단히 설명하는 데 그치고 그보다는 비트코인 탄생의 배경과 출현과 그 후의 진행 경과와 활약했던 인물들에 대하여 시간 순으로 정리해 놓고 있어 비트코인의 2014년 7월까지의 역사를 추적하며 조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특히 비트코인이 던진 법적 문제 및 규제정책적 문제에 대하여 깊이 들어가고 있다. 저자가 법률가이므로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트코인에 대하여 이미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자금세탁방지법, 증권법, 세법, 상법, 선물거래법, 정치자금법 등의 이슈에 대하여는 전문적인 깊이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을 마치고 4개월이 지난 2017년 11월에야 저자 니콜라스 웬커와 연락이 닿아 번역본의 출판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등 다양한 가상화폐가 출현하였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벌써 거래규모 세계1위 운운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 책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이 짧고 강한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문식

미국변호사 (2007 뉴욕주)
한국은행 (1989~1998)
금융감독원 (1999~2009)
김·장 법률사무소 (2009~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