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주위의 편견, 자기 안의 두려움을 뚫고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만들어낸
기차게 멋진 여성들의 일하는 마음에 대하여
일하는 여성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한다. 이 조사에서 2018년 올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간신히 20점을 넘겨 6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성 불평등은 심각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2.7퍼센트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유럽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치이다. 최근 한 기업정보 분석업체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200명이 넘어섰다. 다수의 언론사에서는 이 조사 결과를 ‘100대 기업 여성 임원 200명 첫 돌파’, ‘5년 만에 2배’ 등의 헤드라인을 달아 주목할 만한 뉴스로 세상에 알렸다. 주목할 만한 뉴스임은 분명하지만, 이제 막 3퍼센트를 돌파한 여성 임원의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하는 뉴스는 아니었을까.
물론 여성의 일을 둘러싼 세상의 인식과 대우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 문제, 자기결정권 문제,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 문제 등 여성들의 삶의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문제들은 여전하다. 이것은 여성이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제약으로 작용한다. 일터에서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은 능력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자리는 여전히 많은 경우 남성의 몫이다.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는 이에 대한 의문과 고민에서 출발했다. 남성 CEO들의 성공담은 무수히 넘치는데, 그에 반해 성공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왜 여전히 덜 보이고 덜 들리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흩어져서 외롭게 일하는 여성들이 또 다른 여성 동료들을 만나 일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더 대담한 시도를 할 수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세상의 편견과 자기 안의 두려움을 뚫고 나만의 일터를 스스로 만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인터뷰집의 기획으로 연결됐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구체적인 일의 서사는 지금 나의 일을, 그리고 앞으로를 더욱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이를 동력으로 우리는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다. 그것이 더 많은 여성의 일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유이자, 새로 판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_프롤로그 중에서)
새로운 일터의 형식과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프로N잡러’,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만든 여성들을 만나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에 출근합니다』의 저자이자 인터뷰어인 홍진아는 한 곳에 소속된 직장인이 아니면서, 그렇다고 단순히 파트타이머라고 부를 수 없는 고용의 형태를 처음으로 ‘N잡러’라고 지칭한 대한민국 공식 1호 N잡러이다. 그는 스스로를 ‘프로N잡러’라고 부른다. N잡러는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홍진아 작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7년 차에 접어들었던 2017년,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왜 직장은 하나여야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일을 걸고 흥미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두 곳의 회사에 소속을 두고 유연하게 일을 하는 ‘N잡 실험’이었다. 이를 통해 한 개인이 자신의 일에서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일을 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우리 사회에 제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에 출근합니다』는 새로운 일터의 형식과 일하는 방식을 꾸준히 고민해온 저자가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기존에 없던 판을 만들어 나가는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지난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경청한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일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역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의 출간을 마무리하던 지난가을, ‘선샤인콜렉티브’라는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신만의 일터를 스스로 만들어낸 또 한 명의 여성이 되었다. 선샤인콜렉티브는 흩어져서 외롭게 일하는 여성들이 일터 밖 동료들과 만나 일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더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기획하는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괜찮아’가
더 다양한 ‘내가 원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책 속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의 문제, 여성의 문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이노베이터 여덟 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며 회사를 상대로 4년간의 송사를 벌인 끝에 승소하여 대중들에게는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이 익숙한 ‘이은의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 이은의 변호사는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까닭,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법률사무소를 열게 된 이유, 여성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말한다.
‘스쿨오브무브먼트’의 최하란 공동대표는 잘 나가던 입시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사람들에게 몸의 움직임에 대해 가르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비롯해 위험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셀프 디펜스 기술을 알려준다. 국내 최초로 ‘페미사이클’이라는 월경컵을 수입 판매하며 일회용 생리대 중심의 월경용품 시장에서 여성들의 선택지를 늘려가고 있는 월경 셀렉트숍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필요한 이유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아이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는 일하는 엄마로서 겪었던 돌봄 노동의 고충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된 스토리를, 모바일 기반 종합 홈 플랫폼 ‘생활연구소’의 연현주 대표는 ‘그림자 노동’이라고 불리던 가사 노동의 가치와 전문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여성에게만 유독 무거운 의무로 짐 지워지고 있는 돌봄 노동, 가사 노동의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책을 필두로 여성 운동과 출판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는 출판사 봄알람의 이민경 대표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새로운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미디어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는 밀레니얼 여성들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과 기성세대와는 다른 밀레니얼들만의 조직문화, 이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상식을 들여다보게 한다.
장애 아동을 위해 만든 수학 교육 애플리케이션 ‘토도 수학’ 등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여 실리콘밸리에서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 100억 원을 유치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늘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를 달리고 있는 초기 여성 창업가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준 여덟 명의 여성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느낀 문제적 상황을 그냥 견디고 버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하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한 걸음이 저자가 자신의 일터를 만들어 나아가는 데 큰 영감과 격려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자신이 하는 일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도전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자신만의 일의 서사를 써 나가며 궁극에는 세상도 함께 바꾸어 나가는 중인 여성들의 이야기『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는 ‘나만의 일’을 꾸려가고자 하는 동시대 여성들에게 참조점이 될 만한 하나의 근사한 사례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창업에 관한 책이 아니다.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기존에 없던 판을 만들어 나가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내 일의 맥락을 만들어 나가면서 지도 어딘가에 지금까지 없었던 길을 낸다면, 그것이 조직 안이든, 밖이든, 새로운 형태의 무엇이든, 내가 속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진아
대학에서 경영학과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합외상증후군에 관한 연구’를 대학원 논문 주제로 선택할 만큼, 노동 환경과 일의 건강성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삶을 살다가 일의 지속가능성,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2017년 두 곳의 회사에 소속을 두고 유연하게 일하는 ‘N잡 실험’을 했다. 민주주의 플랫폼 스타트업 ‘빠띠(Parti)’에서 콘텐츠 매니저 겸 캠페인 기획자로,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연구하는 ‘진저티 프로젝트(ginger T project)’에서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했다. 스스로를 ‘프로N잡러’라고 소개하며 새로운 일터의 형식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과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마주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여성혐오에 반대하며 관련 굿즈를 만들고 수익금의 일부를 여성단체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인 ‘와일드 블랭크 프로젝트’의 포장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에는 2030 여성 기획자들을 위한 진로탐색 학교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를 런칭했다.
현재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랩 ‘선샤인콜렉티브(Sunshine Collective)’를 설립하여 교육, 소셜클럽, 컨퍼런스 등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여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자비 없네 잡이 없어》(서해문집, 2018)를 썼고(공저), 《일하는 여자들》(북바이퍼블리, 2018)에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목 차
프롤로그・6
01
이은의 /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14
여성을 위한 법과 제도를 위해
오늘도 나는 싸운다
02
최하란 / 스쿨오브무브먼트 공동대표・42
불의에 맞서는 여성들의 시대,
작은 힘을 보태는 움직임
03
안지혜 / 이지앤모어 대표・78
여성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권리가 필요한 이유
04
김희정 / 째깍악어 대표・116
돌봄이 필요한 찰나의 순간에
함께하는 플랫폼
05
연현주 / 생활연구소 대표・148
‘그림자 노동’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가사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하다
06
이민경 / 봄알람 공동대표・186
페미니즘의 봄을 알리며
행동하고 기록하는 여성들의 공동체
07
조소담 / 닷페이스 대표・222
새로운 상식을 묻는
밀레니얼들의 미디어 커뮤니티
08
이수인 / 에누마 대표・256
세계 최고의 팀과 함께
모두를 위한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다
에필로그・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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