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공동체, 민주주의, 정의에 기초한 민주적 경제 체제를 위하여
"구닥다리 경제 시스템의 수호자들은 눈앞에 닥친 위기들을 이용해먹을 계획까지 다 세워놨다.
더 억압하고, 더 착취하고, 더 긴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계획과 모델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때 이 책이 참으로 꼭 맞춰 나와준 것이다."
─ 나오미 클라인
기업의 사회적 임무를 기반으로 한 경영 설계 전문가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를 쓴 마저리 켈리가, 지역 경제 모델 전문가 테드 하워드와 함께 자본주의의 원칙을 바꾸는 '희망'의 로드맵을 펼쳐 보인다. 두 저자는 지구와 문명이 어떤 운명의 길을 걸을지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모두를 위한 경제』를 썼다.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생생하게 나누기 위해서다.
켈리와 하워드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쇠락한 도시 클리블랜드에 뿌리 박고 지역 경제를 소생시킨 사람들, 참담하리만치 빈곤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자활 공동체를 지은 아메리카 원주민들, 각종 혜택에서 배제된 유색 인종과 여성에게 창업 기회를 만들어준 포틀랜드 기관, 지역을 이끌던 공단이 문 닫고 30년이 지나면서 가족도 이웃도 무너진 영국 프레스턴에 다시 피가 돌게 만든 사람들과 동행한다. 중앙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방치된 이들은 정부나 대기업에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대를 버렸다. 그리고 해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일어났다. 지역에서 떠날 수도 없고, 누구보다 터전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이 마침내 실험을 시작했다.
서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극소수의 거물이 엄청난 재산과 권력을 움키며 승승장구할 때, 세계 각지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권위주의 독재자들이 출현할 때, 불법 이민자를 막는답시고 국경을 동물원 철창으로 둘러칠 때, 기후 위기가 급속히 가속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덕적 정언명령이다. 하지만 이런 반박과 대응 수준의 운동을 뛰어넘어 진짜로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튼튼한 비전과 전략에 뿌리박아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희망이. 우리는 무엇에 반대하는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희망의 불빛이 꺼지지 않으려면 그 희망의 기초가 분명해야 한다.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상상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런 세상을 그려보고, 작은 모델로나마 실제 경험하고, 느끼고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예전이라면 급진적이라 할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마저리 켈리와 테드 하워드는 민주주의의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여러 실험으로부터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은 지역 규모로 대안적인 경제 형태를 고안하고 실험해보는 고된 작업이 토대가 되어야만 나중에 정치적인 기회가 왔을 때 대규모 제도와 기관이 출현할 수 있다. 예전에도 그랬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도 이렇게 시도되었고, 캐나다의 단일 의료 보험 체제도 이렇게 해서 나타났다.
분명한 건 더 큰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옛 경제 시스템의 충격 요법사들은 이미 이 위기들을 이용해먹을 계획까지 다 세워놨다. 더 억압하고, 더 착취하고, 더 긴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계획과 모델이 필요하다. 민주적 경제 시스템을 당장 더 많이 구축하면 역사의 운전대를 우리가 잡고 다음 시스템으로 나아갈 준비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때 이 책이 참으로 꼭 맞춰 나와준 것이다.
1% 대 99%, 우리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언론의 정치, 경제 기사에서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인물이 누구일까? 익숙하기로 따지자면 이재용, 일론 머스크를 꼽을 만하다. 실상 그들이 사는 곳은 외계나 다름없을 만큼 머나먼 별천지임에도 그렇다. 우리는 기껏해야 그들의 장난질에 놀아나는 개미 주주일 뿐이고, 2년마다 싼 방을 찾아 전전하는 신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다. 우리에게 간절한 것은 남의 손에 휘둘리지 않는 일자리, 볕 잘 들고 수압 좋은 집, 한탕 돈벼락이 아니라 적더라도 차곡차곡 저축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윳돈 정도다. 남 해치는 일 없이, 이왕이면 서로 온기를 나눠가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더불어. 그런 우리가 앞장서서 일하고, 힘을 모으고, 주인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정치는 오래전에 민주화되었지만 경제는 한 번도 민주화된 적이 없다
모두가 간절히 바라면서도 실현되리라는 기대는 엄두도 못 내는 것이 있다. 지구 환경을 해치지 않는 한계 안에서 모두가 고루 잘사는 것이다. 거창한 이야기일까? 위기가 닥치면, 그러니까 지금껏 살아온 세상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해에도 균열이 간다. 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 자리가 어디인지를 설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공중에 붕 뜬 채로 휩쓸리다 마침내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순간, 공포가 치고 들어온다.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끼리 미워하게 만들고 등지게 만든다. 손잡고 머리 맞대 살 길을 의논해야 할 사람들이 비빌 언덕 잃고 흩어져 제풀에 사그라들고 마는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의지와 희망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세상에서 똑같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만 "이건 아니야!"라고 외치며 우리 안의 균열을 메우는 사람들. 관계 맺고 살아가는 동료, 이웃, 마을, 지역의 안녕이 확보될 때 비로소 나의 안녕이 보장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1%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배척하지 않고 내가 발 디딘 곳을 윤택하게 해주는 경제적 실험에 나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다.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가는 보석 같은 이들이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물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공동 자산과 모두의 안녕을 현명하게 돌보는 것이 경제의 목표이자, 모든 경제 제도와 경제 활동의 목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만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좋은 사회란 한 손에는 정치 민주주의를, 다른 한 손에는 경제 민주주의를 놓는 것이다.
마저리 켈리와 테드 하워드는 협동조합 소유의 일터, 정의에 기초해 정책을 수립하기로 선언한 도시, 윤리적 금융가와 윤리적 투자자, 위기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터전을 구축 중인 공동체와 함께 움직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 대접 못 받고 뒷전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체념과 굴종 대신 '우리 모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분연히 일어섰다. 왕권신수설은 사라졌고, 아파르트헤이트도 무너졌다. 미투 운동으로 남성 권력자들이 수없이 추락하고 있다. 성별 편향을 인식한 여성들이 정당성의 힘으로 단합했듯, 경제 행위의 주체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장 낮은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위를 향해 움직이고, 중앙의 통제 없이 서로 협력해 조정하며, 시장이 장악한 경제 구조를 민주적으로 만들어 권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사람들에 의한,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경제로 가는 길
앵커 기관과의 협력, 임팩트 투자,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경제 개발, 지역 자산 구축, 직원 소유제, B콥, 공공 은행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공동체의 부를 일구는 일개미들의 실험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건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따로따로, 동시다발로 길을 닦고 있을 뿐이다. 마저리 켈리와 테드 하워드는 제각각 분투 중인 풀뿌리 개미들을 도와 새로운 지역 경제 구조를 설계하면서, 뿔뿔이 흩어진 조직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정당성'과 '상상력'이 전제된 가운데, 각각의 사례를 아우르는 일관된 가치들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일곱 가지 원칙이 대기업 자본주의와 국가사회주의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모두를 살리는' 패러다임임을 확인했다. 그 모형이라 할 '클리블랜드-프레스턴 모델'은 물론 완성형이 아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 돌아가는 돈의 흐름을 조금 틂으로써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고, 그 효과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전해져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클리블랜드와 프레스턴 사람들은 이제 지역의 실핏줄을 타고 흐르는 돈이 누구의 주머니로 가는지 잘 안다. 앞장서서 일하고, 힘을 모으고, 끝내 내가 주인이 되고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전혀 다른 모델, 전혀 다른 접근법, 전혀 다른 이념들
마저리 켈리와 테드 하워드가 하는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황을 명확하게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시점에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런 일들을 통해 시스템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경제』는 시민 활동가뿐만 아니라, 보수건 진보건 더 이상 현재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을 위한 글이다. 각종 재단, 비영리 병원, 대학, 정부와 비영리 경제 연구소, 임팩트 투자 기관, 진보적인 노동자 소유 기업, 노동조합, 지자체장, 시민 단체 리더 들에게 유용한 안내서다. 현장 중심의 실용적인 자료로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많다.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은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 부자에게 돈을 몰아주고, 공공 영역을 칼질해 팔아넘기고, 금융권의 권력을 강화하는 경제 시스템은 만국 공통인 데다, 장차 이를 대체할 민주적 경제도 마찬가지로 각지에서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경제』가 소개하는 작업들은 영웅이나 예언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 사례들을 참고 삼아 이제 우리가 움직일 차례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사람들에 의한, 보통 사람들을 위한 민주적 경제 윤리
" 공동체의 원칙: 공공선이 우선이다
" 포용의 원칙: 배제된 이들에게 기회를 돌린다
" 장소의 원칙: 지역 자산을 마을에 머물게 한다
" 좋은 노동의 원칙: 자본보다 노동이 먼저다
" 민주적 소유권의 원칙: 공정과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경영 구조를 설계한다
" 지속 가능성의 원칙: 생명의 근간인 생태계를 지킨다
" 윤리적 금융의 원칙: 투자의 최우선 목적을 사람과 지역에 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조리 켈리
기업의 사회·환경적 임무와 그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기업 설계 전문가. '자본 편향'에 관한 획기적인 저술로 이름을 알렸다. 기업의 대량 해고, 노조 탄압, 연금 폐지, 규제 회피성 이전 관행이 심화되는 가운데 잡지 『기업 윤리Business Ehics』를 공동 창간해 이해관계자 다수를 고르게 고려하는 기업에 주목했다. 보스턴의 싱크 탱크 텔어스 연구소Tellus Institute에서 일했고, '코퍼레이션 20/20'을 설립해 재무·법률·노동·사회·환경 통합형 기업 설계를 연구했다. 포드 재단의 미국 남부 발전 프로젝트와 버니 샌더스의 정책 수립에 자문했으며, 『주식회사 이데올로기The Divine Right of Capital』(2001 최고의 경영서 10 선정)와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Owning Our Future』를 썼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뉴 잉글랜드 로 리뷰New England Law Review』, 『스탠포드 사회 혁신 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등에 글을 쓴다. '협력하는 민주주의'에서 지역 사회를 강화하는 투자 프로그램부터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하는 포용적 발전 협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은이 : 테드 하워드
공정한 지역 경제 재건, 지역 사회를 살리는 경제 모델 설계자. 『가디언』이 전문성과 비전을 공인한 '지역 사회 자산 구축을 위한 대변인'. 미국 앨버커키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지역 경제의 큰 축인 의료 시스템과 대학, 시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지부를 움직여 경제 체제를 변화시키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제러미 리프킨과 급진적인 대안 활동을 벌이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 발전과 경제 구조를 주제로 책도 여러 권 함께 썼다. UN 산하 기구의 기아·빈곤 퇴치와 국제 개발 프로젝트로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전통적인 공동체 모델과 식민지 시대 이후의 실험을 두루 접하고, 대기업 자본주의가 경제 시스템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확인했다. 국립경제대안센터National Center for Economic Alternatives에서 일한 뒤 2000년에 '협력하는 민주주의'를 설립, 배제되고 소외된 지역 사회에 혜택을 돌리는 경제 모델을 구현하는 데 힘 쏟고 있다. 영국 노동당과 영국 왕립 예술협회 회원이다.
옮긴이 :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 위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거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팟캐스트 '홍기빈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거대한 전환'을 진행했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코로나 사피엔스』(공저), 『기본소득 시대』(공저) 등을 썼으며 『도넛 경제학』, 『광장과 타워』, 『붕괴의 다섯 단계』,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21세기 기본소득』, 『카를 마르크스』, 『차가운 계산기』, 『거대한 전환』, 『권력 자본론』, 『자본주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머리말
들어가며 클리블랜드에서 프레스턴까지: 경제 체제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1 사람들의,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 곳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물결
─ 민주적 경제 원칙 대 추출적 경제 원칙
2 공동체의 원칙: 공공선이 우선한다
─ 인디언 구역의 재생적 공동체
3 포용의 원칙: 배제된 이들에게 기회를
─ 포틀랜드식 경제 개발, 공평을 키워내다
4 장소의 원칙: 마을에 머무는 지역 자산 구축하기
─ 클리블랜드의 130억 달러 규모 앵커 기관 사업
5 좋은 노동의 원칙: 노동이 자본에 우선한다
─ 가정 관리 협동조합의 노동자 중심 경제
6 민주적 소유권의 원칙: 새로운 시대의 기업 설계도
─ 노동자 소유의 B콥, EA 엔지니어링
7 지속 가능성의 원칙: 생명의 근간인 생태계 지키기
─ 생태적 전환 자금은 중앙은행이 마련한다
8 윤리적 금융의 원칙: 사람과 지역을 위해 투자하고 대부하기
─ 영국 프레스턴, 지역 자산 조성에 투자하는 은행과 연기금
결론 추출적 경제에서 민주적 경제로: 전진을 위하여, 다음 행동을 생각한다
후기 ┃ 부록 민주적 경제 체제를 만들어가는 단체들
옮긴이의 말 ┃ 후주 ┃ 감사의 말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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