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는 한해에 수억,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개미는 왜 돈을 잃고 깡통을 차는가. 버핏이나 소로스가 한국의 주식에 투자하듯이 개미도 HTS(Home Trading System. 집이나 사무실에서 PC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를 통해 미국이나 베트남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 소로스가 버핏이나 소로스가 갈퀴로 쓸어 담듯 돈을 버는 것에 반해 개미는 걸핏하면 털리고 이혼을 당하고 심지어 자살에까지 내몰린다. 버핏이나 소로스가 투자의 달인인데 반해 개미는 못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가.
생뚱맞은 제목, 낚시가 아니다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 보기에 따라 엉뚱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는 이 책의 제목은 이른바 ‘낚시’가 아니다. 주식 투자를 하며, 이에 앞서 대기업 회사원과 자영업을 하며 산전수전을 경험한 저자는 진지하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자본이다. 자본이 지나는 주식시장을 지나지 않으면 결코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는 이자율로 연결된 하나의 세상이다. 주식시장이 와해되면 실물경제도 와해되는 걸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절감했다.” 그래서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자본시장, 즉 주식시장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불공정한 경쟁과 자본의 흐름을 방치하는 제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주식시장, 나아가 자본주의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혁명은 웃으며, 즐겁게
‘혁명’하면 흔히 피를 연상한다. 나부끼는 깃발, 불끈 쥔 주먹, 붉은 머리띠, 단두대, 자욱한 포연, 거리를 막은 바리케이드. 실제로 프랑스 혁명 이래 대부분의 혁명은 피로 물들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생각하는 혁명은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뛰고 춤추는 것이다. 너와 내가 더불어 모두가 잘 사는 세상,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혁명이라면 그 과정을 즐기며 재미나게 하자는 것이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책을 웃으며 재미있게 풀어간 이유다. ‘누군가의 방’, ‘그들의 방’으로 시작하는 1부를 비롯해 이어지는 2부와 3부 모두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본문의 뜻을 풀어주거나 보충 설명을 하는 주(注)도 어깨에 힘을 빼고 적었다. 읽다보면 빠져들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탓이다.
HTS로 보는 시장, 벌거벗은 자본주의
이 책은 HTS를 진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를 살피기 위해 주식시장이라는 단면을 택한 책이 주식시장을 보기위해 HTS란 세부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책이 보여주는 주식시장은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공정하고 완전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매도다. 저자는 2018년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로 다시 불거진 공매도의 문제를 계기로, 가상공간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HTS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재벌의 분식회계가 개미와 주식시장에 미친 파장도 들여다본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조지 소로스를 필두로 한 헤지펀드들의 행태도 놓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외환위기는 국제 투기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헤지펀드와 투기 세력들의 놀이터다. 이런 시장을 효율적 시장, 완전 경쟁 시장으로 포장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은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죽어간 신화속의 나르키소스를 연상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취업이나 자영업은…
책은 이어 대포로 만들어지고 피로 얼룩진 주식시장의 탄생 비화와 역사를 설명한다. 주식시장의 폭력적인 모습은 방식만 다를 뿐 현재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나라 전체를 뒤흔들며 국가부도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소로스 등 국제 투기 세력의 행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소로스를 사랑한다. 마치 나르키소스를 사랑하다 죽음에 이른 에코처럼. 주식시장이 헤지펀드와 투기세력의 놀이터라면 이 시장 밖의 취업이나 자영업 시장은 안전한가? 취업 자체가 바늘구멍인데다 걸핏하면 자존심 상하고 심지어 두들겨 맞기까지 하는 취업시장도, 5년 생존율이 난폭한 암에 걸린 환자에도 못 미치는 자영업 시장도 위험하긴 한가지다. 주식시장이든, 취업시장이든, 자영업 시장이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이란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여타 시장과 다른 것은 자본의 폭력적인 움직임이 훨씬 더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시장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리하라 개미들이여, 저 험한 싸움터에서
또 하나, 이 책의 가치는 실제 주식투자에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정보 분석이나 가격 분석, 혹은 재무제표 보는 법 등을 통한 종목 선정 방법 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런 책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거대 자본이나 주식시장의 구조, 그리고 여기서 당하는 개미들의 모습이다. 전장에 나서는 군인에게 적에 대한 정보를 알리듯이,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미에게 주식시장이란 싸움터에서 헤지펀드 등의 세력이 어떻게 움직이고,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지피지기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것은 주식투자에서도 같다. 이 책을 읽으면 헤지펀드는 벌고 개미는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며, 자칭 주식 전문가에게 현혹돼 거액의 수업료를 내고 투자금을 날릴 위험도 사라진다. 여유로우면 벌고, 조급해지면 잃는다.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서 재무가 부실하지 않은 회사 중 매입하기에 적정한 가격일 것. 오를 때까지 팔지 않을 것. 투자금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 주식시장이라는 저 험한 싸움터에서 개미가 승리할 있는 투자원칙도 책의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인문학, 혁명의 동력이자 무기
책에는 나르시시즘의 어원이 된 그리스 로마의 나르키소스 신화와 쉽게 풀어쓴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패러디, 이미테이션 등의 인문학 개념이 등장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물신숭배와 노동가치설 등도 설명한다. 책을 읽다보면 현대 인문학의 주요 개념들이 어지간한 인문학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이해된다. 저자는 회사원, 자영업자, 주식 투자 등을 전전하면서도 인문학을 손에서 놓지 않은 자생 인문학자다. 틈틈이 인문학 공동체에서 인문학 강의를 할 정도다. 하지만 주식을 이야기하면서 인문학 개념을 동원한 것은 지적 허세를 위해서가 아니다. 샘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죽은 나르키소스 신화야말로 작금의 주식시장을 설명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등의 인문학 개념도 가상공간인 HTS을 통해서 유통되는 주식거래, 특히 공매도를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인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아니다. 우리 현실을 진단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도구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혁명의 동력이자 무기다. 이 책을 읽으면 자본주의를 입체적으로 이해함은 물론, 그리스 신화와 자본주의의 역사, 프랑스 철학 등의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칠 수 있다.
작가 소개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입사한 건, 땀범벅이 된 사나이를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진 속의 사내에게서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을 느꼈다. 그런데 건설회사에 다녀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건설회사라고 열정이 특별히 모여 있는 건 아니다. 땀 냄새라면 모를까. 이후 작은 IT업체의 영업사원이 되었다. 그 계기도 사진이었다. 사진 속 세일즈맨에게서는 땀 냄새와는 다른, 좀 럭셔리한 열정이 느껴졌다. 세일즈맨으로 머리에까지 광택을 내고 다녔지만, 건강과 영혼의 광택은 너무 쉽게 사라지고 있었다. 열정을 쏟을 곳이 어디 취업뿐이더냐, 자영업으로 눈을 돌렸다. 점방을 얻어서 소매업을 하기도 하고, 도매업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는 파도타기 인생이었지만, 이런 삶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놓치지 않은 건 인문적 가치에 뿌리내린 삶 때문이다. 부초 같은 삶에 견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문학적 가치다. 그렇게 세상을 떠돌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홀로 도착한 곳이 주식시장이다. 시끌시끌한 현실 속의 경동시장과는 다르지만 또 다른 번잡함이 있는 곳이다. 그 시장에서 요즘 뒷짐을 지고 거니는 중이다.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꿈을 꾼다. 주식을 통한 혁명의 꿈을.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식 한판 하실까요?
목 차
들어가는 글 05
프롤로그 이 완벽한 시장이 위험하다? 14
1부. HTS를 진단한다
01 유령을 만나다 20
누군가의 방│그들의 방│돈벼락│도박 같은 내 인생│사건의 진실│유령증권과
무차입공매도│청원과 답변│개미의 분노│사랑해요, 공매도
02 유령의 정체를 밝히다 45
엄마 새와 아기 새│포르노그래피│시뮬라시옹│수면 위로 떠오른 무차입공매도│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정렬 변호사의 기여│차라리 강원랜드가 낫지│고마운 워터게이트│주식시장의 저지전략│시대가 미쳤든 내가 미쳤든
03 화장하는 주식의 쌩얼을 보다 74
운명의 날│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삼바 사건의 뿌리│왜 분식회계인가 │낭만파 주먹│원숭이와 펀드매니저│주식시장, 신화로 읽다│경제는 심리│한국인이 사랑한 조지 소로스│에코가 된 한국인
04 그리스 신화 속의 비밀을 읽다 100 대포로 만든 시장│나르키소스의 탄생 비화│죽은 물│샘물의 정체│너무 아름다운 삼바│만들어진 괴물│피의 역사│물신숭배의 끝│나르키소스는 왜 샘물로 갔을까
2부. 주식이 정말 더 위험한가
01 자영업은 만만하니 126
닭에 꽂히다│프랜차이즈 창업 분투기│노동을 하라고?│주식보다 다양한 프랜차이즈│프랜차이즈로 살아남기│회사를 집어치우다│위태로운 홀로 창업│나, 조선 시대로 돌아갈래!│가게를 열면 먹고는 살까│자영업자의 미래 위험
02 취업은 더 어렵다 157
내 생의 목표, 취업│예측불허 내 인생│고시의 기회비용│안정된 공직을 위하여 │끝없는 불합격 통지서│대학입시를 닮은 입사시험│이자율로 이어진 관계│
헤지펀드가 만든 나라│취업 시장의 미래 위험
03 중요한 건 도덕이야! 179
촛불, 시민혁명의 시작│개돼지가 된 국민│일상화된 도덕적 위험 │시스템이 된 부패
04 주식이 더 위험한 건 아니다 192
주식만 위험하기를 기원함│취업의 또 다른 위험│자영업자의 또 다른 위험│상대적으로 싼 거래비용
3부. 혁명을 꿈꾼다면 주식을 하라
01 왜 주식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까 204
독과점│깡통 차는 레버리지 효과│개미는 고! 세력은 바가지!│나쁜 전통│디즈니랜드가 된 주식시장│시뮬라시옹 코리아
02 이러니 개미가 돈을 잃지 220
사회의 루저│수도사 같은 주식 전문가│주식시장에서도 루저│30년 경리쟁이 의 고해성사│개미가 주식시장에 남아 있는 까닭│거래의 기초, 권력│공리주의와 자본주의│어른 나라의 어린이 이론│자본주의는 전체주의다
03 개미가 돈을 벌다 237
배당 좀 합시다│선물(先物)하는 김정은│도덕적 위험의 제거│안 되면 되게 하라│나폴레옹이라면│벌 때와 잃을 때
04 혁명을 위하여 249
빈자가 키우는 부자│다시 밝혀지는 샘물의 정체│지구를 뒤덮은 지폐│악마의 돌쩌귀, 이자율 │혁명을 꿈꾸자
에필로그 시뮬라시옹과 패러디 263 패러디는 위험하다│주식시장이 패러디다
부록
01 주식거래에서 노동의 가치 274
노동가치설, 주식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주장의 뿌리│주식에는 정말 노동이 없는가?
02 패러디와 유사한 개념 288 시뮬라크르와 이미테이션│패러디와 시뮬라크르│이미테이션과 패러디│이미테이션, 짝퉁 그리고 시뮬라시옹│패러디와 시뮬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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