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미술을 소비하는 현대 건축의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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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할 소프터
출판사항현실문화, 발행일:2014/04/25
형태사항p.391 국판:23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564084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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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미술, 건축, 그리고 그 사이의 수상쩍은 관계들에 대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얼굴이 되어버린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책은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는 이런 스펙터클한 건물들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한다. 미술비평가로서는 유례없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할 포스터는 이 책에서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만나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하며 정치·경제적 가치와 만난 건축이 생산하는 광경에 대해 성찰한다.

미술이론으로 스타 건축가들을 독해하다

최근(2014년 3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오픈하면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언론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특한 비정형의 건축 양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그녀의 건축물이 과연 동대문의 역사적 장소성에 부합하는가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념비적 건축물을 둘러싼 이 논란이 실질적으로는 바로 설계자 자하 하디드의 세계적인 유명세 때문에 생긴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언젠가부터 유명인사에게나 있을 법한 세간의 이목이 건축가에게 쏠리는 독특한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고 있는 것이다.
‘스타 건축가(starchitect)’라는 말은 오늘날 명사의 반열에 오른 세계적인 건축가를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로, 자하 하디드는 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건축가라 할 수 있다.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물은 이미 국내에도 여기저기 등장할 만큼 그 자체로 오늘날 우리의 환경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 또는 이미지 노릇을 하고 있는 이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자하 하디드만 하더라도, 그녀의 건축물은 유명 상품 브랜드처럼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높아진 지명도와 함께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동대문의 역사적 장소성은 사라지고 자하 하디드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동대문은 더 유명한 장소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둘러싼 논의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이들의 건축물을 제대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주변은 물론 지구촌을 무대로 스타 건축가들이 펼쳐놓은 무수한 건축물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해주는 이 책은 할 포스터라는 저자 때문에 특별한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비평이라는 행위가 대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없는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할 포스터는 비록 스타 건축가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평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국내에도 그의 저서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을 만큼 드물게 명사 반열에 오른 미술비평가다. 특히 이번 저작은 그 스스로 밝히듯이 아카데믹한 글쓰기와 저널리즘적 글쓰기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며 건축과 미술에 대한 비평서와 문화비평서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어 새로운 비평 언어의 가능성 또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미술이론으로 건축을 독해하는 그의 비평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열어준다.

스타 건축가들에 의한 건축과 미술의 불길한 만남

스타 건축가는 오늘날의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자하 하디드를 비롯하여, 렘 쿨하스, 노먼 포스터, 렌초 피아노, 리처드 로저스, 프랭크 게리, 헤르조그 앤 드 뫼롱 등의 스타 건축가들이 만들어낸 건축물들의 주된 특징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스펙터클하고, 거대하고, 번쩍거리며, 미래주의적인 스타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능에 비해 건물이 풍기는 이미지, 즉 건물 표면의 효과가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할 포스터는 건축가들이 만들어내는 건축물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로 ‘이미지 만들기(image-making)’를 들며 건축이 점점 미술처럼 보이고, 미술은 점점 건축처럼 보이는 시대가 바로 우리 시대라고 진단한다. 건축과 미술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할 포스터는 건축과 미술이 뒤섞이는 최근의 이 같은 현상이 갖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말을 제목에서부터 사용하고 있다. 귀 밝은 이라면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식에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라는 말을 매우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한 데서 그 부정적 뉘앙스 혹은 경계의 의미가 시작되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따라서 할 포스터가 만들어낸 ‘미술-건축 콤플렉스(art-architecture complex)’라는 말 역시 최근의 건축과 미술의 만남이 반드시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건축과 미술의 만남 이면에는 바로 교묘한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시대 문화 환경에서 미술관이나 예술센터 등이 부각되고 있는 일이라든지 기업이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일이라든지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정부가 미술과 건축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는 일 등에서 건축과 미술은 강렬한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 지향적 요구에 부응하며, 심지어 그것의 선전과 홍보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할 포스터는 오늘날 자하 하디드나 딜러 스코피오+렌프로, 헤르조그 앤 드 뫼롱 같은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건축 언어를 전개하는 데 결정적으로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할 포스터가 보기에 이들의 건축 언어가 본래의 미술 언어가 갖고 있던 진정성이나 의미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할 포스터는 이를테면 자하 하디드의 건축 언어가 러시아 구성주의와 절대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실은 실패한 역사적 아방가르드를 단지 스타일로 되살리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건축 비평의 새로운 용어들: 이미지 건물, 글로벌 스타일, 팝 시민학, 가벼운 근대성……

현대 건축에 대한 할 포스터의 비평은 현대 건축이 과도하게 심혈을 기울이는 표면 혹은 외양의 이면에서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요인들을 명쾌하게 포착하고 있다. 할 포스터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적인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미지 건물, 글로벌 스타일, 팝 시민학, 가벼운 근대성 등의 용어들이 그것이다.
우선 할 포스터는 오늘날 스타 건축가들이 펼쳐놓은 건축물을 가리켜 ‘글로벌 양식(global style)’이라고 명명한다.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이 산업시대를 알리는 실용주의적이면서 유토피아주의적인 표현이었듯이, ‘글로벌 양식’은 후기산업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할 포스터는 오늘날 이에 어울리는 건축가들로 노먼 포스터, 리처드 로저스, 렌초 피아노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그에 따르면 이들의 글로벌 양식은 국제주의 양식과 마찬가지로 영웅적인 공학적 성과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특히 기술 그 자체가 미덕이자 권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9.11 사태를 겪고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살아난 이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주의와 함께 기념비적이고 아이콘적인 형태의 대형 건물이 경제적인 효과와 정치적인 지지도는 물론이고 도덕성까지 고양시킬 것처럼 여겨지는 와중에, 기술에 기반을 둔 ‘이전보다 더 높게 지으라!’라는 남근주의적 외침이 상하이에서 두바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여전한 위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나 정부 같은 클라이언트들은 첨단기술에 의한 경량성, 유연성, 경제성, 효율성 등의 건축적 가치를 주저 없이 기업 혹은 정부의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런 시대에 시민들이 현대 정치인과 건축가에게 안심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 홍보뿐이라는 듯,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사이에 일종의 추상화된 관념, 즉 오늘날 아이콘적 건물을 짓는 이유는 시민 영역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또한 할 포스터는 글로벌 양식의 이 건축물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 가벼움을 들고 있다. 근대 건축에서 가벼움이 건강하고 탁 트인 공간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구조를 약속했다면 이들 글로벌 양식에서는 장식적인 대기 효과, 다시 말해 그 자체의 미적 효과를 위해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벼움의 건축이란 결국 숭고화된 건축, 특히 미술관 등에 딱 들어맞는 양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의심의 눈길로 보면 이 가벼움은 인간의 비실체화에 대한 환상뿐 아니라 사회적 현실감의 상실이라는 악몽과 연결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비판한다. 건축적 가치와 정치적, 경제적 가치 사이의 유비관계가 마치 자연스러운 것인 양 일상적으로 기획되고 홍보되는 오늘날, 할 포스터는 이 유비관계, 이 수상쩍고 불길한 관계들을 명쾌하게 파헤치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할 포스터
프린스턴대학의 미술사·고고학과 교수로 근현대 미술과 이론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건축대학과 독일어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반 미학(편저, 1983)을 비롯하여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1995), 실재의 귀환(1996), 디자인과 범죄(2002), 1900년 이후의 미술사: 모더니즘, 반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공저, 2004) 등이 있다. 1970-90년 대에 《아트포럼》 《아트 인 아메리카》 《존》 매거진의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옥토버》(1991- 편집자 겸)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꾸준히 비평 글을 기고해오고 있다.

역자 : 김정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 석사 및 보스턴대학 미술·건축사학과(건축사 전공) 석사. 현재 런던 UCL 바틀렛 스쿨 오브 아키텍처에서 건축 이론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유기체적 도시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근대 서구의 유토피아 개념이 개발주의와 소비자본주의를 거치면서 동아시아 개발 국가에 어떻게 수용되어왔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미술/디자인 전문 번역가, 칼럼니스트, 디자인문화정책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7
1장. 이미지-건물 19

1부. 글로벌 스타일
2장. 팝 시민학 51
3장. 수정궁들 73
4장. 가벼움의 근대성 97

2부. 건축 대 미술
5장. 네오아방가르드 제스처 121
6장. 포스트모더니즘 기계들 145
7장. 미니멀리즘 미술관들 173

3부. 미니멀리즘 이후의 매체
8장. 조각의 재창조 211
9장. 발가벗겨진 필름 261
10장. 해방된 회화 287
11장. 이미지에 맞선 건물 337

옮긴이 해제 370
찾아보기 376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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