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국가부도경제학』은 이희재 작가가 집필중인 ‘정조준과 오조준’ 시리즈의 첫책이다. 이 시리즈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언론, 학문, 종교까지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우리가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돈’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언론, 학문, 종교까지 지배해왔고 지금도 그러한 상황임을 다양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정된 목록으로는 『왕정과 공화정』(정치), 『감옥 밖의 감옥』(언론), 『환상의 자유』(학문), 『구약: 총수탈체제』(종교) 등 네 권이 있다.
우리에게 돈과 금융이란 과연 무엇인가!
돈의 역할을 부풀려 국가부도를 유도하는
영미 경제학의 허상을 추적한다!
돈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금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달러 같은 기축통화라 말하기도 하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라고도 한다. 하지만 돈은 주역이 아니라 조역이어야 한다. 진정한 돈의 역할은 생산을 도울 수 있을 때에야 그 값어치가 있다. 생산과 무관한 돈은 자칫하면 공동체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가부도경제학』을 쓴 번역가이자 저술가 이희재는 2017년 펴낸 『번역전쟁』에서 ’다원주의, 포퓰리즘, 민영화, 인턴, 모병제, 핵우산, 독립국, 홀로코스트…‘ 등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체가 ‘오역’하기 쉬운 키워드들을 소개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저자 이희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영국에서 살면서 ‘말과 말을 잇는’ 번역가, ‘말과 앎을 잇는’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을 지배하는 돈의 힘’을 처음 목격하고 주시하게 된 것은, 미국이나 영국이 나라빚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면서 긴축을 밀어붙이면서도 왜 크고 작은 전쟁을 계속 벌이는 걸까 하는 데서였다. 저자는 『번역전쟁』을 쓴 이후 돈과 금융의 역사에 관해 집중적으로 깊이 연구하면서, 결국 세상을 좀더 정확히 알려면 금권집단이 ‘말(word)’을 어떻게 주무르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면 돈을 어떻게 장악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영국과 미국에서 가르치고 한국의 절대 다수 경제학자와 관료가 신봉하는 영미경제학은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무책임한 권력으로 낙인찍어 나라를 사유화하여 결국 국가부도를 유도하는 경제학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국가부도경제학』은 ‘영미주류경제학’의 다른 이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국가부도경제학』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 을 보고 나서였다. <국가부도의 날>의 주어는 한국이지만 『국가부도경제학』의 주어는 가깝게는 미국이고 멀게는 영국이다. 영국에서 20년 동안 살면서 깨달은 것은 영국이 왕의 폭정을 가장 먼저 제압한 민권의 종주국이 아니라 국가의 통화주권을 가장 먼저 강탈한 금권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지금부터 100여 년 전 민간 연방준비은행이 달러의 발권력을 차지한 1913년에 국가부도를 맞았고 영국은 지금부터 300여 년 전 민간 잉글랜드은행이 파운드의 발권력을 차지한 1694년에 국가부도를 맞았다.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금도 두 나라 거리는 노숙자로 넘쳐난다. 두 나라의 국가부도는 현재진행형이다. 1997년 한국이 당한 국가부도의 주어가 ‘금융 후진국’ 한국이 아니라 ‘금융 선진국’ 미국과 영국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공기만큼 소중한 공공재인 돈이 공동체의 모든 성원에게 기여하는 나라로 한국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서문 중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돈을 딸기와 딸기 바구니에 비유한다. 즉 돈은 딸기가 아니라 딸기 바구니일 뿐, 공동체 안에서 그 역할을 넘어서서 무리한 역할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딸기 농사가 잘 돼서 딸기가 넘쳐나고 먹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바구니 제작사의 횡포로 바구니 조달이 안 되는 바람에 유통이 막혀 딸기가 썩어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민간은행에게 돈줄을 맡기는 영미금융 체제가 바구니 회사가 딸기 생산과 소비를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서구의 금권집단은 왜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는가
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영미 경제학!
『국가부도경제학』은 또한 은행 등의 금융에 대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 짚어준다. 우리는 흔히 은행이라는 곳은 이미 생겨난 돈을 이자만 살짝 더 얹어서 빌려주는 중개업자라고만 알고 있지, 거액의 돈을 허공에서 만들어내는 발권업자라는 모습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불로소득과 양극화의 장본인은 건물주가 아니라 찍어낸 돈으로 건물이라는 고정자산의 가치를 부풀려 이자 소득으로 수입을 거두는 은행의 고리대금업이라고 말한다.
한두 세기 전만 해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통화 공급을 주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초국가 금융 카르텔이 퍼뜨린 국가 불신론 때문에 국가가 국민을 위해 써야 할 핵심 주권인 발권력을 ‘독립’ 중앙은행과 민간은행들이 쥐고 있다. 사익을 탐하는 시장이 중심을 꿰차고 돈을 주무르는 경제가 선진 경제라고 가르치는 영미 경제학이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는 국가부도를 지향하는 경제학이다.
이러한 국가부도경제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경제의 구심점에서 국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금권집단을 앉히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도록 몇 가지 신화를 퍼뜨렸다. 이 책에서는 그 신화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신화 하나. 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독립된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신화 둘. 경기는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로 관리된다.
신화 셋. 국가는 거둬들인 세금의 범위 안에서 돈을 써야 한다.
신화 넷. 기축통화가 아니면 국가가 통화 공급을 함부로 늘려선 안 된다.
신화 다섯. 주가는 경제실력의 지표다.
영미 서구의 금권집단의 특징은 크고 작은 전쟁을 벌여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빚이 더 늘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사실 금권집단은 나라가 전쟁을 벌일수록 돈을 벌 기회가 많아진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데, 금권집단은 이 국채를 마구 사들인다. 나라빚이 늘어나면 정부는 나라 재산을 또 팔아야 하는데, 전기, 철도, 수도, 도로, 공항 등을 내놓으면 금권집단이 이를 다시 사들인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는 지금이야말로 일종의 전시(戰時) 체제라 할 수 있다. 유난히 금융자본이 더 중요시되는 요즘, 우리의 산업자본이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 가치를 다시 환기해야 한다. 전시 체제에서 국가는 돈이라는 공공재를 공유하면서 공공교육, 공공주택, 공공보건 인프라를 굳혀 세상과 공생하려는 산업 생산 체제를 다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돈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혜택을 공동체 다수가 함께 누리려면 소중한 공공재인 돈의 공급권을 스스로가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작가 소개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독문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20여 년 동안 말고 말을 잇는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말을 지배하는 돈의 힘에 눈뜬 뒤로 말과 앎을 잇는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번역전쟁』 『번역의 탄생』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反자본 발전 사전』 『혁명 극장』 『새벽에서 황혼까지』 『산티아고 가는 길』 『진보의 착각』 『리오리엔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예고된 붕괴』 『번역사 산책』 『몰입의 즐거움』 『소유의 종말』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1.소수의 이익을 지키는 미국 사회주의
2.다수의 이익을 지키는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3.정부가 아니라 독립 중앙은행이 초래한 독일 초인플레
4.성공한 독일 산업금융을 실패한 영국 금융산업이 막아낸 1차대전
5.실패한 뉴딜경제가 성공한 나치경제를 막아낸 2차대전
6.통화주권을 되찾으려다 실패한 미국 독립전쟁
7.투기억제가 살려냈던 일본 경제
8.한국의 1997년 IMF 환란은 미국의 경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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