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살기 힘듦’의 정체를 밝히는 경제학 공부
현대 경제학의 무대는 자본주의 시장이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여러 원리를 전제한다.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적절한 시간 내에 모두 셈할 수 있다는 믿음, 효용을 따져 균형 가격을 모색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믿음, 자유 시장 경제가 보장하는 선택의 자유는 개인의 욕구와 자유의지를 고스란히 담아 낸다는 믿음. 학문의 토대를 이루기에는 모호하나 사람들은 으레 그러하다고 오래 믿어 왔다. 일본의 경제학자 야스토미 아유미는 이런 현대 경제학의 미심쩍은 지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중 무엇보다 자유에 집중한다.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지금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개인은 정말로 자유로운가?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에는 너무 많은 요소가 개입하는 데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회가 강요하는 가치에 휘둘리는 탓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개인이 없는데 현대 경제학은 이를 간과한다고 선생은 지적한다. 나아가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개인이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렇게 『단단한 경제학 공부』에서 선생은 선택의 자유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의 자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떠밀려 얻은 ‘선택의 자유’가 아닌
스스로 얻어 낸 ‘적극적 자유’를 위하여
야스토미 선생에 따르면 선택의 자유는 합리적 개인과 그들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개인은 사실 많은 지적 판단과 처리를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그냥 하고 있다. 일상 속 자잘한 선택은 자유의지라기보다 습관이나 루틴, 반사적 행동에 가까우므로 이 선택에 자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좋은 대학을 나오면 직업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들 생각하지만 주어진 역할에 갇혀 오히려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사회의 가치 판단에 더욱 얽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자유의 시작이다. 떠밀려 얻은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 자유’를 얻어 내야 한다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나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이 말하는 골자다.
이때 선생은 여러 사상가가 말하는 자유의 개념을 소개하며 자신의 주장을 단단하게 논증해 나간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이기심도,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허영도 모두 떠밀려 얻게 된 선택의 자유가 개인을 억압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고 설명하면서 스스로 자유를 획득해 나가는, 자아를 탐구하는 태도가 현대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강조한다.
요컨대 시끄럽고 혼잡한 시장에서 떠밀리듯 선택을 이어가는 현대인에게 『단단한 경제학 공부』는 나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이 이끄는 단단한 사고 과정을 통해 얻은 자유는 세상을 잘 살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야스토미 아유미
1963년에 태어나 교토대 경제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스미토모 은행에서 근무했다. 동 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나고야대 정보문화학부 조교수,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소 정보학 교환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 종교, 정치, 예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과 지적 상상력을 토대로 현대 경제학을 정조준한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경종을 울리며, 현실적 문제를 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과 구조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단단한 삶』,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 『위험한 논어』 등이 있다.
옮긴이 : 박동섭
독립 연구자.
‘○○ 연구자’라는 제도화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한계를 실감하며 ‘정체성 상실형 인간’으로 살고 공부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비고츠키를 연구하며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 『동사로 살다』,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 『회화분석』, 『상황인지』, 『우치다 타츠루』(근간)를 썼고, 『배움엔 끝이 없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단단한 삶』, 『수학하는 신체』, 『스승은 있다』, 『망설임의 윤리학』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는 말 : 시장의 정체 — 시조에서 이치바로
두 개의 ‘시장’ / 이치바로서의 외환 시장
너무나도 인간적인 부동산 버블? / 인터넷상의 이치바
이치바의 경제 이론 / 시장이란 무엇인가?
1장 시장 경제학의 연금술
시장 이론의 비과학성 / 표준적인 시장 이론의 버팀목 두 가지
상대성 이론을 부정하는 ‘최적화 원리’ / 기수적 효용과 서수적 효용
균형 가격이라는 ‘모색’ / 열역학 제 2법칙을 무시하는 균형 원리
인과율을 무너뜨리는 시장 균형 / 밀턴 프리드먼의 반론
연금술로서의 경제학 / 시장 경제론에 맡긴 희망
마르크스 경제학과 자유주의 경제학의 숨겨진 공통점
자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2장 ‘선택의 자유’라는 감옥
선택의 자유와 합리적 개인 / 책임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무의식으로 발생하는 자기기만 / 히틀러의 파괴성
엔데가 그리는 ‘자유의 감옥’ / 감옥 속의 두 가지 자유
서구적 자유의 행방
3장 근대적 자아의 신학
‘선택의 자유’ 배후에 있는 것 / ‘실낙원’이라는 신화
프로테스탄트의 세계관 / 자기애와 이기심의 차이
사회적 자아라는 위장 / 허영의 ‘보이지 않는 손’ / 루터가 준비한 것
자유의 자멸 / 허무주의자의 정열 / 믿음에서 진리로
4장 창발이란 무엇인가?
협동 현상과 창발 / ‘암묵지’를 둘러싼 오해 / ‘암묵지’라는 수수께끼
‘계층성’을 만들어 내는 힘 / 튜링의 사상 / 대화하는 튜링과 폴라니
창발을 어떻게 탐구할 것인가 / 후기 비평적인 탐구
5장 생명의 역동성 살리기
암묵적 차원과 명시적 차원 구분하기 / 절차적 계산과 창발적 계산
Don’t think, FEEL! / 사물에 안착하는 제어술
창발적 커뮤니케이션 / 괴롭힘이 가져오는 도착화
움츠러든 몸 / 자기기만과 권위주의적 인격
피터 드러커는 ‘피드백’을 하자고 말한다 / 창발의 불꽃
6장 ‘공동체-시장’을 넘어서는 길
‘필연-선택’이라는 가짜 대립 / 공자의 ‘갈림길 없는 도’
윤리적 처벌과 실용적 처벌 / 윤리적 수치와 실용적 수치
두 가지 수치와 두 가지 처벌 / 서구적인 개인의 자리매김
‘공동체’라는 고정관념 / 자발성이 만들어 내는 ‘도’
질서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가? / 적극적 자유를 찾아서
7장 자기기만의 경제적 귀결
자기기만이 가져오는 것 / 재산 · 명성 · 권력 / ‘엘리트’라는 속박
돈이란 선택권이다 / 축재의 충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는 허영에 의한 질서
의존증으로서의 경제 활동 / 일 의존증과 알코올 의존증
재능이라는 비애 / 소비를 하게 만드는 추동 / ‘가정’과 ‘공동체’
‘자살’이라는 왜곡된 구원 / “아이를 위해서”
민족주의 · 종교분쟁의 숨겨진 원천
자기증식하는 경제 시스템의 정체
8장 잘 살기 위한 경제학
— 죽음의 경제학에서 삶의 경제학으로
‘자유의 감옥’에 갇힌 경제 / 주체성을 잃어버린 경제인이 갈 곳
죽음에 매료된 경제학 / 생명을 긍정하기 / 인을 욕망하다
나오는 말
옮긴이의 말
본문에 나온 도서의 목록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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