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들의 시대 - 불안과 고통을 치료하는 정신의학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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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최강
출판사항바다출판사, 발행일:2020/06/15
형태사항p.255 A5판:21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993264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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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마음의 병을 비추는 최신 뇌 과학과
 정신과 전문의의 단단한 시선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뇌 과학은 정신의학에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정신질환의 물리적 실체가 뇌 영상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0여 년째 매일같이 환자를 만나온 정신과 전문의, 저자 최강은 책에서 17가지 정신의학의 최신 추세와 익숙하고도 낯선 정신질환의 실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의사로서 겪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과 유명인의 사례, 최신 뇌 과학 연구를 망라한 이야기가 정신의학의 렌즈로 흥미롭게 포착된다. 힐링과 위로를 넘어 ‘정신을 치료한다’는 정신의학의 실질적 힘을 믿는 저자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타파하고자 늘 고심한다. 동시에 면담과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사회, 그 사회적 관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똑바로 직시한다는 것”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아픔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공원에서 환자를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지나가 버린다. 얼마 뒤 병원에서 다시 만난 그 환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어색하게 답례를 하는 순간, 환자는 먼젓번 공원에서는 함께 있던 지인에게 자신의 정신과 내원 경험을 들킬까 봐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에필로그 236쪽)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며 몸소 정신질환을 앓았던 이들의 회고록이나,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들의 책과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의 시점에서 보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공고하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도 강해 진료가 필요한 상당수의 환자들이 여전히 내원을 꺼리고 있다. 이 편견을 부수고자 늘 고심하는 저자는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끈기 있게 지켜보며 진료실 안팎의 다채로운 정신의학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정신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흥미로운 최신 뇌 과학도 빠뜨리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의 ‘산후 정신증’, 전형적인 피해망상 증상이었던 《한중록》 속 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 뇌가 타인과 자신을 구분 못해 맞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기절해버리는 이의 ‘거울-촉각 공감각’,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기시감, 데자뷰가 너무 심해, 무얼 봐도 이미 본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지 못하는 이의 ‘뇌전증’, 집에 갖은 쓰레기더미 물건을 모으고 집착하는 증상인 ‘수집광’, 어느 날 갑자기 일루수에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된 야구선수의 ‘입스’, 사람과의 대화가 무서워 식사 자리에서도 화장실에 머무는 슈퍼스타의 ‘사회 불안 장애’, 출산 직후 아이가 힘들어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브룩 쉴즈의 ‘산후 우울증’, 창조성으로 미화되곤 하는 작가들의 ‘기분 장애’까지…. ‘아픈 마음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이 세상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은 감상에 젖지 않은 채 균형감 있는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그리고 일상을 영위하기 불가능한 ‘증상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진단 근거가 되는 상황, 그리고 직접 처방하는 약물의 효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소개하며 정신과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섣부른 위로를 건네기보다 내 마음이 왜 불안하고 고통스러운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그것을 토대로 인과 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을 똑바로 직시하게 된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온전한 해결책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본문 148쪽) 그리고 심리적 고통의 객관적인 실체를 파악하는 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 뇌 영상을 통해 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선 긋고 거리 두는 개인들을 위한 정신의학”
정신질환의 뇌 과학적 실체와 사회적 관계


 언택트의 시대 ‘물리적 거리 두기’가 새로운 윤리로 대두되고 있지만 저자의 관계론은 여전히 끈끈한 ‘공감’과 ‘연결성’에 있다. 이과 관련하여 책은 ‘회복 탄력성’으로 서두를 연다. ‘회복 탄력성(리질리언스)’은 심리학, 사회과학을 망라한 여러 분야에서 극복력, 회복력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정신의학에서는 ‘역경을 극복하고 스트레스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힘이나 능력’으로 정의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격심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데 이때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힘이 정신의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회복 탄력성은 지근거리에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사회적 관계’가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곤 하는 정신질환은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본문 5쪽) 이를테면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아이들 698명을 40년 동안 추척 관찰한 결과,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의 트라우마 추이를 지켜본 결과, 이들 또한 가족과 동료의 지지를 받을수록 빠르게 회복되었다.(본문 7~8쪽) 공동체의 응원과 지지라는 교과서적인 결론이 실질적인 정신의학적 치료인 것이다.
이 ‘회복 탄력성’ 또한 생물학적 요소를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본문 9쪽) 2013년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네거 파니 연구진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냈다.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사람은 뇌의 전방 대상피질과 해마가 잘 연결되어 있어서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불행한 기억을 억제할 수 있다. 저자는 그 밖에 다양한 정신질환의 뇌 과학적 배경을 소개한다. 따돌림을 당할 때는 뇌의 배측 전방 대상피질이 활성화된다. 물리적 아픔과 거의 비슷한 이 부위의 뇌 영상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 고통의 물리적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신체의 결함에 집착하는 신체 이형 장애 환자들의 뇌는 자신의 사진을 볼 때 전두-선조 회로가 활성화되어 외모 걱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수집광들의 뇌에서는 ‘자기 관련성’ 역할을 하는 양쪽 복내측 전전두피질 앞부분이 활성화되면서 물건에 과도하게 자신을 ‘이입’을 하게 된다.
책은 정신질환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지적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의 조현병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갔지만 병의 특성 자체가 오래전부터 사회에 뿌리내린 여성혐오가 병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통합적인 분석을 한다. 시대에 따라 조현병 환자들의 망상의 내용이 달랐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슬로베니아 조현병 환자들의 망상 내용은 종교가 억압되었던 독재 정권 시기를 보면, 종교와 관련한 망상이 현저히 적었다. 독재 정권이 종식하고 사람들이 다시 신을 찾기 시작하자 망상에는 다시 종교가 등장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조현병 환자들의 망상에는 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에 정치적 내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애정 문제, 직장 문제가 많다. 1980년대에는 경찰과 국정원이 나를 미행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박해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사회적 배경’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이다.(본문 169쪽) 저자는 조현병 환자가 위험한지, 범죄율이 높은지는 질환의 상태나 동반 질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차원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병원 현장에서 만나는 치료를 잘 받는 조현병 환자들은 매우 협조적이고 순응적이다. 문제는 관리를 받지 못할 때 발생한다. 그보다는 만성질환인 조현병의 관리 책임을 사회에서 충분히 지고 있는지, 가 필요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관계를 위한 노력과
 우리 안의 편견에 대하여


 저자는 정신질환을 소개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버무려낸다. 의사로서 첫 증상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쟈낙스를 복용했던 일화, 병무청 근무 시절에는 동료 의사들에게 소외되는 것 같아 마음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했던 일화, 음반 쇼핑에 중독되었던 때는, 그 갈망과 금단 증상을 병원에서 만난 의존증 환자와 비교하기까지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당시의 내 모습은 병원에서 만나던 의존증 환자와 여러 부분에서 유사했다.”(본문 80쪽) 잠이 늘 부족했던 전공의 1년 차 무렵에 급격하게 살이 찐 이유를 추적하며 수면과 식욕을 둘러싼 뇌 과학 논문을 찾아보고, 칼국숫집에서 우연히 만난 노교수가 모른 척하는 모습에 안면 인식 장애로 불리는 안면실인증 문헌을 뒤진다. 자신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 끝에 저자가 다다른 결론은 “공감은 관계에서 시작한다”이다.
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근무하며 ‘거울-촉각 공감각’을 지닌 신경과 의사 조엘 살리나스를 소개한다. 타인의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는 건 살리나스의 공감각은 경미한 시각 자극에도 뇌의 거울 뉴런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주된 일,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서 소통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언어적 도구, 표정들 외에도 공감각이 있다면 환자를 더 공감할 수 있을까? 자문하지만 지금은 ‘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타자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에서 나아가 사회 일반의 차별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인종차별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타나는 명시적 태도와 암묵적 태도를 소개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혹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다른 인종의 사람을 만났을 때 속으로는 불안과 공포를 느껴 감정의 중추인 뇌의 편도체 활동이 증가한다. 하지만 겉으로 인종차별주의자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 방어적 태도로 자신을 꾸민다. 저자는 이 자동 발생한 감정과 상위에 있는 이성적 조절 줄다리기가 우리의 차별, 혐오 감정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언덕 위의 하얀 집’ ‘정신병자’라는 낙인과 격리에서 벗어나 인위적으로 정신질환자가 일반인과 어울리고 교제하는 기회를 늘릴 필요도 있다.(본문 243쪽) 하지만 그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지내면서 접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것처럼 같은 목표를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상대를 동등하게 대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실질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소개

최강
정신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며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자 늘 고심한다. 불안 및 정동 장애, 물질 사용장애 같은 정신질환부터 스포츠 정신의학, 의학사, 뇌 영상학까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한겨레신문 미래&과학에서 ‘도핑의 과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웹진에서 ‘FOCUS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전북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안양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재직 중이다. 타이레놀이 불안한 마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떠오르면 퍼뜩 복용해 보고, 데자뷰를 느끼면 뇌 과학 실험 논문을, 모르는 척하는 지인에게 당황할 때면 안면실인증 문헌을 뒤지며 답을 찾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단단한 사회적 관계야말로 정신질환 최고의 치료라고 생각한다.

 

목 차

프롤로그 마음의 회복력

 따돌림 자살 – 혼자라는 심리적 고통
 외로움이 뇌를 변화시킨다│타이레놀로 마음의 안정을│모두가 피하는 한 사람│도덕적 가치가 우선│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사회 불안 장애 – 그저 피하고 싶은 사람들
 슈퍼스타의 낯가림│사람만 보면 두근두근│표정에 민감한 안테나│비극을 예상하는 습관│불안을 줄이는 생각법│타인의 시선에 맞서

 거식증과 폭식증 –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에 대하여
 나의 몸무게 변천사│수면과 식욕의 관계│푸근한 몸과 성격│과체중 어린이에 대하여│식욕 부진증과 폭진증│바비 인형의 영향력

 수집광 – 차마 버릴 수 없는 물건들
 잡동사니에 대한 애착│강박 장애와 다른 면│어린 시절의 스트레스│수집광의 뇌 반응│분노를 처리하는 연결망

 쇼핑 중독증 – 상품을 구매해야 행복한 일상
 정신과 의사의 쇼퍼홀릭│자율성을 회복한다│갈망과 금단 사이│쇼핑 중독자의 뇌 반응│스스로 변하는 방법

 신체 이형 장애 – 외모의 결함에 집착하는 삶
 성형 수술의 나라│자신감을 위하여│콤플렉스에 집착하기│서로의 얼굴을 보라

 안면실인증 –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우리가 어디에서 만났죠│뇌가 얼굴을 인식하는 법│보톡스의 과학과 역사│표정에서 시작하는 감정│주름 제거와 우울증│상대의 감정을 읽기

 주요 우울 장애 – 우리들의 우울증에 대하여
 자아의 빈곤과 죄책감│프로이트와 뇌 영상│자살이 가진 전염성│우울증 환자의 얼굴

 공황 장애 – 심장이 뛰고 앞이 캄캄하다면
 두려움과 당황스러움│맞서거나 회피하거나│유명인사의 투병 회고│당신은 아픈 게 맞습니다

 산후 우울증 – 내겐 불행한 아이와의 시간
 행복하지 않은 출산│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감정을 조절하는 뇌│괴로운 도시의 산모들│나도 겪을 수 있다

 양극성 장애 – 울다가 웃다가 침울한 널뛰기 마음
 무분별한 오해와 공포│사도세자의 양극성 장애│작가들의 기분 장애│의사와 환자를 위하여│우울증 환자의 편도체

 조현병 – 무시무시한 병의 이름과 실체
 피해망상의 순간들│신경계 조율에 관한 병│나에게만 들리는 환청│망상을 부추기는 사회│조현병 환자를 품는 법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사회적 참사에 대하여
 우리가 목격한 참사들│기억을 지우려는 뇌│세월호의 심리적 여파│외상 후 성장을 바라며

 뇌전증 – 데자뷰를 느끼는 뇌의 착각
 이미 경험한 느낌│도파민의 이모저모│익숙하다는 착각에서│기억을 다루는 뇌│진료실에서의 데자뷰

 확증 편향 –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눈
 머리가 좋은 사람│아인슈타인의 뇌│뇌의 크기에 대하여│두개골을 둘러싼 논쟁│확인하고 싶은 마음│주관성과 확증 편향

 입스 – 야구 선수들의 성숙한 방어 기제
 갑자기 불안해진 투수│운동선수의 전전두피질│주변의 도움과 방어 기제

 거울-촉각 공감각 –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
 내게 부족한 공감│거울 뉴런의 활성화│보기만 해도 아프다│환자의 통증을 느낀다면│피아를 구분하는 뇌│관계를 위한 노력

 에필로그 비도덕적 사회와 아픈 마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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